
지난 일요일엔 락빌 시청 근처에 있는 가게로 지원을 나갔다. 여름철은 휴가철이므로 약사들이 서로서로 휴가를 커버해 주기도 하고 공식적으로 약사들의 휴가를 대비하여 풀타임 약사들 서너명을 고용하여 각 구역마다 대비시킨다. 이 약사들은 한 약국에 있지 않고 여러 약국을 돌아다닌다 하여 Floater pharmacist 라 한다.
이 약국에는 약국 보조원(테크니션) 이 둘 있었는데 한 명은 아가씨였고 한 명은 아줌마 보조원이었다. 아줌마 보조원은 이름이 아키타로 인도 출신의 이슬람 교도 즉, 무슬림이었는데 그들의 교리대로 여름인데도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아키타는 오후가 되자 나에게 브레이크를 요청하더니 약국 안의 진열대 뒤 작은 공간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자그마한 양탄자를 깔고 기도와 절을 시작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해뜨기 전, 오후, 늦은 오후, 해진 후, 자기 전. 이렇게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향해 절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금식 기간인 라마단 때는 더 많이 기도해야 한다고. 내 가게엔 약국 보조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나히마라는 아줌마가 있다. 딸 셋의 엄마로 어렸을 때 부모가 정해 준 남편과 결혼을 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남편과의 나이 차가 무려 12살이나 난다. 아프간 전쟁 때 인도로 피난 갔다가 피난 수용소에서 미국에 미리 와서 자리 잡고 있던 남편을 첫 상봉하곤 바로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왔단다. 마치 한국 전쟁 때의 가족들이 극적 상봉하는 장면이 생각나는 스토리이다.
아프간 출신인 나히마도 당연히 무슬림이다. 나이가 40인데 안타까운 건 여태껏 한 번도 바닷가를 가 보지 못했다 한다. 우선 아프간은 내륙 국가라 바다를 볼 기회가 없었고 무슬림 여성은 몸을 노출 시키는 건 절대로 금하기 때문에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수영복도 당근 없고. 이런 점은 나라마다 종파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란 같은 나라는 비교적 여성에게 관대하다고 한다. 우리 눈엔 그게 그거 같던데 그래도 차이가 좀 있나 보다.
나히마는 약국에서 절이나 기도는 않는다. 왜 안 하느냐고 했더니 기도는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해야 한다고. 다섯 번을 해야 하는 건 같지만 퇴근하고 집에서 여러 번 더 한다고 한다. 그 정도의 융통성은 있다 한다.
나히마는 영어를 잘 하진 못한다. 미국 온 지 15년이 넘었다는 데도 아직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조금 답답할 때가 많은데 어느 날 내가 좀 답답해했더니 자기는 귀가 잘 안 들려서 그러니 조금 봐 달라 한다. 병원에 가 봤더니 한쪽 귀가 20%밖에 안 들린다고 한단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귀지 (ear wax)가 꽉 차서 그렇다 한다. 뭐, 귀지가 꽉 차서 귀가 안 들린다고? 그럼 파내면 되잖아?
NO! Don't stick it in Your Ear! 이 말처럼 미국 사람들은 귀지를 절대로 파내지 않는다. 큰일 나는 줄 안다. 그래서 평생 귀를 안 파냈으니 귀에 귀지가 꽉차 여서 안 들린다는 말이다. 귀지를 파내면 얼마나 시원한데.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귀파내 주던 그 기억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편안한 느낌, 우리 애들도 어렸을 땐 그렇게 귀파내 달라고 하더니 이젠 자기 손으로 판다.
미국 사람들은 귀지를 녹여서 제거한다. Ear wax remover (Carbamide Peroxide6.5%) 란 OTC 약물을 귀에 몇 방울 넣고 귀지를 살살 녹여 물렁물렁 하게 한 후 깔대기 같은 거로 불어서 밀어 나오게 한다. 방법 자체가 자기 스스로 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병원에 가서 의사나 간호사들이 대신해 주는데 물론 돈을 내야 한다. 안타깝다. 그냥 귀 파내기로 파내면 정말 쉬울 텐데 돈도 안 들고.
가만히 보니 한국 사람들이 무슬림이 되긴 정말 어렵겠다 나히마에 의하면 다섯 번의 기도 중에 첫 번째는 해 뜨기 전에 해야 하므로 자기와 자기 남편은 새벽 4-5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야 전 날 술 한 잔 하고 나면 그 시간엔 일어나긴 정말 힘들테고, 이슬람에선 술도 전혀 못 먹게 하니 술 권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선 이슬람교도로 살기는 정말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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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엔 락빌 시청 근처에 있는 가게로 지원을 나갔다. 여름철은 휴가철이므로 약사들이 서로서로 휴가를 커버해 주기도 하고 공식적으로 약사들의 휴가를 대비하여 풀타임 약사들 서너명을 고용하여 각 구역마다 대비시킨다. 이 약사들은 한 약국에 있지 않고 여러 약국을 돌아다닌다 하여 Floater pharmacist 라 한다.
이 약국에는 약국 보조원(테크니션) 이 둘 있었는데 한 명은 아가씨였고 한 명은 아줌마 보조원이었다. 아줌마 보조원은 이름이 아키타로 인도 출신의 이슬람 교도 즉, 무슬림이었는데 그들의 교리대로 여름인데도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아키타는 오후가 되자 나에게 브레이크를 요청하더니 약국 안의 진열대 뒤 작은 공간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자그마한 양탄자를 깔고 기도와 절을 시작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해뜨기 전, 오후, 늦은 오후, 해진 후, 자기 전. 이렇게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향해 절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금식 기간인 라마단 때는 더 많이 기도해야 한다고. 내 가게엔 약국 보조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나히마라는 아줌마가 있다. 딸 셋의 엄마로 어렸을 때 부모가 정해 준 남편과 결혼을 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남편과의 나이 차가 무려 12살이나 난다. 아프간 전쟁 때 인도로 피난 갔다가 피난 수용소에서 미국에 미리 와서 자리 잡고 있던 남편을 첫 상봉하곤 바로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왔단다. 마치 한국 전쟁 때의 가족들이 극적 상봉하는 장면이 생각나는 스토리이다.
아프간 출신인 나히마도 당연히 무슬림이다. 나이가 40인데 안타까운 건 여태껏 한 번도 바닷가를 가 보지 못했다 한다. 우선 아프간은 내륙 국가라 바다를 볼 기회가 없었고 무슬림 여성은 몸을 노출 시키는 건 절대로 금하기 때문에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수영복도 당근 없고. 이런 점은 나라마다 종파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란 같은 나라는 비교적 여성에게 관대하다고 한다. 우리 눈엔 그게 그거 같던데 그래도 차이가 좀 있나 보다.
나히마는 약국에서 절이나 기도는 않는다. 왜 안 하느냐고 했더니 기도는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해야 한다고. 다섯 번을 해야 하는 건 같지만 퇴근하고 집에서 여러 번 더 한다고 한다. 그 정도의 융통성은 있다 한다.
나히마는 영어를 잘 하진 못한다. 미국 온 지 15년이 넘었다는 데도 아직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조금 답답할 때가 많은데 어느 날 내가 좀 답답해했더니 자기는 귀가 잘 안 들려서 그러니 조금 봐 달라 한다. 병원에 가 봤더니 한쪽 귀가 20%밖에 안 들린다고 한단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귀지 (ear wax)가 꽉 차서 그렇다 한다. 뭐, 귀지가 꽉 차서 귀가 안 들린다고? 그럼 파내면 되잖아?
NO! Don't stick it in Your Ear! 이 말처럼 미국 사람들은 귀지를 절대로 파내지 않는다. 큰일 나는 줄 안다. 그래서 평생 귀를 안 파냈으니 귀에 귀지가 꽉차 여서 안 들린다는 말이다. 귀지를 파내면 얼마나 시원한데.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귀파내 주던 그 기억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편안한 느낌, 우리 애들도 어렸을 땐 그렇게 귀파내 달라고 하더니 이젠 자기 손으로 판다.
미국 사람들은 귀지를 녹여서 제거한다. Ear wax remover (Carbamide Peroxide6.5%) 란 OTC 약물을 귀에 몇 방울 넣고 귀지를 살살 녹여 물렁물렁 하게 한 후 깔대기 같은 거로 불어서 밀어 나오게 한다. 방법 자체가 자기 스스로 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병원에 가서 의사나 간호사들이 대신해 주는데 물론 돈을 내야 한다. 안타깝다. 그냥 귀 파내기로 파내면 정말 쉬울 텐데 돈도 안 들고.
가만히 보니 한국 사람들이 무슬림이 되긴 정말 어렵겠다 나히마에 의하면 다섯 번의 기도 중에 첫 번째는 해 뜨기 전에 해야 하므로 자기와 자기 남편은 새벽 4-5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야 전 날 술 한 잔 하고 나면 그 시간엔 일어나긴 정말 힘들테고, 이슬람에선 술도 전혀 못 먹게 하니 술 권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선 이슬람교도로 살기는 정말 힘들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