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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약 권하는 사회, 미국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0-02-02 09:45 수정 최종수정 2010-02-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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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근 박사
하늘엔 달이 떠 있고 나비가 사뿐히 침실로 날아든다. 중년의 여인은 잠들어 있고 나비는 그녀의 꿈속을 노닐고 있다. 아침이 되어 그녀는 간 밤 수면에 만족스런 듯 힘찬 기지개를 펴고 가족들의 아침을 챙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직장으로 향한다. 

정원을 정성껏 가꾸고 있는 할머니, 골다공증에 걸렸었는데 약을 복용하고 이렇게 건강해 졌단다. 친구들과 헬스클럽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면서 할머니인데도 잘 걸어 다니신다. 골다공증 치료제 덕분이라며 시청자들에 약을 권한다.   

할아버지가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소변이 자주 마려워 들락거리는데 약을 먹으니 정상이 되었다. 이제는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도 즐기게 되었다. 나보다 더 즐거운 노인 있으면 나와 봐 하는 표정이다. 효과 좋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덕분이다.

미국의 텔레비전에 나오는 몇 가지 약 광고를 요약해 보았다. 첫 번째 광고는 수면제 Lunesta이고, 두 번째 것은 골다공증 치료제 Actonel, 세 번째 것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Avodart 광고이다. 이 외에도 발기부전 치료제 Viagra, Cialis, 관절염 치료제 Celebrex, 알러지 약 Flonase, 빈뇨 치료제 Detrol LA, 치매치료제 Aricept 등 한국에서의 일반 OTC약광고 만큼 많은데, 놀랍게도 대부분 처방약이다.

처방약은 말 그대로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약인데 이렇게 텔레비전에서 무차별로 광고를 살포하다니 약사인 난 처음엔 정말 어리둥절하였고 저 약들은 나도 모르게 벌써 OTC가 되었거나 곧 OTC가 되나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막 발매된 약들이 주로 광고를 한다. 텔레비전뿐 아니라 신문, 잡지 모든 곳에 처방약 광고가 넘쳐난다. 그래서 광고를 보고 온 환자들은 의사에게 이 약, 저 약 처방해 주세요 하고, 의사들도 웬만하면 환자의 요구를 들어준다. 그러면 그게 왜 처방약이야. 처방약은 환자의 몸 상태를 진단한 의사의 약물 선택권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 이런 식은 그냥 의사에게 처방을 받는 형식만 취했지 실제론 제약회사의 광고에 의한 광고처방약일 뿐이다. 1984년부터 정부가 처방약의 텔레비전 광고를 허용하면서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제약 회사는 실로 파워가 막강해 이런 식으로 자기들의 욕구를 관철해 버렸다. 의회에서 거의 매년 처방약의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 단체의 요구가 거세지지만 한 번도 인하가 단행된 적은 없고 매 년 물가 상승분 이상으로 약 값은 올라간다. 매해 1월이나 2월에는 고객들이 상복하는 약값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느라 애꿎은 약사만 현장 일선에서 고생한다.

이렇게 텔레비전 광고에 국회의원들에 로비에, 의사들 리베이트 등에 돈을 펑펑 쓰니 미국에서 개발한 약인데도 미국에서 약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런 비싼 약값 유지하려고 또 국회에 로비하고 그래서 그거 벌충하려고 더 비싸지고, 이런 나라가 미국인데 이거 민주주의 국가 맞나?

민주주의보다는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인 것 같다. 인권보다는 돈, 정의보다는 또 돈,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리고 어느 정도는 민주주의의 작동원리로 나라가 움직이지만 정말 결정적일 땐 돈의 힘에 움직이는 정말 자본주의라는 ‘악의 꽃’의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거기에다 제약회사는 샘플과 쿠폰을 남발해 가며 환자와 의사를 옭아맨다. 새로 나온 약은 대개 샘플과 쿠폰이 동시에 의사에게 전달된다. 리베이트까지 전달되는 거야 알 수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의사는 새 약을 환자에게 권유하고 텔레비전 광고로 이미 약 이름에 익숙해진 환자는 별 부담 없이 의사가 권하는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 더구나 공짜 샘플에 할인 쿠폰까지 받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샘플에 할인 쿠폰에 한 두 달은 전에 먹던 약에 비해 싼 거 같은데 이제 이런 할인 행사가 끝나 제 값을 내기 시작하면 그 전의 약 값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됨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다시 뒤돌아 가기엔 새 약에 길들여졌고 약을 다시 바꾸는 게 귀찮기도 하고 아무래도 새 약이니 그 전 약 보단 좋을테고 하는 생각에 그냥 새 약으로 고정해 나간다. 약값 비용은 늘어나고 새 약이니 당연히 제네릭은 시장에 나오려면 까마득하고…

이런 식으로 미국 제약회사는 신약에 대한 마케팅을 한다. 그래서 신약을 시장에 접목시키고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다시 또 다른 신약의 개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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