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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아메리칸 드림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0-01-05 09:45 수정 최종수정 2017-04-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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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에 약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엔 어김없이 배달이 된다. 아침마다 만나는 약품도매상 배달원인 헤이니는 이집트 출신 이민자다. 매일 보다 보니 잠깐이라도 얘길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놀랍게도 이집트에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단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한 번 수학을 가르쳐 보지 그러냐 했더니 여기선 애들이 총 쏠까봐 무서워 못하겠단다. 이렇게 약품 배달하는게 단순하고 편하고 얼마나 좋으냐고 하는데 말하는 폼이 꼭 그렇게 좋아하는 거 같진 않다. 사실 이집트에서 수학을 가르친 게 미국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 여기서 동급의 자격을 갖추려면 다시 대학부터 들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직이 아닌 재미 동포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집배원을 비롯한 우체국 직원이란다. 연봉도 생각보다 그렇게 낮지 않고 그래도 공무원이어서 안정적이고 혜택이 많기 때문이라 하는데 미국 사람이라면 고졸정도면 할 수 있는 일을 한국에서 온 대졸 이민자들이 대거 몰린다고 하니 좀 씁쓸하다.  하지만 그것도 바늘 구멍이라 정말 힘들다는데 자랑스럽게도(?) 동네의 우체국에 다녀 보면 창구에 한 명 정도는 한국 분들이 꼭 있다. 창구뿐 아니라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편지 배달도 해 주고 우체국 내에서 밤새 우편물 분리 작업도 한다고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정말 미국에 온 이민자들의 얘기다. 먹고 살려면 무엇이든 해야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알아줄리 없는 고국에서의 지위나 체면 등은 모두 버려야 하고 먹고 잘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야한다. 그래서 성공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온 거니까. 그렇게 고생하다보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크고 멋진 집에서 애들 명문대학 보내고 자랑스럽게 사는 날,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젠 오래된 풍경이다. 우선, 대한민국, 고국이 옛날 같지 않다. 오히려 미국보다 더욱 선진적인 요소도 많다. 옛날엔 미국에서 돈 벌어 성공하면 좀 봐 줄만 했는데 이젠 한국에서 사는 거에 비해 그리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어떨 땐 여기 왜 왔나 하는 후회도 들리라. 재미동포의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많이 퇴색되었다.

하지만 다른 이민자들, 특히 아프리카 흑인들에겐 아직도 미국은 거대한 드림이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이들을 지난 주 목요일에 워싱턴에서 만났다.

몇 달 전부터 내 약국의 소속이 워싱턴 디시의 약국들과 같은 그룹에 속하게 되어서 워싱턴 디시 CVS에서 지역 약국 매니저 미팅이 열렸다. 미국의 대도시가 대부분 그렇듯 대도시 자체내에는 흑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백인이나 다른 유색인종들은 주거환경이 훨씬 좋은 워싱턴 밖의 교외에 살면서 워싱턴 시내 안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전에는 우스개 소리로 워싱턴 디시안에서 밤에 자는 사람은 클린턴 대통령 내외뿐이라고 하는 얘기도 있었다.

구역이 바뀌면서 내 슈퍼버이저도 바뀌었는데 그가 바로 얼 에시엥(Ettienne, Earl)이다. 얼은 아프리카 가나 이민자출신으로 워싱턴 디시에 있는 하워드 약대를 졸업하였다. 졸업 후 바로 CVS에 들어와 약사로 근무한 후  슈퍼바이저로 전환하여 현재 내 지역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얼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모임에 가보니 31명중에 17명이 흑인이었고 나를 비롯한 아시안이 9명, 그리고 5명 정도가 백인으로 추정(?)되었다. 17명의 흑인 모두 미국 흑인이 아니고 얼굴이 진짜 까만 순수(?) 아프리카 이민자 또는 최소한 1.5세들이었다. 미국 정부에서 흑인들에게 주는 특혜는 사실 미국에 오래전에 들어온 노예들의 후손들에게 주려고 만들어진 거지만 그 과실은 이렇게 아프리카에서 최근에 건너온 흑인들이 받아 먹고 있었다.

하워드 약대는 워싱턴 소재 대학으로  흑인학생이 80% 이상이고  흑인에게 입학 특전을 주는 흑인 대학이다. 그래서 똑똑한 아프리카 흑인들은 다른 인종과 경쟁 없이 흑인 우대로 이 약대에  비교적 쉽게 들어가게 되고 졸업 후  바로 고수입을 올릴 수가 있는 것이다. 이들을 아프리카에 있는 현지인들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아메리칸 드림의 완성이라 하겠다.
그럼, 난 어떤가? 지금 나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일까? 글쎄, 정답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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