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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황당한 처방엔 약사의 역할이 중요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09-05-06 09:04 수정 최종수정 2009-05-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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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타일러가 5 살 짜리 딸, 매기의 항생제 처방전을 들고 왔다. 아목시실린 400mg/5ml 시럽 처방전인데 복용량이 어머 어마하다. 19ml, 그러니까 약 1500mg을 하루에 2번, 다 합쳐서 하루에 3000mg 을 먹으란다. 어른들의 복용량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보통 최대 500mg, 하루에 세 번인데 어른 복용량 보다 2배가 많다. 아이들 처방은 보통 400mg 하루에 두 번이거나, 많아야 800mg 하루에 두 번인데, 그 두 배이니 문제가 많은 처방이 되겠다.

처방전은 워싱턴 시내에 있는 죠지타운 대학 병원에서 왔다. 의사가 종합병원에 있는 의사니 아마도 레지던트? 의사에게 전화를 거니 조금 젊은 목소리, 역시 경험이 적은 듯, 처방이 좀 세다고 했더니 의사 왈, 체중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그 복용량이 맞다 한다. 의사가 맞다니 뭐, 약사로선 별 재간이 없다. 잘못되면 의사가 책임 지겠지하며 조제를 하는데 계속 찜찜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Are you sure? 하면서 다른 의사들의 처방량을 알려주고 당신 처방은 내가 본 처방 중에 unusually very high라 하니 자기가 체중 고려하여 계산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바꿀 생각을 안 한다. OK, 두 번이나 전화해 확인했으니 더 이상 내 책임은 없다. 그냥 Go 하려는데 전화가 따르릉 울린다. 그 의사다.

의사왈, 계산은 맞는데 당신이 자꾸 찜찜해하니 복용량을 좀 줄이겠다며 딴 의사들의 처방량을 물어 본다. 그러더니 복용량을 1000mg, 하루에 두 번으로 줄였다. 아직도 고용량이긴 하지만 참을만한 양이다. 이제 좀 맘이 놓인다.

미스 타일러에게 약을 전해 주는데 미스 타일러가 1500mg 두 번으로 알고 있었는데 복용량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물어 온다. 그래서 처음의 복용량이 너무 세서 의사와 상의 끝에 1000mg 두 번으로 줄였다고 알려 줬다. 그랬더니 미스 타일러 탱큐 연발한다. 매기는 미스 타일러의 세 번째 아이인데, 자기가 애를 셋 키워 본 경험으로도 1500mg 하루 두 번은 너무 고용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의사에게 얘기 했는데도 의사가 자꾸 맞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가져오긴 했지만 계속 찜찜해 있었다 한다. 조금 뿌듯. 어쨋거나 상황 종료.

미스터 콜이 부인의 Oxycontin 10mg 처방전을 들고 오셨다. 마약 진통제인 Oxycontin은 oxycodone의 서방형 (extended release) 제제로 하루에 1알 내지는 2 알 정도를 복용하는 것이 보통이 되겠다. 그런데 이 처방은 3∼4 시간마다 2∼3알씩 복용하라고 되어 있다. 누구 죽일 일 있나? 아마도 의사는 서방형과 일반형을 착각한 듯 싶다. 어디서 처방을 했나 보니 역시 병원, 죠지워싱턴 대학 병원이다.

대학 병원에서 오는 처방전에는 이와 같은 실수가 많다. 종합병원은 주로 수술을 위주로 운영을 하고 또한 레지던트 등 경험이 적은 젊은 의사가 많이 처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좀 약에 대해 무식하다(?). 또 의사들이 바쁘기 때문에 연락도 힘들어 좀 짜증이 난다. 처방도 부실한데다 연락도 잘 안되니 대략 난감이다. }

어쨋거나 미스터 콜이 기다리고 계시니 병원에 전화를 넣었다. 대학 병원 교환이 받더니 담당 의사를 호출한 후 전화를 해 주겠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30분쯤 기다려도 전화가 안 온다. 기다리던 미스터 콜이 더는 못 기다리겠는지 다시 오겠단다. 미스터 콜의 핸드폰 번호를 받아 두고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또 한 번 호출을 요청하였다. 다시 30분이 지난 후 같은 부서에 있는 다른 의사가 전화를 걸어 처방을 일반형인 oxycodone 5mg으로 바꿔 주었다. 이제 처방이 좀 정신차린(?) 처방이 되었다.

원칙적으론 마약 진통제 에 대해선 전화로 약명과 용량을 바꿀 수가 없게 되어 있으나 1 시간을 기다린 미스터 콜에게 다시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 오라 하기엔 너무 미안하였다. 또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그의 아내가 진통제가 당장 필요할텐데 다시 받아 오려면 오며 가며 대략 3 시간은 걸릴테니 환자를 생각해서도 그럴 순 없었다. 그래서 그냥 조제를 해서 내 보냈는데 규정을 어기니 조금은 찜찜하였다.

감사가 나오면 당장 경고감. 하지만 준 위급 사항 정도로 넘어 갈 수도 있을듯하다. 하여간 대략 난감인 병원 의사들 때문에 약사들 그리고 환자들이 고생이다. 어쨋거나 오늘은 의약 분업에서 약사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본 날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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