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막내가 일어나질 않는다. 지각 안하게 할려고 억지로 깨웠더니 오늘 학교 안 가는 날이란다. 엉? 왜? 휴일도 아닌데 왜 안가?. 막내가 졸음에 묻은 목소리로 아빠, 오늘은 얌 키퍼야, 학교 안 가는 날이야. 뭐, 얌 키퍼, 그게 뭔데? 유태인 휴일. 유태인 휴일인데 왜 학교 안가?. 나도 몰라 어쨋든 학교 안 가!
내가 사는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에는 유태인이 많이 산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학교마다 최소한 아시안 숫자 보단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알다시피 유태인도 아시안 만큼이나 애들 교육에 정성을 들이는 민족이다. 카운티내에 많은 유태인 사립 학교가 있지만 그것으로 유태인 애들을 다 수용하기엔 부족했는지 유태인들은 공교육인 카운티 교육 위원회를 장악 했다. 물론 위원회를 장악했다해서 공교육을 유태인식으로 시킬순 없었지만 최소한 유태인 휴일은 학교 안가는 날로 해 놓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유능한 선생들을 배치해서 공립학교를 사립학교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래서 이 곳 몽고메리 학군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군중에 하나가 되었다.
얌 키퍼는 유태인 휴일로 일년 중 가장 성스러운 날이라 한다. 하루종일 금식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 날이므로 비록 학교가 문을 열더라도 유태인들은 학교에 올 수가 없다 한다. 예전에 학교가 열렸을 때도 유태인 학생과 유태인 선생이 모두 결석이나 결근을 하므로 수업이 진행될 수가 없었다 하는데, 그러니 비 유태인 교육위원회더라도 어쩔 수 없이 얌 키퍼는 학교 문닫는 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얌키퍼 뿐 아니라 유태인 설날인 라샤샤나 (Rashashana)도 학교 안 가는 날이다. 참 나, 유태인 설날인데 왜 우리 애들이 학교 안가나?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나 베테랑 데이에는 학교에 간다. 유태인 휴일에 학교를 빼 먹었으니 그걸 보충하느라 연방 휴일엔 학교를 가는 것이다. 정말 지네 맘대로다. 그래서 아빠, 엄마와 애들이 휴일이 달라 가을엔 (언급한 휴일은 모두 가을) 애들과 어른이 같이 놀기도 힘들다. 물론 유태인들 은 예외지만.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 유태인이 640만명이 살고 있단다. 본국인 이스라엘 인구가 700만 정도 한다니 본국 만큼의 인구가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지만 유태인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정계, 재계뿐 아니라 문화계, 학계등 유태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12월에 백악관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서 있는 9 개의 촛불일 것이다. 그것은 유태인 명절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촛불로 9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점등된다. 미국 대통령의 근무처 바로 앞에 유태인의 상징이 불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유태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겠다.
지난 번 미국 의회에서 구제 금융을 처리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 증시의 충격을 줄이려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 상정안을 마련하느라 부시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 국회의원들이 매우 분주히 돌아다녔다. 소위 기독교의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구제 금융안이 부결된 월요일, 의회지도자들은 하루 빨리 개정안을 만들어 다시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다음날 화요일이 라샤샤냐라고 의회를 휴회했다. 대단한 유태인 국가가 아닌가? 자기 나라 금융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하루 빨리 처리해야할 법안을 앞두고 유태인 휴일이라고 국회가 휴회를 하다니. 더구나 자기들 종교의 안식일엔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말이다. 이거 짝퉁 이스라엘이 아닌가?
사실 한국에 있을 땐 난 유태인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이 있진 않았다. 자기들만이 선택된 민족이라며 남의 땅 빼앗고 다른 민족 죽이고 하는게 인간의 보통 감정으론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국가나 민족에 관한 얘기고. 미국에 와서 유태인이 많이 사는 카운티에 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내 이웃에도 유태인이 살고 있고 애들 친구들 중에도 유태인이 꽤 많게 되었다. 애들끼리 친구니 어른들끼리도 쉽게 친해진다. 그 친구들 따라 유태인 성전인 시나고그도 가 보고 생일파티에도 초대되고 하니 개인적으로야 무슨 감정이 있겠나. 내가 아랍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 그럭저럭 중립적인 관점으로 돌아서는 내 자신을 느낀다. 결국 나도 이런 식으로 유태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오늘은 유태인 휴일인 얌 키퍼, 그래서 그런지 약국도 한산하다. 애들이 학교를 안가니 유태인이 아니라도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사람들이 꽤 많은 가 보다. 이래저래 유태인의 영향력을 느껴보는 하루가 될 것 같다. 하여간 오늘은 해피 얌 키퍼 되겠다
| 인기기사 | 더보기 + |
| 1 | “살은 빼도 근육은 지켜라”…초고령사회, 근감소 치료 경쟁 시작 |
| 2 | [식이요법] 오늘의 식습관이 미래의 근육 결정 …단백질 섭취 중요 |
| 3 | [약업분석] HLB그룹 종속기업 70% 적자…30여곳 손실 |
| 4 | [기고] 김 변호사의 쉽게 읽는 바이오 ②알테오젠 |
| 5 | 상장 제약·바이오 2025년 총차입금의존도 코스피 23.53%·코스닥 21.04% |
| 6 | 상장 제약·바이오 2025년 누적 이자비용 코스피 94억원·코스닥 27억원 |
| 7 | [약업분석]HLB그룹 지난해 매출 6750억·영업익 -1943억·순익 -3841억 기록 |
| 8 | 메지온 “ ADPKD 치료제 임상,진행 중 전임상 종료후 2상 시작 가능” |
| 9 | 상장 제약·바이오 2025년 총차입금 코스피 2895억원·코스닥 640억원 |
| 10 | 유통협회, '이지메디컴' 정조준…병원도매 합류로 대웅 압박 전면전 |
| 인터뷰 | 더보기 + |
| PEOPLE | 더보기 +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막내가 일어나질 않는다. 지각 안하게 할려고 억지로 깨웠더니 오늘 학교 안 가는 날이란다. 엉? 왜? 휴일도 아닌데 왜 안가?. 막내가 졸음에 묻은 목소리로 아빠, 오늘은 얌 키퍼야, 학교 안 가는 날이야. 뭐, 얌 키퍼, 그게 뭔데? 유태인 휴일. 유태인 휴일인데 왜 학교 안가?. 나도 몰라 어쨋든 학교 안 가!
내가 사는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에는 유태인이 많이 산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학교마다 최소한 아시안 숫자 보단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알다시피 유태인도 아시안 만큼이나 애들 교육에 정성을 들이는 민족이다. 카운티내에 많은 유태인 사립 학교가 있지만 그것으로 유태인 애들을 다 수용하기엔 부족했는지 유태인들은 공교육인 카운티 교육 위원회를 장악 했다. 물론 위원회를 장악했다해서 공교육을 유태인식으로 시킬순 없었지만 최소한 유태인 휴일은 학교 안가는 날로 해 놓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유능한 선생들을 배치해서 공립학교를 사립학교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래서 이 곳 몽고메리 학군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군중에 하나가 되었다.
얌 키퍼는 유태인 휴일로 일년 중 가장 성스러운 날이라 한다. 하루종일 금식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 날이므로 비록 학교가 문을 열더라도 유태인들은 학교에 올 수가 없다 한다. 예전에 학교가 열렸을 때도 유태인 학생과 유태인 선생이 모두 결석이나 결근을 하므로 수업이 진행될 수가 없었다 하는데, 그러니 비 유태인 교육위원회더라도 어쩔 수 없이 얌 키퍼는 학교 문닫는 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얌키퍼 뿐 아니라 유태인 설날인 라샤샤나 (Rashashana)도 학교 안 가는 날이다. 참 나, 유태인 설날인데 왜 우리 애들이 학교 안가나?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나 베테랑 데이에는 학교에 간다. 유태인 휴일에 학교를 빼 먹었으니 그걸 보충하느라 연방 휴일엔 학교를 가는 것이다. 정말 지네 맘대로다. 그래서 아빠, 엄마와 애들이 휴일이 달라 가을엔 (언급한 휴일은 모두 가을) 애들과 어른이 같이 놀기도 힘들다. 물론 유태인들 은 예외지만.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 유태인이 640만명이 살고 있단다. 본국인 이스라엘 인구가 700만 정도 한다니 본국 만큼의 인구가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지만 유태인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정계, 재계뿐 아니라 문화계, 학계등 유태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12월에 백악관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서 있는 9 개의 촛불일 것이다. 그것은 유태인 명절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촛불로 9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점등된다. 미국 대통령의 근무처 바로 앞에 유태인의 상징이 불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유태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겠다.
지난 번 미국 의회에서 구제 금융을 처리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 증시의 충격을 줄이려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 상정안을 마련하느라 부시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 국회의원들이 매우 분주히 돌아다녔다. 소위 기독교의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구제 금융안이 부결된 월요일, 의회지도자들은 하루 빨리 개정안을 만들어 다시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다음날 화요일이 라샤샤냐라고 의회를 휴회했다. 대단한 유태인 국가가 아닌가? 자기 나라 금융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하루 빨리 처리해야할 법안을 앞두고 유태인 휴일이라고 국회가 휴회를 하다니. 더구나 자기들 종교의 안식일엔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말이다. 이거 짝퉁 이스라엘이 아닌가?
사실 한국에 있을 땐 난 유태인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이 있진 않았다. 자기들만이 선택된 민족이라며 남의 땅 빼앗고 다른 민족 죽이고 하는게 인간의 보통 감정으론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국가나 민족에 관한 얘기고. 미국에 와서 유태인이 많이 사는 카운티에 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내 이웃에도 유태인이 살고 있고 애들 친구들 중에도 유태인이 꽤 많게 되었다. 애들끼리 친구니 어른들끼리도 쉽게 친해진다. 그 친구들 따라 유태인 성전인 시나고그도 가 보고 생일파티에도 초대되고 하니 개인적으로야 무슨 감정이 있겠나. 내가 아랍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 그럭저럭 중립적인 관점으로 돌아서는 내 자신을 느낀다. 결국 나도 이런 식으로 유태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오늘은 유태인 휴일인 얌 키퍼, 그래서 그런지 약국도 한산하다. 애들이 학교를 안가니 유태인이 아니라도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사람들이 꽤 많은 가 보다. 이래저래 유태인의 영향력을 느껴보는 하루가 될 것 같다. 하여간 오늘은 해피 얌 키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