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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난 서약합니다 (iPLEDGE). 임신 안할거예요!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08-07-30 07:37 수정 최종수정 2008-08-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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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니 여드름 환자(?)들이 많이 안 보이는 듯하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들 학교에 가 봐도 청춘의 심볼인 여드름 난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난 어렸을 때 정말 여드름이 많은 멍게(?) 학생이었다. 거의 대학 4학년 때까지 여드름을 달고 살았었는데 놀랍게도 결혼 전에, 이제 더 이상은 청년이 아니라는 듯 내 여드름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렇게 저절로 사라질 거니까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었는데 요즘 애들은 그렇지가 않은 가 보다.

얼마 전에 한국 아주머니가 중고등학생인 아들 둘이 모두 여드름 약이 필요하다고 해서 타 갔다. 보험으로 처리가 안 돼 약값이 꽤 비싼데도 아들들의 성화를 당할 수가 없다 한다. 이렇듯 여자 애들도 아니고 요즘은 남자 애들도 꽤 여드름에 신경 쓰나 보다. 하긴 나도 신경 전혀 안 쓴 건 아니니까, 있는 것 보다 없는 게 더 좋은 건 사실이니까 애들 심정이 이해는 간다.

환자들의 요구가 많으므로 나와 있는 여드름 약의 종류는 꽤 많다. 처방이 필요치 않은 OTC 일반 약은 잘 듣지 않으므로 여드름 약은 대부분 처방약이다. 연고제도 있고 알약도 있다. 여드름이 여드름 박테리아가 피지방 (sebum)을 먹이로 하여 피부에 기생하고 있는 것이므로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 주로 clindamycin, erythromycin 정제 나 캡슐, 그리고이를 원료로 하는 연고제등이 많이 나와 있다. 그리고 약한 항생효과와 각질 제거효과가 있는 benzoyl peroxide 는 주로 연고제나 세면제등의 원료로 쓰이며 비타민 A와 구조가 유사한 tretinoid, isotretinoid 를 원료로 한 연고제, 정제도 많이 나와 있다. 또한 이들 성분들의 복합제도 많이 나와 있는데, enzaclin, Benzamycin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isotretinoid 이다. Accutane, Sotret 등의 이름으로 팔리는 이 약물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피지방의 생성을 근본적으로 차단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드름은 매우 뿌리가 깊은 질병이므로 모든 여드름 약은 최소한 3개월 이상, 보통은 6개월 이상 투여해야 한다. isotretinoind 도 마찬가진데 이 약을 복용하면 처음 1개월간은 여드름이 오히려 악화 되다가 3 개월쯤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6 개월이면 여드름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효과는 있지만 그만큼 강력한 부작용이 있는데 우울증, 뼈 조직 손실, 콜레스테롤 증가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고 무엇보다도 이 약을 임신부가 먹으면 확실하게(?) 기형아를 낳게 된다. 그래서 여성이 이 약을 먹으려면 임신 테스트를 해서 현재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하고 또한 이 약을 먹는 동안 임신 하지 않겠다는 서약 (?)을 해야 한다. 소위 iPLEDGE 라는 시스템이 그것인데 이 약을 생산하는 제약 회사들이 이 약의 판매를 허가 받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나는 서약합니다' (iPLEDGE) 시스템에 의사는 이 약을 처방하기 전에 환자가 임신 하지 않은 사실을 보고해야 하고 그리고 이 약을 어떤 환자에게 처방 한다는 사실을 보고 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는 iPLEDGE 번호와 등록 카드를 부여 받는다.

이 약의 처방전을 받은 약사 또한 iPLEDGE 에 전화를 걸어 이 약의 조제를 보고 해야하며 iPLEDGE에서 허가 번호를 받은 후 조제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의 처방부터 환자의 픽업 까지는 7일 이상이 걸리면 안 되고 만일 7일이 넘으면 모든 프로세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해야한다.
 
그리고 처방은 1달치 이상은 허가 되지 않으므로 매달 똑같은 프로세스를 다시 해야 한다. 임신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이런 제한을 많이 두었다. 남자도 이 약을 받아 복용하려면 임신 테스트를 빼고는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이 약을 복용하는 젊은이들이 꽤 있다. 그 만큼 여드름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들의 좀 더 예뻐지고 깨끗해 보이겠다는 욕망을 누가 탓하겠는가. 이들을 보면서 통학길 버스 맨 뒷자리에서 얼굴의 여드름을 쭉쭉 짜내던 내 옛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30 년의 세월의 흐름은 젊은이들의 멍게 투성이 얼굴을 이렇게 깨끗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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