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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2> 약사에게 번역이 필요한 이유
정재훈 약사.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핵 스릴러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House of Dynamite)>에는 약국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일촉즉발의 상황, 대통령은 핵 가방을 들고 다니는 군사보좌관에게 대응 옵션을 보고받는다. 긴박한 가운데 보좌관이 전문 용어를 쏟아내자 대통령은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주문한다. "자네는 종일 들고 다니지만 난 처음 구경해. 무슨 식당 메뉴판 같네. 좀 도와달라고."당황한 참모는 그제야 비유를 든다. "사실 저는 레어, 미디엄,...
2025-12-08 0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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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1> 심방세동 있어도 커피 괜찮을까?
정재훈 약사.심방세동이 있으면 커피는 끊으라고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인이 심박수를 올리니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악화시킬 거란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심방세동은 심계항진(두근거림)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심부전, 혈전, 뇌졸중을 유발한다. 그런데 커피가 오히려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2025년 11월 미국심장협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미국의학협회지(JAMA)에도 게재된 DECAF 임상시험 연구 결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와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공...
2025-11-27 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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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90> 멜라토닌 논란, 어떻게 봐야하나
정재훈 약사.천연 수면보조제로 알려진 멜라토닌 복용이 심부전 위험을 90%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매체에서 이 결과를 인용하며 멜라토닌에 대한 경고성 기사를 쏟아냈다. 11월 초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이지만 아직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미출간 예비연구이며 학회 초록 형태의 발표이다. 위험이 90% 증가한다니 차이가 매우 커 보이지만 관찰연구이므로 연관성만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연구진은 건강기록 데이터베이스...
2025-11-19 0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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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9> 알고도 효과를 내는 플라시보
정재훈 약사.가짜 약이라는 걸 알려줘도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그렇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연구팀은 편두통 환자 120명에게 플라시보임을 공개한 알약을 3개월간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두통 발생 빈도 자체는 줄지 않았지만 환자의 삶의 질은 개선됐고 두통으로 인한 장애 정도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약효 성분이 없다는 걸 알고 먹은 공개 라벨 플라시보(Open-label placebo, OLP)의 효과였다. 참가자 평균 연령은 34세, 여성이 86%였다. 이들 대부분(85%)은 한 달에 두통 일수가 15일 미만으로 나타나는 삽화성 ...
2025-11-17 0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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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8> 트럼프가 미는 약 효과있을까?
정재훈 약사미국발 건강 뉴스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타이레놀이 자폐 아동 출산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을 펼쳤다. 동시에 대중에게는 생소한 류코보린(leucovorin)을 잠재적인 치료제로 내세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폐 아동 치료를 위해 부모들이 류코보린 칼슘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처방약인 류코보린의 의약품 라벨을 개정해서 의사가 처방하기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해결책이 정말 자폐 아동 치료에 도움이 될까?류코보린은 비타민 B9, 즉 엽산(fo...
2025-11-03 0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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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7> 음식 소음을 잡는 비만 신약
정재훈 약사.피자를 해치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치킨 냄새에 마음이 흔들린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하루 종일 음식 생각이 난다. 배불리 먹고 나서도 아이스크림 콘이 자꾸 떠오른다. 단짠단짠의 루프를 24시간 내내 돌릴 수 있다. 이렇게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끊임없이 음식에 대해 반추하는 현상을 음식 소음(food noise)이라고 한다.과체중·비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음식 소음을 경험하며, 이는 충동적 섭취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런데 위고비 같은 비만 신약을 사용한 뒤 음식 소음이 조용해졌다는 경험담이...
2025-10-27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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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6> 매일 소금물을 마셔야 할까?
정재훈 약사.소금물을 마시는 것이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트위터 CEO 잭 도시(Jack Dorsey)가 공개한 소금 주스 루틴이 출발점이다. 그는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주말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고, 매일 걸어서 출근하며 아침마다 물에 히말라야 소금과 레몬을 타 마시는 루틴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한때 이 음료는 트위터 전 세계 사무실에서도 제공될 정도였다.아침에 물에 히말라야 소금과 레몬을 넣은 음료를 마시는 것은 과연 우리 몸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또 다른 건강 미신...
2025-10-20 0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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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5> 임신 중 타이레놀 먹어도 될까
정재훈 약사.두통이나 발열이 있을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 중 하나가 타이레놀이다. 타이레놀의 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이며, 임신 중에도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이 약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년 8월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의대 연구팀이 46개 연구, 1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고품질 연구...
2025-09-10 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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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4> 항노화 인플루언서 믿어도 될까
정재훈 약사.젊음을 되돌려주겠다는 말보다 강력한 마케팅 도구도 없다. 나이 들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과 하버드 유전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바로 그 욕망을 상품으로 만든 대표 주자다.존슨은 18세의 몸으로 돌아가겠다며 1년에 27억 원을 쏟아붓는다. <노화의 종말>이란 저서로 유명한 싱클레어는 "노화는 질병이며 치료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전 세계 팬덤을 구축했다. 국내 언론도 이 둘을 자주 소개한다. 하지만 화려한 슬로건과 달리 그들이 내...
2025-08-18 0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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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3> 변비약 밤에 먹어도 될까
정재훈 약사.보통 변비약은 밤에 복용하고 다음 날 아침 화장실을 가는 것을 권장한다. 변비만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밤에 푹 자고 싶은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연구팀은 심리학 수업을 듣는 대학생 1,082명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 식습관, 그리고 그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이와 함께 참가자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와 음식에 대한 태도도 평가했다. 그 결과, 유당불내증과 악몽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
2025-07-23 1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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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2> 더위에 주의해야 하는 약
정재훈 약사.더울 때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 약이 우리 몸을 더위에 민감하게 만들고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약과 더위는 주로 세 가지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첫째, 약이 우리 몸의 체온 조절을 방해하여 더운 날씨로 인한 피해 위험을 증폭시킨다. 둘째, 고온이 약 성분을 분해하거나 손상시킬 수 있다. 셋째, 약물이 피부를 햇빛에 더 민감하게 만든다. 모든 약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흔히 쓰이는 약 중에도 우리 몸을 더위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들이...
2025-07-11 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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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1> 페니실린 이야기가 감춘 진실
정재훈 약사.페니실린하면 플레밍부터 떠올린다. 어느 날 창문을 열어둔 실험실에 우연히 날아든 곰팡이가 세균 배양접시에 떨어졌고, 플레밍 박사는 그 곰팡이가 세균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후 항생제의 시대가 열리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마치 영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절반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신화에 가깝다.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1928년 시골 집에 휴가를 다녀온 플레밍은 포도상구균 배지가 곰팡이로 오염되고 그 주변이 말끔하게 비어 있는...
2025-06-30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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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80> 커피 마시면 건강하게 늙을까
정재훈 약사.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노화를 늦추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이를 시사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아직 정식으로 출판된 논문은 아니고 2025년 6월 2일(현지시간) 미국영양학회 연례학술대회 Nutrition 2025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이다.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사라 마다비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간호사 건강 연구(Nurses’ Health Study)'에 참여한 여성 간호사 47,513명을 3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45~60세일 때의 카페인 섭취량을 조사하고, 2016년 그들이 70세 이...
2025-06-23 0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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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9> 혈당 조절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이유
정재훈 약사.혈당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착용하고 식사 때마다 혈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체크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혈당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혈당을 잘 관리하면 망박병증, 신장병증과 같은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혈당치를 낮게 유지하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성인과 중년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엄격히 관리해서 목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좋지만 고령자의 경우에...
2025-06-16 0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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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78> 도파민은 억울하다
정재훈 약사.요즘 유행하는 말 중 하나가 도파민 디톡스다. 영상, 게임, 단 음식, 심지어 친구와의 대화까지 줄이면 삶이 다시 즐거워질 거라고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극적인 세상에서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돼 뇌가 무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치 도파민이 현대인의 모든 중독과 불행의 주범이라도 되는 듯하다.하지만 도파민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건 억울해도 한참 억울한 일이다. 도파민은 직장인이 아침에 졸음을 이겨내고 출근하도록, 학생이 지루함을 견디고 공부를 계속하도록 만드는 뇌 속의 조용한 추진력이다. ...
2025-06-12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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