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개념이 제도화되었다¹. 그 이전에는 영유아 조제식, 체중조절식, 특수질환자용 특수영양식품 등 일부만 관리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 비타민·무기질·오메가-3 등 건강보조용 제품이 급증하면서 제도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정부가 미국의 Dietary Supplement Health and Education Act(DSHEA, 1994)²와 일본의 특정보건용식품(FOSHU) 제도³를 참고해 별도의 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은 대상의 본질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이라 하면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밥, 채소, 과일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외관(外觀)이 정제, 캡슐제, 앰플제 등 의약품 제제와 유사하다. 또 철분·비타민 A·오메가-3 등 고용량 섭취 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철분 과다 섭취 시 간 손상이나 변비가 발생할 수 있고, 비타민 A는 임산부가 과량 섭취 시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어 있는 것처럼, 건강기능식품의 외관과 작용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품’과는 거리가 멀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보다는 ‘제제(製劑)’에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큰 ‘건강기능식품’보다는 ‘건강기능보조제’라는 명칭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건강은 본래 균형 잡힌 식사, 운동, 수면, 절제된 음주와 금연, 긍정적인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보조제’라는 용어에는 이러한 생활습관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을 메워주는 조연(助演), 즉 주(主)가 아니라 보조(補助)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그러나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규정하는 순간 소비자는 이를 건강을 지켜주는 주연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보조제’로 개념을 정한 용어가 주류를 이룬다. 미국은 ‘Dietary Supplement(식이보충제)’라고 명명하여 ‘보충(supplement)’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였고², 일본 역시 ‘특정보건용식품(FOSHU)’을 통해 특정 목적에 한해 보조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를 강조하였다³. 반면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식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의약품 수준의 효능을 기대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간식(間食)처럼 남용하게 할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만약에 ‘보조제’라는 이름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는 “이것이 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기업 역시 무분별한 과대광고가 아닌 보조적 역할을 중심으로 홍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의료인 또한 환자와 소비자에게 보조제의 올바른 위치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가 여러 약물을 복용할 때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보다는 ‘건강기능보조제’라는 명칭이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우려 때문에 제조 및 판매업자들이 ‘보조제’ 대신 ‘식품’이라는 이름을 선호할 것이다.
요컨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부정확한 명칭을 ‘건강기능보조제’라는 솔직하고 정확한 이름으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명칭의 변화는 단순한 언어적 조정에 그치지 않고,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과잉 섭취를 방지하며,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보건복지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2002.
2. U.S. Congress, Dietary Supplement Health and Education Act (DSHEA), Public Law 103-417, 1994.
3.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Foods for Specified Health Uses (FOSHU) 제도 자료,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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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심창구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 명예회장과 서울대 약학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심 교수의 약창춘추 칼럼은 2007년 처음 게재된 이후 현재까지 약 400여 회 이상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3권(약창춘추, 약창춘추2, 약창춘추3) 책으로 묶여 순차적으로 발간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약창춘추3은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시중 인터넷 서점과 약업닷컴 북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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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개념이 제도화되었다¹. 그 이전에는 영유아 조제식, 체중조절식, 특수질환자용 특수영양식품 등 일부만 관리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 비타민·무기질·오메가-3 등 건강보조용 제품이 급증하면서 제도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정부가 미국의 Dietary Supplement Health and Education Act(DSHEA, 1994)²와 일본의 특정보건용식품(FOSHU) 제도³를 참고해 별도의 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은 대상의 본질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이라 하면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밥, 채소, 과일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외관(外觀)이 정제, 캡슐제, 앰플제 등 의약품 제제와 유사하다. 또 철분·비타민 A·오메가-3 등 고용량 섭취 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철분 과다 섭취 시 간 손상이나 변비가 발생할 수 있고, 비타민 A는 임산부가 과량 섭취 시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어 있는 것처럼, 건강기능식품의 외관과 작용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품’과는 거리가 멀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보다는 ‘제제(製劑)’에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큰 ‘건강기능식품’보다는 ‘건강기능보조제’라는 명칭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건강은 본래 균형 잡힌 식사, 운동, 수면, 절제된 음주와 금연, 긍정적인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보조제’라는 용어에는 이러한 생활습관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을 메워주는 조연(助演), 즉 주(主)가 아니라 보조(補助)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그러나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규정하는 순간 소비자는 이를 건강을 지켜주는 주연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보조제’로 개념을 정한 용어가 주류를 이룬다. 미국은 ‘Dietary Supplement(식이보충제)’라고 명명하여 ‘보충(supplement)’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였고², 일본 역시 ‘특정보건용식품(FOSHU)’을 통해 특정 목적에 한해 보조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를 강조하였다³. 반면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식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의약품 수준의 효능을 기대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간식(間食)처럼 남용하게 할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만약에 ‘보조제’라는 이름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는 “이것이 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기업 역시 무분별한 과대광고가 아닌 보조적 역할을 중심으로 홍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의료인 또한 환자와 소비자에게 보조제의 올바른 위치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가 여러 약물을 복용할 때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보다는 ‘건강기능보조제’라는 명칭이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우려 때문에 제조 및 판매업자들이 ‘보조제’ 대신 ‘식품’이라는 이름을 선호할 것이다.
요컨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부정확한 명칭을 ‘건강기능보조제’라는 솔직하고 정확한 이름으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명칭의 변화는 단순한 언어적 조정에 그치지 않고,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과잉 섭취를 방지하며,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보건복지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2002.
2. U.S. Congress, Dietary Supplement Health and Education Act (DSHEA), Public Law 103-417, 1994.
3.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Foods for Specified Health Uses (FOSHU) 제도 자료,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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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심창구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 명예회장과 서울대 약학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심 교수의 약창춘추 칼럼은 2007년 처음 게재된 이후 현재까지 약 400여 회 이상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3권(약창춘추, 약창춘추2, 약창춘추3) 책으로 묶여 순차적으로 발간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약창춘추3은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시중 인터넷 서점과 약업닷컴 북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