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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눈물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6-09-28 09:38 수정 최종수정 2016-09-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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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의 탄광촌을 방문하여 한국인 광부들과 간호사들을 위로한 일이 있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고 있던 그들은 대통령을 만나 서러운 눈물을 쏟았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내가 대학에 있을 때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 부부의 딸인 학생을 만난 적이 있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던 나는 그 학생을 만난 것이 너무 반가웠다. 그러나 정작 그 학생은 너무나 밝고 의연할 뿐 내 관심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 추석 때 티브이를 보니까 김동건씨가 사회를 보는 ‘가요무대’를 방송하고 있었다. 상파울루에 사는 교민들을 위로하는 방송이었다. 브라질 교민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농업이민을 간 분들이다. 초대 가수들은 ‘불효자는 웁니다’, ‘고향무정’ 또는 ‘어머니’ 같은 최루성 가요를 불러대었다.

그런데 교민들 중 눈물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옛날 같으면 객석에 앉은 교민들의 눈물 바다가 연출될 상황이었다. 가수들은 이래도 안 울테냐는 식으로 더욱 슬픈 노래를 불러봤지만 소용없었다. 관객들은 그저 즐겁게 표정으로 고국의 노래를 감상할 뿐이었다. 나는 차라리 K-팝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으면 더 좋았겠네 생각하였다.

3. 왕년의 가수 윤항기씨가 티브이에서 회고하는 내용을 보니, 처음 그룹사운드 키보이스를 결성할 당시 연습할 장소가 없어 고생하다가 영등포에 있는 미군 부대 내에 한 장소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차중락, 차도균 등 당시의 멤버들은 매일 용산역에 모여 영등포 연습장소까지 걸어 갔다고 한다. 버스 비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걸어 가는 도중에 담배 꽁초를 발견하면 서로 주워 피우며 걸었다.

하루는 여럿이 걸어 가는데 어디서 딸그락 소리가 계속 들려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찾아 보니 차중락씨의 구두 앞창이 걸을 때마다 너덜거리며 부딪히는 소리였다고 한다.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그저 음악이 좋아 매일같이 연습에 열중하였다고 한다.

4.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도 과거와 달리 대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을 격려하며 ‘올림픽 게임을 즐겼다’고 말하기까지 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도 이제는 금메달 소식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1986년 임춘애 선수가 아시안 게임 육상 중장거리 부문에서 세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을 때 전 국민이 울던 때와는 딴판이 된 것이다. 참고로 임춘애는 가난은 했지만 라면은 간식으로만 먹었다고 한다.

5. 파독 광부의 딸, 브라질 교민, 윤항기 씨, 임춘애 씨,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이제는 지독하게 어려웠던 그 시절의 눈물을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극복한 게 아닌가 싶다. 그들의 고난과 슬픔은 이미 의연함으로 승화된 듯 하다.

우리는 어느덧 지나온 과거의 눈물 길을 성숙한 시선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된 우리들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새삼 감동이 밀려 온다. 그렇다. 우리들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다.

6. 그런데 감사의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 나랏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청년 세대는 취업난, 결혼난, 육아 및 교육난 등 기성세대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른들은 때때로 “요즘 애들은 얼마나 살기 좋아?” 하지만, 많은 청년들은 심지어 옛날보다 오늘날이 더 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젊은 세대에게 눈물을 강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눈물을 흘리면서도 어떤 일에 목숨을 걸고 집중하여 결국은 승리했던 기성세대의 그 열정을 찬양하고 싶은 것이다. 독일이나 브라질, 또는 영등포나 운동장에서 불태웠던 그 열정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 열정이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다시 한번 불타 오르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하나님 우리나라를 보우하고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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