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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할미꽃(Pulsatilla koreana)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입력 2016-07-06 09:38 수정 최종수정 2016-07-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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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자대학교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덕성여자대학교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윤극영의 ‘할미꽃‘이라는 동요는 너무나 유명해서 가사를 기억하는 독자 분들이 많으리라 짐작 된다. 뒷동산에 할미꽃/가시 돋은 할미꽃/싹 날 때에 늙었나/오호 백발 할미꽃. 할미꽃을 잘 묘사한 동요다.

할미꽃은 이른 봄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어서 모두가 좋아하는 매우 친근한 꽃으로 봄의 전령사다. 아쉽게도 과거에는 흔하던 할미꽃을 지금은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확인되지 않은 불치병 치료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으로 남획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할미꽃뿐만 아니라 많은 야생초가 수난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할미꽃은 매 마르고 볕이 잘 드는 풀밭이나 묘지 근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미나리아제비과에 속한다. 잎과 줄기, 꽃 등 식물전체가 온통 흰 솜털로 덮여 있다. 식물의 털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특히 보온과 수분증발억제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고산지대나 바람이 거센 바닷가 식물 중에 털 가진 식물이 많다. 여러 개의 긴 잎줄기가 뿌리에서 직접 돋아나고 잎은 여러 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꽃줄기도 역시 뿌리에서 직접 돋아나 30-40 센티미터 정도 자라고 4월 초 꽃줄기 끝에 초롱 모양의 짙은 적자색 꽃이 한 송이씩 밑을 향해 달린다.

특징적인 것은 꽃줄기 중간에 잎 모양을 한 포(笣)가 돌려나 있고 줄기 끝 부분이 굽어져서 꽃송이는 자연적으로 밑을 향하게 된다.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꽃 모양으로 변한 것으로 6장으로 되어 있고 꽃송이 내부 중앙에 원통 모양의 수술대에 수많은 노란색 꽃 밥이 붙어있고 암술머리에는 많은 털이 나있다.

꽃이 지고 난 다음에 열린 열매에는 기다란 흰 깃털이 달려서 흰 솜뭉치 모양을 하게 되며 바람에 의해서 솜털 달린 씨앗이 멀리 날라 갈 수 있다. 할미꽃 열매 모습이 마치 백발노인의 머리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백두옹(白頭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할미꽃과 관련된 할머니와 손녀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할머니가 두 명의 손녀와 살았는데 얼굴은 예쁘지만 심보가 나쁜 큰 손녀는 부자 집에 시집가서 잘 살았으나 얼굴은 예쁘지 않지만 마음씨가 착한 작은 손녀는 가나한 산지기에게 시집을 갔다.

부유한 큰 손녀 집에 언쳐 살던 할머니가 구박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손녀 집을 찾아오다가 기력이 다하여 중간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작은 손녀가 집 근처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었는데 이듬해 봄 무덤가에 꽃이 피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꽃을 할미꽃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근래 할미꽃 중에서 동강할미꽃이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강원도 동강 유역의 비탈진 바위틈에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보통 할미꽃과 모습은 같지만 처음 꽃이 필 때는 하늘을 보고 위를 향했다가 시일이 지나면서 점점 아래로 숙인다. 꽃의 색깔이 다양해서 연분홍, 보라, 붉은 자주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처음 발견된 곳이 동강유역이라 동강할미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방에서는 뿌리 말린 것을 백두옹이라 하고 꽃과 잎도 치료에 이용된다. 해독, 해열, 소염에 사용하고 살균, 살충, 설사, 학질(말라리아)에도 사용되는데 항원충작용이 밝혀져 약효가 입증되었다. 항암작용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아네모닌(anemonin)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기원전 1세기 경 출간된 중국의 가장 오래된 한의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도 수록이 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한 정겨운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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