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 전문가들은 이런 정보를 들으면 우선 그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주 오래 전에 민간요법으로 뇌암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난 적이 있었다. 이 기사를 보고 한 의사가 민간요법자에게 찾아가 환자가 뇌암 인지, 또 나중에 뇌암이 완치된 줄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에 민간요법자는 백약(百藥)을 써도 낫지 않던 두통이 자신의 요법으로 사라진 걸 보면 뇌암이 나은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다. 이처럼 질병의 진단 및 완치 판정에 대한 근거(evidence)가 부족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의약 전문가의 두 번째 반응은, 설사 그 요법이 특정 환자에게 유효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례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의 기본인 재현성(再現性)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질병에 대하여 사람들이 믿기 힘든 요법에 귀를 기울이는 현상은 그 병에 대하여 현대의약학이 마땅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약학자는 겸손한 마음으로 반성부터 하여야 할 것이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만 받으면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 어느 암환자가 근거 없는 치료법에 미혹 당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요법을 환자에게 권유하는 것은 범죄 행위가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미확립 요법을 시행하는 동안 환자가 더 좋은, 잘 확립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친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미확립 요법을 시행하는 동안, 나을 수 있었던 병을 불치의 병으로 키우는 결과가 된다면 이보다 더 나쁜 범죄 행위가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환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 동기이었다면 그 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22년전 직장암 3기 수술을 받았을 때 아내의 정성어린 간호 덕택에 나는 지금껏 좋은 결과를 누리고 있다. 아내는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암환자를 만나면 ‘무엇은 먹지 마라, 무엇은 먹으라’며 정성을 다하여 조언을 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런 조언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의 케이스를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으며, 나의 조언으로 오히려 환자의 병원 치료가 방해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최근 가까운 사람이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일본에 가서 중입자 치료를 포함한 최신 치료를 받아 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 등의 정보와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당연히 큰 관심을 보인 환자와 달리, 주변에 있는 상당수의 의료진은 반대 내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그런 방법들이 유효하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는 실력과 양심을 갖춘 의료진으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겠지만, 암 전문의도 막상 자신이 암에 걸리자 민간요법을 사용해 보게 되더라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비전문가인 암환자가 새로운 요법에 미혹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근거 없는 요법에 휘둘리다가 적절한 치료 기회를 잃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되겠지만, 교과서적 논리에 함몰되어 새로운 치료 정보에 스스로 귀를 막는 교만한 사람이 되어 서도 안될 일이다. 생명의 신비는 우리의 논리, 과학의 이해 범위를 뛰어넘어 오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근거 없는 믿음을 하나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왜 암에 걸리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왠지도 모르게 암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치료 기전을 밝혀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의약학자들의 몫이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병이 낫는 것이다. 그리고 나으면 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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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전문가들은 이런 정보를 들으면 우선 그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주 오래 전에 민간요법으로 뇌암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난 적이 있었다. 이 기사를 보고 한 의사가 민간요법자에게 찾아가 환자가 뇌암 인지, 또 나중에 뇌암이 완치된 줄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에 민간요법자는 백약(百藥)을 써도 낫지 않던 두통이 자신의 요법으로 사라진 걸 보면 뇌암이 나은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다. 이처럼 질병의 진단 및 완치 판정에 대한 근거(evidence)가 부족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의약 전문가의 두 번째 반응은, 설사 그 요법이 특정 환자에게 유효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례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의 기본인 재현성(再現性)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질병에 대하여 사람들이 믿기 힘든 요법에 귀를 기울이는 현상은 그 병에 대하여 현대의약학이 마땅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약학자는 겸손한 마음으로 반성부터 하여야 할 것이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만 받으면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 어느 암환자가 근거 없는 치료법에 미혹 당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요법을 환자에게 권유하는 것은 범죄 행위가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미확립 요법을 시행하는 동안 환자가 더 좋은, 잘 확립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친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미확립 요법을 시행하는 동안, 나을 수 있었던 병을 불치의 병으로 키우는 결과가 된다면 이보다 더 나쁜 범죄 행위가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환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 동기이었다면 그 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22년전 직장암 3기 수술을 받았을 때 아내의 정성어린 간호 덕택에 나는 지금껏 좋은 결과를 누리고 있다. 아내는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암환자를 만나면 ‘무엇은 먹지 마라, 무엇은 먹으라’며 정성을 다하여 조언을 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런 조언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의 케이스를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으며, 나의 조언으로 오히려 환자의 병원 치료가 방해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최근 가까운 사람이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일본에 가서 중입자 치료를 포함한 최신 치료를 받아 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 등의 정보와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당연히 큰 관심을 보인 환자와 달리, 주변에 있는 상당수의 의료진은 반대 내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그런 방법들이 유효하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는 실력과 양심을 갖춘 의료진으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겠지만, 암 전문의도 막상 자신이 암에 걸리자 민간요법을 사용해 보게 되더라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비전문가인 암환자가 새로운 요법에 미혹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근거 없는 요법에 휘둘리다가 적절한 치료 기회를 잃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되겠지만, 교과서적 논리에 함몰되어 새로운 치료 정보에 스스로 귀를 막는 교만한 사람이 되어 서도 안될 일이다. 생명의 신비는 우리의 논리, 과학의 이해 범위를 뛰어넘어 오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근거 없는 믿음을 하나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왜 암에 걸리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왠지도 모르게 암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치료 기전을 밝혀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의약학자들의 몫이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병이 낫는 것이다. 그리고 나으면 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