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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앉은부채(Symprocarpus renifolius)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입력 2016-03-30 09:38 수정 최종수정 2016-03-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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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여기저기 잔설이 남아있고 봄을 느끼기엔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 중순 경 산골짜기를 다니다 보면 얼어붙은 땅에서 짙은 자주색 주머니 모양의 식물이 삐죽하니 돋아나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앉은부채다.

모양새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런 모습의 꽃 모양이 아니어서 처음 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저런 모습의 꽃도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대부분의 식물이 아직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는 시기에 피는 꽃 중에 복수초가 있을 뿐이다. 밤에는 분명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 터인데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리도 성급하게 서둘러 땅 밖으로 모습을 들어 낸 것일까?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 할 뿐이다.

앉은부채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응달진 부식토가 많은 곳에 자라며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흔히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것은 꽃이 아니라 불염포(佛焰苞)라는 것이며 천남성과 식물의 특징이다. 이 불염포는 꽃 주변 잎사귀가 고도로 변형되어 형성되며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꽃을 둘러싸고 있는 불염포 내부온도는 외부온도 보다 5Co 정도 높다고 한다. 식물의 보온을 위해서 필요한 열은 뿌리에 저장되어 있는 녹말을 분해할 때 열을 발생시켜 개화기 동안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불염포는 두꺼운 육질로서 자주색 바탕에 진한 갈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나있고 안쪽에 도깨비 방망이 모양을 한 진짜 꽃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공 같은 곳에 수많은 작은 꽃이 달라붙어 있으며 이 작은 꽃들은 각각 4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구성되어 있고 꽃잎은 없다.

수술 머리에는 노란 꽃가루가 붙어있다. 꽃에서는 생선 썩은 냄새 같은 좋지 않은 냄새가 풍기며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서이다. 일단 불염포 안으로 들어온 곤충은 외부보다는 따뜻함으로 오래 머물러 있게 된다. 불염포가 연한 노란색인 것도 있으며 노랑앉은부채라고 하며 개체수가 극히 적어 희귀종에 속한다.

 

꽃이 지기 시작할 무렵 꽃이 나있는 뿌리에서 돌돌 말린 잎이 돋아나며 완전히 자라나면 어른 손바닥보다도 더 큰 탐스럽고 싱싱한 부채모양을 이루게 된다. 6-7월에 옥수수 열매 모양의 빨간 열매가 익지만 야생동물이 뜯어먹어 쉽게 볼 수 없다. 사이즈가 작은 애기앉은부채도 있는데 앉은부채와는 반대로 꽃보다 잎이 먼저 돋아나며 꽃은 7월경에 핀다.

잎 모양새가 부채를 닮았다 하여 앉은부채라는 식물명을 얻었다고 하나 꽃 모양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를 닮았다하여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앉은부채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본에서도 스님의 좌선하는 모습이라는 뜻으로 ’좌선풀’이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향기롭지 않은 냄새를 풍기는 양배추 같은 식물이라는 뜻에서 '스컹크캐비지'(skunk cabbage)라고 부른다. 스컹크는 남 북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족재비과 동물로서 항문에서 심한 악취를 풍기는 동물이다.

이른 봄철은 야생동물이 먹을거리가 없는 계절이다. 독성이 강한 식물이지만 풀이라곤 앉은부채 밖에 없기에 야생동물이 뜯어먹은 자국이 있는 앉은부채를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야생동물이 죽을 정도의 독성은 아닌 모양이나 산나물로 이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어린잎을 데친 후 물에 담가서 독성분을 충분히 제거한 다음에 말려서 저장했다가 나물로 무쳐먹는다. 이런 나물을 묵나물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취숭(臭菘)이라 하고 강심, 진정제로 쓰고 특히 뿌리가 혈압강하 효능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옛날에 뿌리와 잎을 구토증을 없애고 진정제와 이뇨제로 사용한다는 기록이 있다. 알려진 성분으로서 정유성분과 세로토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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