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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쏘오데스까?와 소통(疏通)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6-03-09 09:38 수정 최종수정 2016-03-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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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권력자와 국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노인과 젊은이,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를 비롯한 모든 갑(甲)과 을(乙) 사이에 소통이 잘 되면 오해가 풀리고 서로 이해하게 되며, 마침내 세상의 많은 갈등이 풀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소통이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소통의 첫 단계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傾聽)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딴 생각 또는 내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에 남의 말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속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진다.

우리 손녀는 어쩌다 내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려 들면 “할아버지 나 그거 벌써 알고 있거든” 하며 내 말을 자른다. 나는 민망해져서 “어떻게 알았어?” 물으면, 책에서 봐서 다 알고 있단다. 이렇게 되면 나는 설명을 계속할 수 없다.

이 경우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녀와의 대화이니까 괜찮지만, 만약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둘 사이에 소통은 첫 걸음도 떼기 어려울 것이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경청하는 실제 기술(技術)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일본인의 대화법이 머리에 떠 오른다. 일본 사람은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설사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연신 쏘오데스까? (그렇습니까?)와 혼또데스까? (정말입니까?)를 반복해 준다.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창(唱)이나 마당극에서 얼쑤! 하며 추임새를 넣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맞장구를 쳐 주면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내 말을 경청하는구나 생각하고 신이 나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된다. 상담전문가에 의하면 사람은 속 마음을 대화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말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대화 초장(初場)에 경청해 주지 않으면, 상대방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단계로 까지 대화가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혹시 일본 사람들의 맞장구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라 단지 습관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무라이 문화가 빚은 ‘남에 대한 공포감’에서 비롯된 반응일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사무라이가 말씀하시는데 감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죽음을 자초(自招)하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일본인들은 상대방의 말씀 사이사이에 그렇습니까? 정말입니까?를 반복함으로써 ‘어르신 말씀을 계속 잘 듣고 있으니 계속하시옵소서’ 하는 의미로 이런 추임새를 넣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는 ‘쏘오데스까’는 우리 창에서의 신명나는 추임새와 달리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아부(阿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는 사무라이가 없었기 때문에 남, 특히 약자(弱者=乙)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갑은 을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도 있었다.

이 지점에서 나는 경청을 위하여, 그리고 소통을 위하여 우리도 일본인처럼 맞장구를 치거나 우리 고유의 추임새를 장려하는 운동을 펴보기를 제안한다. 당장에 진심으로 맞장구를 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므로, 우선은 기계적 또는 반사적으로 맞장구 치기 운동을 펴 보는 것은 어떨까? 
교회의 상담 전문가는 ‘상대방의 말을 고대로 따라 하기’를 제안한다.

예컨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엄마 나 오늘 선생님이 혼내서 기분 나빴어”라고 하면, 엄마는 일체의 다른 소리를 하지 말고 “오늘 선생님이 혼내서 기분이 나빴구나”라고만 하라는 것이다. “니가 뭘 잘못했길래 혼을 내셨겠지!”라고 말하고 싶더라도 꾹 참고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주라는 것이다.

나는 우리도 그냥 일본 사람처럼 ‘그렇습니까? 그래요? 정말이요?’를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삼일절 아침에 일본인 흉내를 내자는 주장이 좀 거시기(?) 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배울 건 배워야지 어떠하겠는가? 참고로 나는 아침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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