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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수마트라 약대에서의 세미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5-10-07 09:38 수정 최종수정 2015-10-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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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9/18-9/20) 인도네시아(인니)의 수마트라 섬의 메단(Medan)시에 있는 국립 수마트라 (Sumatera) 약대에 가서 약물송달(Drug Delivery)에 관한 강의를 하고 왔다.

수마트라 섬은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 북쪽에 위치한 인니 최대의 섬이며, 메단은 인니에서 세 번째로 인구(200만명)가 많은 수마트라 최대의 도시이다. 자카르타 까지는 인천에서 항공기를 타고 7시간, 메단까지는 자카르타에서 다시 국내선을 갈아타고 2시간을 가야 한다.

메단 공항에 도착한 나는 나를 초청한 수마트라 약대의 B교수와 함께 약 40분간 전철을 타고 메단 시내로 들어 갔다. 전철은 우리나라 회사가 건설하였다고 하는데 열차가 매우 깨끗하고 세련되었다. 메단역에 내려 자동차를 타고 폴로니아라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가는 도중의 거리 모습은 여느 동남 아시아 국가들과 비슷하였다. 도로에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차들은 좌측으로 달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 식당에 가보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 좋아 보였다. 아침 식사 후 세미나가 열리는 수마트라 약대의 강당으로 갔다. 거기에는 무려 700여명의 청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약대의 학부 학생 들이었다.

수마트라 약대의 한 학년 당 학생 수는 300명이며, 그들의 90%는 여학생이라고 한다. 수마트라 약대 외에도 메단에는 학년 당 학생수가 100~150명에 이르는 사립 약대가 2개 더 있다고 하였다.

인니의 경우, 약대는 4+1년제로 학생들에게는 4년간 공부하여 약학사로 졸업할 수 있는 길과, 추가로 1년간 실무 연수 교육을 받아 약사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두 길이 열려 있었다. 과거에는 5+1년제였었다고 한다.

인니는 오래 전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이었던 이 나라의 역사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로부터 인니의 교육 연한이나 학생수, 기타 의약분업 등의 제도가 우리보다 더 잘 정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미나는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식전 행사로 4명의 여학생이 무대에 올라 인니 전통 춤을 추었고, 조직위원장, 학장, 약사회장 등이 축사를 하였다. 나는 나노파티클을 이용한 항암제의 타기팅(targeting)에 대하여 강의하였다. 나와 B교수의 오전 발표가 끝나자 점심 시간이 되었다. 학생들에게는 현장에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 배급되었다. 오후에는 학생들의 발표가 있다고 한다.

점심 시간에 무대에서는 20여명이 합창을 하였다. 무슨 노래인가 들어보니 예수님을 찬양하는 영어 찬송이었다. 무슬림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찬송가를 부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B 교수도 크리스천이었다.

점심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칠팔 명씩 그룹을 지어 나한테 와서 기념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30분이 지나도 사진 찍기가 끝나지 않을 정도로 희망자가 많았다. 학생들은 사진을 찍은 뒤 악수를 할 때에 내 손을 자기들 머리에 갖다 대었다. 축복을 받기 위한 무슬림의 전통 같았다.

학생들은 대체로 키가 작았고, 여학생들은 히잡(hijab)을 쓴 사람이 많았다. 히잡의 길이가 길수록 엄격한 무슬림이라고 하는데, 학생들은 대부분 짧은 히잡으로 머리만 가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친절하고 명랑하였다.

다음 날 B교수와 함께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 교회에 출석하였다. 그 교회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 지은 교회이었다. 대부분이 무슬림인 인니의 크리스천 비율은 인구의 10%이나, 메단에서는 30%에 달한다고 한다. 어쨌거나 크리스천과 무슬림이 잘 지내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인니에는 수마트라 섬에만 20개의 언어가 존재할 정도로 다양한 종족들이 함께 산다. 그러나 각 종족은 표준 인도네시아 언어를 배워 서로 잘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한민족이면서도 남북으로, 또는 영호남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의 마음 밭이 몹시 부끄러웠다.

이반 여행은 우리보다 다소 뒤떨어져 보이는 어떤 나라로부터도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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