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타이틀 텍스트
<174> 카네이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5-05-20 09:38 수정 최종수정 2015-05-20 09:47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5월 8일은 어버이 날이다. 옛날에는 어머니 날이라고 했는데, 그럼 아버지 날은 없느냐 하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니까, 1970년대에 인심 쓰듯 어버이 날로 개명하면서 아버지를 끼워 준 것이다.

나는 어버이 날 아침이면 반드시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어버이 날 아침에 아래층에 사는 장남 내외가 카네이션을 안달아 주어 몹시 삐진 일이 있었다. 자식이 버젓이 있는데 어버이 날에 꽃 하나 못 얻어 단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아내와 아들 며느리는 우리 아버지가 촌스럽게 카네이션 달기를 바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도 젊었을 때에는 내가 늙어서 카네이션이나 바라는그런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으니까.

아들 며느리가 내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주기를 바라게 되면서부터, 나는 96세의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시겠구나 깨닫게 되었다. 요즘 아버지 가슴에 카네이션 생화 한 송이를 달아 드리고 껴 안으며, ‘아버지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 드리면 흐뭇한 표정으로 밝게 웃으신다. 나도 덩달아 흐뭇해진다.

카네이션 꽃 달기에 관한 나의 원칙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반드시 어버이날 아침 외출 전에 부모님께 달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에 달아드리는 것은 게으름이며 불효이다. 두 번째로는 부모님 먼저 달아드리기 전에는 내 가슴에 꽃을 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옛날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의 숨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왜 어머니가 생전에 며느리가 밥상 차려 드리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셨나 이제는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아내가 이석증(耳石症)으로3주간이나 어지러워 하는 중에 두 며느리가 교대로 우리 집에 와서 여러 번 밥을 차려 주었는데, 그걸 받아먹는 기분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었다. 며느리가 설거지까지 하고 간 날에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한 나이를 먹으면 누가 나한테 인사를 잘 하고, 어디 아픈데 없으시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물어 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에 이런 대접을 못 받으면 적잖이 나음이 섭섭해진다.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이 유치한 것 같지만, 저절로 그리 느껴지니 어찌 하겠는가? 교양이 있는 척 하는 사람일수록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나이 먹은 사람은 누구나 다 똑 같이 느낄 것이라는 것이 최근의 내 확신이다.  

교회에서 잘 아는 어떤 분이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아내 되는 분이 그깟 갑상선 가지고 뭘 걱정이냐고 시늉도 주지 않았단다. 그분은 아내의 이런 반응에 큰 상처를 받고 섭섭해 하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 걱정해 주고 기도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마도 늙어서 섭섭하고 삐지는 것은 우울증처럼 피할 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자식들은 자기 살기 바빠서 부모들의 감정을 살필 여유가 없다. 사실 자식 탓할 것 하나도 없다. 나도 젊었을 때 부모님 감정까지 깊이 신경 쓰고 살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의 섭섭함은 내가 다스려야 할 나의 과제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크리스천에게는 교회가 있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다 보면 이런 저런 말씀으로 위로를 받는다. 매 주일 교회 예배에 참석한다고 치면 일년에 적어도 52번의 위로를 받는 셈이다. 각박한 세상에 이처럼 반복해서 위로를 받을 곳이 달리 없을 것이다.  

헨리 모리슨 이라는 선교사가 40년간의 아프리카 선교 사역을 마치고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 오는 배에, 마침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사냥을 하고 돌아 오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함께 타고 있었다. 뉴욕 항구에 배가 들어서자 레드 카펫이 깔리고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교사를 마중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선교사는 적잖이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 때 저녁 노을 사이로 이런 음성이 들려 왔다고 한다. “헨리야,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아직 고향에 돌아 온 것이 아니란다”.

크리스천에게 참된 위로는 하늘에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땅에서도 위로가 있기를 바란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에스엘티지, AI 검사 기반 통합장비 'PRINS25'…"인쇄·검사 올인원"
린버크, 조기 고효능 치료 전략 속 1차 옵션 부상
바이오솔루션 이정선 대표 “서울대병원 ‘카티라이프’ 공급, 맞춤형 재생치료 이정표 마련”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74> 카네이션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74> 카네이션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