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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사랑하게 하옵소서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5-01-14 09:38 수정 최종수정 2015-02-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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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에게는 큰 아들로부터 얻은 손녀가 셋, 작은 아들로부터 얻은 손자가 한 명 있다. 우리 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면 서로 저부터 우리 품에 안기려고 경쟁적으로 달려든다.

마치 어미 새에게 먹이를 달라고 짹짹거리는 제비 새끼들의 모습이다. 우리 부부는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순간 누구를 먼저 안아 주어야 좋을지 몰라 잠시 행복한, 그러나 심각한 (?) 고민에 빠진다. 일등으로 안긴 아이는 좋아하지만 그러지 못한 못한 아이는 토라지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나는 “아! 아이들은 누가 자기를 사랑해 주는 것을 바랄 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구나!” 깨닫는다.

그런데 돌아보니 저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어린 손주들뿐이 아니었다. 아들 며느리도, 부모님도, 그리고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사실은 어린 손주들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나도 손주들이 나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면 살짝 서운해진다. 아내도 똑 같은 심정이란다. 그래서 또 깨닫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도 사랑 받기를 갈구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화초와 같은 식물들도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잘 자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모든 생명체는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인가 보다.

그렇다면 사랑은 생명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예수님도 사랑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고 하셨다 (막 12:31). 

문득 하나님도 사랑 받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에 놀란다. 하나님은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신 6:5)”고 하셨고, 스스로를 ‘질투하는 하나님 (수 24:19)’이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다시 한번 사랑은 미물(微物)에서부터 하나님에 이르기까지 무릇 모든 생명의 전제 조건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문제는 우리가 그 중요한 사랑을 받기만 원하지, 남에게 잘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남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솔직하다’라는 미명(美名) 하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함은 종종 위험한 것이다. 솔직함보다는 오히려 아부가 더 유익할 때가 적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종종 신혼부부에게 부부간의 솔직한 대화가 제일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직장인들에게는 상사에게 솔직히 말하지 말라고까지 조언한다.

상처를 줄 우려가 큰 솔직한 말 대신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관계 개선의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고 사는 어느 며느리에게 누군가가 귀뜸을 했단다. ‘석 달만 밥상에 계란찜을 올리며 “어머니 맛있게 잡수세요” 하며 웃으면 틀림없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다’고. 희망에 찬 며느리는 정성껏 그리 하였다.

석 달 후 어떻게 되었을까?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진심으로 예뻐하게 되었고, 이에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정말로 돌아가실까 봐 진심으로 걱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며느리의 가짜 사랑(아부)이 고부(姑婦) 간의 갈등을 참 사랑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가짜 사랑이 이 정도일진대 참 사랑은 위력은 얼마나 막강하겠는가?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 13:35)”. 

나는 우리 교회의 많은 분들이 예수님 말씀대로 ‘서로 사랑하기’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찔리고 부끄러워진다. 그 때마다 나는 소극적이고 비겁한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제 입술을 주장하사 상대방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만 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또 나이가 들수록 웬만한 사람은 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이 글은 2014년 11월 2일 온누리 교회 신문의 장로순환 칼럼에 같은 제목으로 실은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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