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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으름덩굴(Akebia quinata)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입력 2014-12-31 10:00 수정 최종수정 2015-02-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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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봄이 무르익어 갈 무렵인 4-5월경 시골 길가나 야트막한 산에서 덩굴나무에 꽃자루가 유난히 긴 암자색 꽃이 많이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으름덩굴 이라고 하는 식물인데 으름덩굴과에 속하며 5m 정도 자라고 황해도 이남에 분포한다. 꽃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꽃의 크기가 서로 다른 2가지 종류의 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은 꽃이 수꽃이고 큰 꽃이 암꽃이다. 수꽃과 암꽃이 같은 나무에 각각 따로 피는 식물인데 이런 식물을 암수한그루(자웅동주,雌雄同株)라고 한다.


3개로 갈라진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진짜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발달한 것이다. 수꽃에는 6개의 수술과 6개의 퇴화된 암술이 있고 암꽃에는 3-6개의 암술과 6개의 퇴화된 수술이 있다. 다시 설명하면 암꽃과 수꽃에 각각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지만 필요 없는 것 즉 수꽃에는 암술이 그리고 암꽃에서는 수술이 필요 없음으로 퇴화되어 형태만 갖추고 있는 것이다. 으름나무에 피어있는 암꽃과 수꽃의 비율은 수꽃의 수가 암꽃보다 3배 정도 더 많다. 여름에 6-10 cm 정도 크기의 열매가 여러 개 열리며 가을에 엷은 갈색으로 익고 완전히 익으면 봉합선을 따라 길게 갈라져서 속살이 들어난다. 모양이 바나나 모양이고 달고 맛있어서 한국산 바나나라고도 하며 씨가 많이 들어있다. 입자루가 긴 난형 또는 타원형 작은 잎이 5개씩 붙어 있는 겹잎을 갖고 있다.


암수한그루 식물인 으름나무에는 수꽃의 수가 암꽃에 비해서 3배 많다고 했는데 이것은 으름덩굴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열매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꽃가루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3배 정도 많이 필요하다. 암꽃을 수분시키기 위해서는 꽃가루가 수꽃에서 암꽃의 암술로 이동해야하는데 스스로 이동할 수 없음으로 이 과정에서 바람의 도움을 받거나 곤충과 같은 매개동물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꿀과 향기가 있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은 더 많은 매개동물을 유인하기 위한 자구책인 것이다.

으름덩굴 꽃도 진한 향기를 발산한다. 화분의 이동과정에서 화분의 손실이 불가피함으로 수꽃이 수적으로 많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야만이 되도록 많은 암꽃이 꽃가루받이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꽃은 꽃가루받이가 끝난 이후에도 후손인 씨앗을 생산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기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하고 중도탈락 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암수한그루 식물뿐만 아니라 암꽃과 수꽃이 가각 다른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자웅이주, 雌雄異株) 식물에서도 관찰된다. 수나무가 암나무에 비해서 수적으로 많다.

꽃가루받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암꽃과 수꽃 간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그 방법의 하나가 한 꽃 안에 수꽃과 암꽃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다. 속씨식물은 80% 이상이 한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갖춘 암수한꽃을 피운다. 암술과 수술이 바로 이웃하고 있음으로 매개동물이 한 번 방문할 때 꽃가루의 공간 이동거리가 짧아서 효과적으로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이동시킬 수 있으며 꽃가루의 손실은 최소한으로 줄어들 수 있다. 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을 관찰함으로서 진화과정의 합리성을 이해할 수 있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자연의 모든 현상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으름나무는 모든 부위가 활용되는 매우 유익한 나무이다. 가지 말린 것을 목통(木桶)이라 하여 이뇨작용이 있어서 한약재로 이용되고 줄기는 바구니 재료로 쓰이며 열매는 팔월찰(八月札)이라 하여 말린 것은 약재로 쓰이고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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