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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연구자의 장기근속 - 신약개발 성공의 급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4-08-06 09:38 수정 최종수정 2014-08-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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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슈퍼박테리아를 타깃으로 삼은 동아에스티(ST)의 항생제 ‘테디졸리드(제품명 시벡스트로)’가 파트너사인 미국 큐비스트 사의 손을 통해 미국 FDA의 신약 승인을 받았다. 국산 신약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LG생명과학의 항균제 ‘팩티브’ 이래 11년 만의 경사이다.

동아ST는 어떻게 이런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동아ST는 국내 제약기업 중 신약개발 능력을 갖춘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동아ST의 전신(前身)인 동아제약이 ‘박카스’로 돈을 벌 때 ‘제약회사가 물장사로 돈을 번다’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아는 그렇게 번 돈을 신약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오늘의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 경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신약개발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은 돈일 것이다. 박카스든 제네릭이든 또는 개량신약이든 돈을 벌 수 있는 품목을 개발하여 돈을 버는 것이 급선무이다.

돈이 있어야 신약개발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부는 개발된 신약에 대해 적정한 약가(藥價)로 이윤을 보장해 줌으로써 신약 개발에 도전할 용기를 낼 수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제약산업이 규제가 많은 제약(制約)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친 제약은 산업 자체를 고사(枯死)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신약개발의 충분 조건은 아닐 것이다.

나는 ‘장기근속(長期勤續)-이 신약개발 성공의 급소(急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주지(周知)하는 대로 신약개발은 10여 년에 걸친 꾸준한 연구의 결과로 간신히 수확되는 과실이다. 그래서일까? 신약개발 강국인 일본의 경우, 신약개발 관련 직원은 평생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다. 한편 대부분의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2-3년이 멀다 하고 연구개발 직원이 회사를 옮긴다. 이래가지고서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리 만무(萬無)하다.

그런데 동아(쏘시오홀딩스 + ST)의 경우, 총 210여명의 연구자 중 10년 이상 근무자가 약 70명(20년 이상 16명, 30년 이상 3명), 즉 전체의 32%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국내 회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장기근속자가 많은 것이다. 이쯤 되는 연구소라면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 적어도 어이없는 실험을 하느라고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경험을 축적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장기근속’이 바로 경쟁력인 것이다. 

왜 동아에 다니는 직원들은 이직(離職)을 잘하지 않았을까? 1970년대에 동아제약 연구소에 근무하던 대학 동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날 회장님이 연구실에 나타나서는 ‘내가 약에 대해 무얼 압니까? 다 여러분들 연구의 결과로 회사가 굴러가는 거지요’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한다. 마치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 어느 날 저녁 갑자기 KIST를 방문하여 연구원들을 난롯가로 불러 놓고 커피를 권하면서 ‘우리나라의 앞날은 여러분 손에 달렸습니다’라고 격려했던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이런 회사라면 직원들이 경솔히 이직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성심껏 연구에 정진하게 될 것이다.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약개발을 지향하는 회사라면 연구직종사자들의 장기근속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구자들에게 정년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의 애사심과 연구의욕에 불을 지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다고 사주(社主)가 연구에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런 간섭을 인격 침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연구자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장기근속자가 많은 기업에 어떤 형태로든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끝으로 사족(蛇足) 하나. 약계(藥界)는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였을 때, 총리를 모시고 좀 거창한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 리베이트 등으로 얼룩진 국내 제약기업의 대 국민이미지를 기회가 되는대로 제고(提高)하는 것도 신약개발 환경을 만드는데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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