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복주머니란은 난초과에 속하며 해발 500-600 m 깊은 산 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5월에 커다란 진한 분홍색 꽃을 피운다.
분홍색 이외에 흰색 또는 노란색도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극히 드물다. 야생화 촬영 다니던 초보시절 이 꽃을 처음 만났던 순간의 흥분과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불행이도 이 아름다움 때문에 부분별한 채취로 말미암아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지금은 야생상태에서는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종의 식물이 되었다.
아쉽게도 아직 법적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아름다운 꽃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꽃의 향기는 별로이며 오줌 냄새를 약하게 풍긴다. 이 꽃은 독특한 꽃모양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커다란 둥근 꽃이 아래로 늘어진 모양새가 개의 불알을 닮았다 하여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한편 요강을 닮았다고 요강꽃 이라고도 부른다. 일부 식물학자들은 이름이 너무 야하고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하여 복주머니란 이라는 예쁜 이름을 새로 지어 부르기 시작했다.
위로 40-50 cm 정도 뻗은 줄기에 3-5개의 커다란 주름진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고 줄기 끝에 계란만한 커다란 홍색 꽃송이가 달린다. 야생화는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지만 복주머니란은 극히 드물게 큰 꽃을 피운다. 꽃은 3개의 꽃받침과 3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지는데 꽃받침과 꽃잎의 색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꽃받침과 꽃잎 모두가 꽃으로 인식된다. 둥근 공 모양으로 아래쪽으로 늘어져 달려 있는 것이 입술꽃잎이 발달한 것이고 순판(脣瓣)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2개의 꽃잎은 좌우로 기다랗게 타원형으로 뻗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열매에는 수 만개의 씨가 들어 있고 익으면 스스로 터져서 씨가 퍼져나가는 삭과(蒴果)이다. 자연 상태로 뿌려진 씨는 거의 발아하지 못하고 뿌리가 번져서 번식하지만 자생지에서 캐다가 다른 지역에 옮겨 심으면 2-3년 안에 모두 죽어 버린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푼돈을 벌기 위해 무단채취를 계속함으로서 식물자체가 멸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1753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는 복주머니란의 속명을 시프리페디움(Cypripedium)이라고 했는데 입술꽃잎의 모양이 “비너스가 신고 다니던 슬리퍼”와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시프리스(cypr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 비너스를 뜻한다.
복주머니란은 대단한 관광가치를 갖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옮겨 심는 것이 불가능함으로 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