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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영어 교육 - 아엠어 보이?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4-07-09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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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영어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음식이 별로 내 입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은 잘 하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으나 영어는 아직까지도 거북하기 짝이 없다.     

내가 학교 다닐 때의 영어 교육은 실례지만 좀 웃기는 수준이었다. 당시의 영어 교사는 대개 회화를 할 실력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아는 어떤 젊은 영어 선생이 1년간 휴직하고 영국에 가 있었는데, 체류 중 가장 노심초사한 것은 자신이 한국에서 영어 교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이었다고 한다. 사실 영어권에 가서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보고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 노릇을 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외국어를 제대로 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도 제법 알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외국어는 당연히 원어민이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원어민 선생을 채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니, 배부른 ‘원어민’ 타령은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한다. 대신 한국인 영어 교사가 가르치는 ‘우리식 영어 교육’으로 논점을 좁혀 보기로 하자.

누구나 느끼듯 우리의 영어 교육은 지나치게 문법 위주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회화를 잘 하는 영어 교사가 드물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영어 교육 중 회화 교육의 비중이 작은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작은 회화 교육마저 내용이 매우 부실하였다는 점이다

언젠가 대학 후배를 만났는데 자기는 학교 다닐 때 거의 영어 회화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나마 몇 개 배운 회화도 ‘아이 엠어 보이, 유아러 걸’ 같은 실제 미국 사람을 만나면 절대로 사용할 일이 없는 말들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걸 배우고 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여태까지 미국 사람을 만나 ‘아이 엠어 보이’라는 말을 주고 받아 본 적이 없다. 도대체 내가 소년인지 소녀인지를 말해야 알 사항이란 말인가? ‘몇 개 안 되는 회화라도 실제로 쓰임새가 있는 말을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 후배의 말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이었다.

며칠 전 우리말을 잘하는 어떤 외국인이 티브이에 나와, ‘한국인은 사람을 처음 만나면 몇 살이냐, 결혼했냐, 아이는 몇이냐? 등 서양 사람들은 여간 해서는 묻지 않을 질문들부터 한다며 이상해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관심이 있지만, 미국인들은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영어부터 배우고 있는 셈은 아닌지 모르겠다.  

1988년에 미국 인디애나주 라피엣시에 갔을 때 도착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보건소에 전화를 걸 일이 생겼다. 큰 용기를 내서 걸었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뭐라고 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당황하면 대개의 한국 사람들이 그러듯 나도 “예스” 하면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 보니 아마 ‘끊지 말고 기다려라 (홀드온)’고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겨서 할 수 없이 끊었었다. 미안하다’고 하며 태연한 척 변명을 했던 기억이 있다.

또, 미국에 이민 가서 20년 이상 텍사스 주의 한 병원 약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친구와 함께 차를 탄 채로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 주문 창구에 들어 가 햄버거를 주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주문을 받은 종업원 아가씨가 스피커를 통해 뭘 되묻는데 나는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쟤가 지금 뭐라는 거냐?” 고 물었더니 이 친구 왈, 자기도 모르겠단다. “에?” 나는 놀라서 “아니 미국에 산지 20년도 더 된 친구가 이런 간단한 영어도 못 알아 듣냐?”고 했더니, 이 친구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여 가로되, “야, 사실 나 못 알아듣는 영어 많아” 하는 것이 아닌가? 아!!

결론은 우리나라 학교에서 “아이 엠어 보이” 따위를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참, 미국에 가 보니 ‘맥도날드’가 아니고 ‘맥 다널드’가 맞는 발음이었다. 으이구! 뭘 하나라도 제대로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끝으로 이상의 내용은 내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름을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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