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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때문에’와 ‘덕분에’의 차이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4-06-25 10:10 수정 최종수정 2014-06-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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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일 중에서 가장 뜨거운 과일은?” 지난 봄 교회 수련회에 갔을 때 열린 퀴즈 대회에서 나온 문제이다. 순간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천도 복숭아”라고 외쳤다. 며칠 전 일곱 살짜리 큰 손녀 예나가 알려 준 적이 있어서 답을 알고 있던 문제였다. 조그만 상품을 타고 돌아 온 나는 예나를 만나 고마움을 표하였다. “예나야, 너 때문에 할아버지가 교회에서 퀴즈를 맞혀 선물을 받아 왔다.

고마워”. 그랬더니 예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그런 때는 ‘예나 때문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예나 덕분에’라고 해야 하는 거야, 그것도 몰라?” 손녀한테 멋지게 한방 먹었지만 손녀 바보인 나는 ‘어린 애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까?’ 신통한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2. 6월 8일 저녁, 교회에서 목사님 설교를 들었는데 주제가 바로 ‘때문에’와 ‘덕분에’ 이었다. 설교 내용은 신기하게도 예나의 말과 닿아 있었다. 그 일부는 다음과 같았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금지된 과일인 선악과(善惡果)를 따먹었다. 이에 하나님이 노(怒)해서 물으셨다. “아담아 네가 어쩌다가 그 나무 열매를 따먹었느냐?” 아담이 대답하였다. “하나님께서 함께하라고 제게 주신 그 여자 때문입니다. 그 여자가 제게 그 열매를 주어서 제가 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이브에게 물으셨다. “네가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이브가 답했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먹었습니다. 뱀 때문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인류는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평생 수고하며 산 후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3. 구약의 ‘요나서’를 보면 요나는 자신이 싫어하는 큰 성읍인 니느웨에 가서 말씀을 선포하라는 하나님 명령을 피해, 욥바(현 텔 아비브)에 가서 배를 타고 다른 도시인 다시스로 도망가려고 하였다. 하나님의 명령이 이스라엘 땅에서만 유효한 줄로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요나가 탄 배가 바다 한 가운데에 이르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침몰할 위기에 처하였다. 사람들은 왜 이런 풍랑이 일었을까 수군대기 시작하였다. 요나는 이 풍랑이 자신의 불순종에 기인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함께 배에 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풍랑이 일어난 것은 나의 불순종 때문입니다. 나를 바다에 던져 버리세요. 그럼 풍랑이 잔잔해 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요나를 바다에 던졌다. 그러자 정말 사납던 바다가 곧 잠잠해졌다. 요나가 ‘나 때문’ 이라고 인정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담과 이브가 ‘너 때문이야’ 라고 둘러대니 온 인류가 화(禍)를 입게 되었고, 요나가 ‘나 때문이야’라고 인정하자 그 ‘덕분에’ 모든 승객이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 혹시 이 말씀이 세월호 사고에도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 때문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너 때문이야’라고만 하는 세상이라면 사고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 성경에서 ‘덕분에’의 하이라이트는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돌아가신 ‘덕분에’ 온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람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구원받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수님의 ‘덕분’은 실로 그 크기를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가 예수님의 전후(前後)로 BC와 AD로 갈라지게 된 것일 것이다.

5. 끝으로 예나의 깨알 자랑 하나를 추가하기로 한다. 봄날 어린이 집 뜰에 핀 노란 꽃 하나가 쉽게 지는 걸 보고 아쉬워 하는 예나에게, 내가 위로의 말을 하였다. “예나야, 어차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란다. 알겠지?” 그랬더니 예나가 바로 되물었다. “왜? 하나님 계시잖아?” “으윽” 나는 즉시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고 이렇게 기도 드렸다. “하나님, 제 얕은 믿음을 용서하시옵소서.”

손녀 손자와의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하나님을 뵙고 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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