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타이틀 텍스트
<149> 매뉴얼, 매뉴얼 !!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4-04-30 10:08 수정 최종수정 2014-04-30 10:33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지난 4월 16일, 제주도 수학여행길의 고등학생들을 비롯한 승객 476명이 탄 배 ‘세월호’가 침몰하는 큰 사고가 발생하였다.

국민들은 우선 사고의 엄청난 크기에 놀랐다. 승선자 중 구조된 사람은 174명에 불과하였다. 무어라 사고 당사자 및 가족들을 위로할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는 순간이다. 다음으로는 탈출을 진두 지휘했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앞장선 도망 소식에 아연실색(啞然失色)하였다. 우리의 민도(民度)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가? 끝으로 사고 일주일 째인 4월 22일 현재까지도 실종자의 대부분을 구조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 등 관계 당국의 우왕좌왕과 느린 구조에 분개하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있는 정부가 이 정도로 무능할 수 있는가? 

그나마 작은 희망은 민간 잠수부를 비롯한 5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현장에 모여들어 헌신적으로 인명 구조 등을 돕고 있다는 뉴스뿐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매뉴얼(manual)’을 개혁하고 ‘매뉴얼을 지키는’ 것이 재발 방지책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매뉴얼이라고 하면 역시 ‘매뉴얼 공화국’인 일본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는 지진 등 예상되는 거의 모든 사고에 대비하는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2011년 대지진 사고를 당했을 때, 그들이 대처한 특정 방식은 우리에겐 사뭇 답답한 것이었다. 그것은 재난 지역 주민들에게 상당 기간 마실 물을 공급하지 않은 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런 경우에 물을 공급하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같으면 헬리콥터에 물병을 싣고 가서 하늘에서 떨어뜨리면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우리는 그런 사고로부터 ‘비상시에는 매뉴얼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적당히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대응을 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아! 아주 드문 천연재해까지 고려하여 매뉴얼을 보완해야겠구나’라는 정반대의 교훈을 얻었을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왜 그토록 매뉴얼을 중시(重視)할까? 첫째는 매뉴얼대로 대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티브이를 보니 ‘일본의 경우 작년 해난 사고의 구조율이 94%'라는 자막이 보인다. 매뉴얼 덕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외국의 것을 번역하는 식으로 매뉴얼을 급조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매뉴얼을 만드는 자세부터 성실하게 배워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사고 관련자들이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경우에는 면책(免責)을 받지만, 제멋대로 조치하면 엄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매뉴얼은 그저 참고 사항일 뿐이었다. 매뉴얼대로 조치했는가 여부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매뉴얼의 개혁’하고 ‘매뉴얼의 준수’ 해야 한다. 우선 매뉴얼의 개혁은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현장에 근무하는 사람들 (이번 경우는 선장 및 선원들)의 의견을 100% 반영해서 정비해야 한다. 표현이 애매하거나 다른 규정 또는 매뉴얼과 상충(相衝)되는 매뉴얼은 고쳐야 한다. 현장에서 따를 수 없는 매뉴얼은 매뉴얼 경시 (輕視) 풍조를 낳을 뿐이다.

대책의 두 번째는, 사고 시 관계자가 매뉴얼대로 조치하지 않았을 경우 엄중(嚴重)하게 책임을 묻는 일이다. 다소 심하게 말하자면, 매뉴얼대로 조치한 경우에는 사고 규모가 아무리 커도 관계자의 책임을 가볍게 해 주지만, 반대로 섣부른 임기응변으로 조치한 경우에는 설사 사고 규모가 다소 작아졌더라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매뉴얼을 따르는 버릇이 전 국민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대형 참사의 슬픔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웨스트파마슈티컬서비스 “주사제 ‘용기·투여 시스템’까지 검증 필수”
창고형 약국 공세…'가격으론 못 이긴다' 동네약국 생존법은
진스크립트, 리브랜딩으로 과학·기술 위에 ‘상업화 경쟁력’ 더하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49> 매뉴얼, 매뉴얼 !!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49> 매뉴얼, 매뉴얼 !!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