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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베토벤과 신데렐라의 몰락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4-04-03 13: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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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1)

지난 2월 7일 회사 업무로 일본 미야자키에 갔었을 때 일본 TV와 신문은 소위 ‘디지털 시대의 베토벤’ 사기 사건으로 법석을 떨고 있었다.

일본에 사무라고치 라는 천재적인 작곡가가 있었다. 그는 후천적 귀머거리 행세를 하면서 ‘히로시마 교향곡 제1번’ 등 수많은 명곡을 작곡하여, 수많은 일본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디지털 시대의 베토벤’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었다.

그랬는데 최근 모 방송국이 사무라고치를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한 음악대학의 시간 강사인 니이가키 라는 사람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라고치는 귀머거리가 아니며, 그 동안 그가 발표한 음악들은 전부 자기가 대신 작곡해서 바친 것’이라는 폭탄성 고백을 하게 되었다. 그는 18년 동안 약 700만엔을 받고 20곡 이상을 작곡해 ‘베토벤’에게 받쳤다고 한다.

(사건2)
지난 1월 28일 일본 고베(神戶)의 이화학연구소 소속 오보카타 하루코(30) 연구주임이 몰려든 기자들에 둘러싸인 채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그는 이날 체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25분간 담그는 것만으로, 인간 신체를 구성하는 어떤 세포로도 자라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하였다. 그는 이를 ‘스탭(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자극 유도만능) 줄기세포’라고 명명하였다. 이 줄기세포는 기존의 유도만능 줄기세포에 비해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데다 제작 방법도 간단해 인류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꿀 발견으로 평가 받았다.

이튿날인 29일에는 권위 있는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같은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일본 언론들은 ‘만능세포 대변혁, 세계가 흥분’, ‘생물학계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며 오보카타의 연구 성과를 대서특필하였다. 2011년 유도만능 줄기세포(iPS)로 노벨상을 받은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도 STAP 줄기세포의 우수성을 인정하였다. 미모의 오보카타는 곧 ‘연예인급’ 명사가 되었다.

상황이 반전된 건 불과 보름 만인 2월 13일이었다. 인터넷 과학사이트 등에서 “논문에 부자연스러운 이미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3월 10일에는 논문 공동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 [야마나시(山梨)대학] 교수마저 공개적으로 논문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환호했던 일본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기 시작하였다. 오보카타는 마침내 14일 논문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젊은 여성 과학자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일본판 ‘황우석 사태’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묵상)
사무라고치 사건을 듣고 나는 무엇보다도 그가 18년이나 들키지 않고 귀머거리 행세를 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사람이 아무리 귀머거리 행세를 하려고 해도 무슨 소리가 들리면 무심코 반응하게 마련인데, 어떻게 18년이나 들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 더구나 그가 대중들 앞에서 강연도 하였다고 하니, 그의 감쪽같은 연기는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사건은 내 지론대로 일본인이 사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생긴, 일본이니까 생길 수 있는 일본 특유의 사건이 아닌가 한다. 아마 다른 나라 (특히 우리나라) 같았으면 그의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질러보는 사람이 하도 많아 결코 한 달도 귀머거리 행세를 지속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오보가타 사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지기 쉬운 경쟁심과 명예욕이 빚은 사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가 논문을 철회한 것은 사진이 중복으로 사용되었다는 등의 사소한(?) 잘못 때문으로, ‘STAP 세포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는 견해도 있는 모양이므로 사태를 조금 더 지켜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온누리 교회의 하용조 목사님은 생전에 설교를 통해 “들킨 죄인은 감옥에 있고, 안 들킨 죄인은 여기에 계시다” 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 때 온 좌중이 다 크게 웃었지만, 나는 내심 가슴에 찔리는 바가 있었다.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이 아니면 우리는 결코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존재임을 점점 더 깨달아 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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