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어떤 노총각이,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자 친구 (여친)와 부모 허락 하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온 후 여친 집에 정식으로 인사를 갔더니, 돌연 여친의 부모가 이것 저것 심문하듯 캐 묻더란다. 그리고 며칠 후, 결국 여친으로부터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 세대로서는 아연실색 (啞然失色)할 이야기이다.
문득 아내를 처음 우리 부모님께 인사 드렸을 때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속으로는 며느리 감이 마음에 드신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결혼은 중대사이니 신중하게 생각해라” 라고 조금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아마 우선은 시아버지의 체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며느리 감이 마음에 들어도 시아버지가 대놓고 ‘좋다’고 하기는 좀 ‘거시기’ 한 것이 우리네 체면 아닌가? 게다가 좀 더 잘난 며느리 감을 데리고 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당시의 아버지로서는 적당한 반응을 보여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부모는 결코 그런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 (持論)이다. 오늘날의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우선 부모들은 그 자리가 며느리 (사위)감을 보고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갑 (甲)의 자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건 아주 옛날 고리짝 이야기이다.
애들이 인사를 왔다면 이미 그들은 결혼할 생각이 있는 것이다. 요즘같이 결혼하기 어려운 시대에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런데 거기다 대고 감히 며느리 감이 어떠니 저떠니 함부로 (?) 부모 의견을 말해? 그렇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후의 일을 한번 미리 예상해 보자.
(경우 1) 부모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이 성사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천만 다행이긴 하지만, 부모는 자기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두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60대 할머니를 만났더니, 옛날에 자기가 첫 인사를 드렸을 때 시어머니 자리가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그 생각만 하면 다 늙은 지금에 와서도 팔순 시어머니한테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식는다는 것이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어짜피 결혼을 시킬 요량이면 공연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후환 (며느리의 박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우 2) 결혼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이다. 이 때에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요즘같이 결혼하기 어려운 시대에 언제 새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까닥하면 내 자식이 끝내 결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못난 자식은 부모에 대한 반발로 아예 결혼을 하지 않으려 들기도 한다. 이 경우 부모는 자식이 결혼하지 못한 (또는 안 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된다. 얼마나 끔직한 일인가?
혹시 운 좋게 새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 경우에도, 처음 데리고 왔던 사람보다 부모 마음에 더 드는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심한 경우에는 부모에게 복수하려는 듯 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 수도 있다.
(결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결혼의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부모가 첫 인사 온 며느리 (사위)감에게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아주 간단 명료하다. 보자마자 “아이구 이처럼 훌륭한 배우자 감을 데리고 나타나다니 내가 정말 복이 많구나. 우리 가문의 영광이다. 열렬히 환영한다”라고 말해야 한다.
오늘날 선 보는 자리는 어찌 보면 부모가 사위 (며느리) 감에게 인사를 드리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부모는 을 (乙)이다. 부모는 내 자식이 누구를 데리고 나타나더라도 오직 ‘열렬히’ 환영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따야 한다. 그래야 여생 (餘生)이 순탄하다. 1인자에게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가 큰 화를 당한 북한의 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결혼 문제에 있어서 을인 부모는 갑인 아들 딸을 오직 “열렬히 환영” 하는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아! 어쩌다 세상이 이리 되었나’ 하는 개탄은 자식들을 다 결혼 시킨 후 천천히 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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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떤 노총각이,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자 친구 (여친)와 부모 허락 하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온 후 여친 집에 정식으로 인사를 갔더니, 돌연 여친의 부모가 이것 저것 심문하듯 캐 묻더란다. 그리고 며칠 후, 결국 여친으로부터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 세대로서는 아연실색 (啞然失色)할 이야기이다.
문득 아내를 처음 우리 부모님께 인사 드렸을 때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속으로는 며느리 감이 마음에 드신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결혼은 중대사이니 신중하게 생각해라” 라고 조금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아마 우선은 시아버지의 체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며느리 감이 마음에 들어도 시아버지가 대놓고 ‘좋다’고 하기는 좀 ‘거시기’ 한 것이 우리네 체면 아닌가? 게다가 좀 더 잘난 며느리 감을 데리고 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당시의 아버지로서는 적당한 반응을 보여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부모는 결코 그런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 (持論)이다. 오늘날의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우선 부모들은 그 자리가 며느리 (사위)감을 보고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갑 (甲)의 자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건 아주 옛날 고리짝 이야기이다.
애들이 인사를 왔다면 이미 그들은 결혼할 생각이 있는 것이다. 요즘같이 결혼하기 어려운 시대에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런데 거기다 대고 감히 며느리 감이 어떠니 저떠니 함부로 (?) 부모 의견을 말해? 그렇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후의 일을 한번 미리 예상해 보자.
(경우 1) 부모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이 성사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천만 다행이긴 하지만, 부모는 자기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두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60대 할머니를 만났더니, 옛날에 자기가 첫 인사를 드렸을 때 시어머니 자리가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그 생각만 하면 다 늙은 지금에 와서도 팔순 시어머니한테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식는다는 것이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어짜피 결혼을 시킬 요량이면 공연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후환 (며느리의 박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우 2) 결혼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이다. 이 때에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요즘같이 결혼하기 어려운 시대에 언제 새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까닥하면 내 자식이 끝내 결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못난 자식은 부모에 대한 반발로 아예 결혼을 하지 않으려 들기도 한다. 이 경우 부모는 자식이 결혼하지 못한 (또는 안 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된다. 얼마나 끔직한 일인가?
혹시 운 좋게 새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 경우에도, 처음 데리고 왔던 사람보다 부모 마음에 더 드는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심한 경우에는 부모에게 복수하려는 듯 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데리고 나타날 수도 있다.
(결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결혼의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부모가 첫 인사 온 며느리 (사위)감에게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아주 간단 명료하다. 보자마자 “아이구 이처럼 훌륭한 배우자 감을 데리고 나타나다니 내가 정말 복이 많구나. 우리 가문의 영광이다. 열렬히 환영한다”라고 말해야 한다.
오늘날 선 보는 자리는 어찌 보면 부모가 사위 (며느리) 감에게 인사를 드리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부모는 을 (乙)이다. 부모는 내 자식이 누구를 데리고 나타나더라도 오직 ‘열렬히’ 환영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따야 한다. 그래야 여생 (餘生)이 순탄하다. 1인자에게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가 큰 화를 당한 북한의 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결혼 문제에 있어서 을인 부모는 갑인 아들 딸을 오직 “열렬히 환영” 하는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아! 어쩌다 세상이 이리 되었나’ 하는 개탄은 자식들을 다 결혼 시킨 후 천천히 해도 결코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