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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근하신년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4-01-15 10:06 수정 최종수정 2014-01-1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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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도 그야말로 다사다난, 즉 기쁜 일과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다시 이렇게 무사하게 새해를 맞게 되었다. 이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라고 믿는다. 어려운 일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이 더 많았다. 우선 지난해 여름 학교를 정년퇴직하게 된 것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5월 16일에 직장암 3기로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정년퇴직’이라는 것은 꿈만 같은 신기루였는데, 그 꿈이 작년 8월말에 실현된 것이다. 그야말로 “dreams come true”였다. 게다가 나는 제자들이 마련해 준 거창한 정년 기념연을 받기까지 했다. 기념연에서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정년을 맞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고 인사말을 했는데, 솔직한 내 마음의 표현이었다.

정년 후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전혀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내 인생에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할 때 앞으로의 인생에도 은혜가 함께 하실 것을 믿는 믿음으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작년 9월부터 모 회사에 고문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능력이 부족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 해 조금이라도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기도하며 지내고 있다.

우리 교회의 금년도 표어는 “은혜 (恩惠)와 진리 (眞理)”이다. 은혜와 진리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 그 균형은 은혜와 진리가 50%씩을 차지하는 균형이 아니라, 각각이 100% 이면서 이루는 균형이라야 한단다. 은혜란 무엇일까? 아마도 죄인 또는 자격 없는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사랑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진리란 무엇일까? 목사님은 옳은 것을 추구하는 의(義)라고 설명하였다.

은혜는 사랑이니까 참 좋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란 우리의 모든 죄를 무조건 눈감아 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 죄를 하나님께서 대신 감당해 주시는 것이라 한다. 자라는 아이의 잘못을 무조건 눈감고 용서하면 아이는 삐뚜로 자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참사랑이 아니고 은혜도 아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때때로 무엇이 옳은 일인지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세상에는 진리보다 오피니언 (opinion)이 권세를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라면 과학적 진리에 그리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진리에 순종해야 한다. 다만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이 진리인지 깨닫기 쉽지 않고, 어렵사리 그 진리를 깨달았다고 해도 그 진리를 남에게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피니언이라는 미명 (美名)하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주장이 진리를 대신하게 방치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닐 것이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은 종종 여론을 오도 (誤導)하고 있지 않은가?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오피니언은 많은 경우 우리를 불편하게 구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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