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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군대 이야기 세가지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3-01-09 10:23 수정 최종수정 2013-01-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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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소한 지지는 않을 수 있었는데.
 

1974년 봄 원주의 한 부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옆 부대와의 축구 시합에서 1:0으로 지고 난 우리 부대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부대 간부는 전 중대원을 식당에 ‘집합’시켜 바닥에 무릎을 꿀렸다. 일종의 기합이었다. 그리고는 인사계를 맡아 보면 이 상사님이 훈시를 시작하였다. 긴 잔소리가 있었지만 요점은 ‘너희들 요새 군기가 빠졌다’는 것이었다. 요샛말로 빠져도 ‘너~무” 빠졌다는 말씀이었다. 까닥하면 연병장 집합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분에 못 이겨 이 말 저 말을 반복하던 이 상사님이 갑자기 나에게 화살을 돌렸다.

“심병장, 자네 생각에는 왜 우리 부대가 축구 시합에 졌다고 생각하나?” 라고 물었다. 나는 무슨 용기에서 그랬는지, “예, 저는 아무래도 우리가 골을 먹었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골만 먹지 않았으면 최소한 비길 수는 있었던 시합이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 순간 식당 안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 엄숙 (?) 했던 분위기가 일순에 깨진 것은 물론이다. 이 상사님도 이미 웃음 바다가 된 상황을 되돌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 들 일어나 내무반으로 헤쳐!”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해서 그 기합은 끝이 났다. 내 재치로 기합에서 풀려난 동료들은 모두 나를 고마워 했다. 그 후 이 상사님은 나만 보면, “심병장, 뭐 우리가 골을 먹어서 졌어? 나 참!” 하면서 웃곤 하였다. 군대 시절 드물게 좋았던 추억의 한 조각이다.

2. 누굴 장기판의 졸 (卒)로 보나?

내가 군인이었을 때 유신 헌법으로의 개정에 대한 찬반 투표가 있었다. 투표 용지를 보니 “나는 대통령의 중요 정책을 (1) 지지한다 (  ), (2) 반대한다 (  )” 라고 써 있는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질문 내용은 유신 헌법에 대한 찬반을 묻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표를 앞두고 닭고기를 실컷 먹었던 이야기를 잠시 회고하고자 한다.

투표일을 닷새쯤 앞두고부터 식당엘 가면 매일 삶은 닭 한 마리씩이 나왔다. 그것도 혼자서 다 먹기 어려울 정도도 큰 닭이….  평소에는 겨우 고기 몇 점씩을 구경하던 사병들은 “야, 군대 참 좋아졌다. 이 참에 우리 말뚝 박자”고 좋아라 하였다. 며칠간 지겹게 닭고기를 먹는 중에 투표일이 지났고, 이와 함께 닭고기도 식단에서 사라져 버렸다. 사라져도 너~무 오랫동안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이상해서 취사 담당 최상병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최상병은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셨어요? 금년 내내 먹을 닭고기를 지난 닷새간에 다 먹은 겁니다” 라고.

이 말을 들은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아무리 군대의 졸병이지만, 누굴 장기판의 졸 (卒)로 보나? 그럼 여태까지 내 닭을 당겨 먹고 좋아한 것 아닌가?”. 지금 생각해도 불쾌한 추억이다. 참고로 당시 최상병은 훗날 우리나라의 연극 영화계의 스타가 된 최종원씨였다. 

3. 왜 이러시나?

원주 38사단에서 신병 교육을 마친 우리 일행 몇 명은 하루 반쯤 군용열차를 타고 경남 사천에 있는 육군 항공학교에 가게 되었다. 특과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육군항공학교에 들어서니 최상병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반갑게 마중하면서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라고 경어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이러시나? 이러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빳다를 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훈련소에서 온갖 욕설과 거친 말을 들어 온 우리들에게 경어는 오히려 가장 공포스러운 어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상병의 경어는 그 후에도 변함없이 계속되었다. 알고 보니 최상병은 기독교 군종 사병이었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최상병의 그런 태도 때문이었을까? 어느덧 나는 항공학교 안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였다. 

지나고 보니 다 아련한 군대의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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