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은사 (恩師)이신 이상섭 교수님의 강권에 못 이겨 일본에서 찾아 온 약학사 (藥學史) 연구 그룹에게 우리나라의 5000년 약학사를 약 90분에 걸쳐 소개한 일이 있었다. 그 때에는 고 김신근 교수님이 쓰신 책
1) 을 대충 정리하여 슬라이드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7-8명의 일본 학자들이 묵고 있는 호텔방 벽에 슬라이드를 비추어 가며 설명하였는데, 나름대로 그들에게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다음해인 2007년 4월 14일에 ‘일본약사 (藥史) 학회’ 총회에 초청을 받아 같은 제목으로 특강을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2007년에 우리나라 약학회지
2) 에, 그리고 2008년에 일본약사학잡지(藥史学雜誌)
3) 에 한국약학사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게 되었다.
이 때부터 자의반타의반 (自意半他意半) ‘약학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의 관심사는 옛날 약학사가 아니라 근세 약학사이다. 옛날은 차치 (且置)하고 근세의 약학에 관한 기록도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한국약학대학교육협의회 (藥敎協)의 김대경 이사장으로부터 ‘한국약학사’ 를 편찬해 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걱정이 되었지만 사명감 때문에 ‘해보겠다’고 대답하였다. 내가 ‘해 보겠다’ 라고 대답한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2008년에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학술연구-약학’ 이란 책 4) 을 잘 보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이 책은 학술원 회원이신 이상섭 박사님이 편집책임을 맡으시고, 역시 학술원 회원이신 김낙두, 김영중 두 박사님과, 이승기, 심창구, 박정일, 김진웅 교수가 집필 및 편집위원으로 참여하여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학술원이 일반에게 널리 보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학인 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약학의 현황을 나름대로 잘 정리하고 있다. 부탁을 들은 며칠 후 이상섭 교수님을 경유하여 이 책을 ‘참조’하여 새로운 책을 만들 때에 문제는 없는가에 관한 학술원의 조언을 들은 다음, 한번 발간의 책임을 맡아 보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 후 10월 15-20일에 미국약학회 (AAPS, 시카고)에 다녀 오며 이 책의 발간에 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 때 떠 오른 아이디어는 G7 프로젝트 이후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수행한 연구 프로젝트를 정리하면 우리나라 신약 연구의 흐름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마침 학회에 참석하신 ‘신약개발연구조합’의 이강추 회장님과 여재천 상무님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대 찬성이었다. 여상무는 한걸음 더 나가 조합의 역사, 신약개발 관련 법규의 제정 배경 등에 대해서도 정리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우리나라와 재미 (在美) 한인 약학자 간의 교류 모임인KAPSA나 SBR, 또는 KASBP 같은 모임의 역사를 정리함으로써 우리나라 약학과 미국 약학의 상호작용을 알아 보자는 것이었다. KAPSA에 대해서는 전 회장인 성균관대 박은석 교수에게, 그리고 SBR 과 KASBP에 대해서는 각각 안창호 박사와 현 회장인 BMS의 한용해 박사에게 글을 부탁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편 미국 약대에서 교수로 근무하는 한인 약학자들, 미국 FDA (안혜영 박사) 와 NIH (김희용 박사)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약학자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내친 김에 한국 약학자의 미국 (김병각), 유럽 (문창규, 권순경) 및 일본 (이은방) 유학사까지 정리한다면 우리나라 약학과 해외 약학과의 교류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 같았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도가 제법 높은 ‘한국 약학사’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1) 김신근, 한국의약사 (韓國醫藥史), 서울대학교 출판부, 서울 (2001)
2) 심창구 외, 한국약학사, 약학회지, 51(6), 361-382 (2007)
3) 沈昌求 外, 韓國の 藥學, 藥史学雜誌, 43(2), 128-139 (2008)
4) 이상섭 외, 한국의 학술연구, 자연과학편 제9집 –약학, 대한민국 학술원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