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에 교육감이 시찰을 나왔다. 지구본을 하나 들고 5학년 수업시간에 들어 가 반장에게 물었다. “이 지구본이 왜 23.5도 비뚤어져 있는지 아나?” 반장 왈,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 원래 사올 때부터 그렇게 삐뚤어져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교육감은 담임 선생님에게 물었다. 담임 선생님은 “반장 말이 맞을 겁니다. 걔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화가 치솟은 교육감은 이번에는 수행하던 교장에게 물었다. 교장은 지구본을 한참 이리저리 조사하더니 드디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 이거 국산품이군요. 국산품이 다 그렇죠 뭐”. 교육감은 말문을 닫고 발길을 돌렸다.
이 우스개 소리는 국산품의 품질이 형편 없었던 옛날에 많은 공감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국산 TV가 소니 제품보다 비싸게 팔리고, 중국산 농수산식품을 국산이라고 속여 파는 시대가 되었다. 그 정도로 국산품의 품질이 좋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한류 (韓流)의 덕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국산 의약품이 나설 차례이다.
최근 한 제약기업이 ‘제네릭’을 발매하기로 결정을 하고서도 이 사실이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는 걸 꺼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네릭이란 특허 보호 기간이 끝난 외국 회사의 약을 모방하여 만든 약인데 시중에서는 흔히 ‘복제약’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제네릭을 법적으로나 매스컴에서나 ‘후발의약품’이라고 부른다. ‘복제약’은 웬지 남이 만든 약을 불법으로 손쉽게 베꼈다는 뉴앙스를 풍기지만, ‘후발의약품’은 조금 나중에 만든 약일 뿐이라는 한결 밝은 뉴앙스를 풍긴다. 앞서 말한 회사는 점잖은 회사가 복제약을 만든다는 세간의 오해가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도 제네릭을 ‘후발의약품’으로 부르기를 제안한다. ‘복제약’ 이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약뿐만 아니라 제네릭을 만드는 일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수한 품질의 제네릭을 값싸게 만들어 환자에게 제공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제네릭 생산을 조금도 꺼림칙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테바’라고 하는 제네릭 전문 회사는 BMS를 제치고 세계 11위의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였다. 화이자 같은 미국의 메이저 제약회사들도 최근 속속 제네릭 제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의 제네릭 관(觀)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국산 제네릭과 관련하여 다행인 것은 이들의 품질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역사는 제제가공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제제를 만드는 기술에서 우리가 어느 나라에 뒤질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식약청의 인증이 이를 입증한다. 무조건 오리지널 회사가 만든 약의 품질이 더 좋은 줄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오해이다. 오리지널 회사가 새로운 신약의 개발에 있어서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제네릭 약을 합성하고 제제로 가공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들보다 못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제네릭은 이미 구조와 제법이 다 공개된 약이기 때문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에 비해 싸게 만들어 팔 수 있다. 신약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싼 제네릭은 국가 의료보험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정부는 신약은 신약대로, 제네릭은 제네릭대로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오리지널과 품질이 똑 같아 한다며 특히 제네릭을 규제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막상 제네릭이 따라 가야 할 오리지널의 품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 예컨대 오리지널 약의 용출 (溶出)이 로트 별로 달라져도 이를 규제하는 아무런 조항이 없는 것이 실정이다. 이제 정부는 제네릭을 보다 공정한 자세로 밀어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회사들도 어깨를 펴고 말해야 한다. “제네릭이 어때서?” 라고.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이거 국산 맞죠?” 하는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날, 그 날이 바로 국산 의약품의 한류 시대가 열리는 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