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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2개 국어 : 냐옹 아니 멍멍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2-02-01 09: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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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좇던 고양이가 쥐를 거의 덮치려는 순간, 쥐가 자기 집인 쥐구멍으로 쏙 들어 가 버렸다. 아쉬운 표정으로 쥐구멍 앞에서 앉아 있던 고양이는 갑자기 멍멍 개소리로 짖기 시작하였다. ‘아이구, 십년감수 (十年減壽) 했네’ 하며 가쁜 숨을 몰아 쉬던 쥐는 한참 동안 개 짖는 소리만 들리자 ‘이제 고양이가 갔나 보네’ 하며 슬그머니 쥐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물론 고양이는 이 때다 하고 잽싸게 쥐를 낚아채었다. 쥐를 입에 물고 이렇게 한 말씀 하시는 것이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엔 2개 국어는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니까”. 유머 책에서 본 이야기이다.

얼마 전 교회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옆에 있는 애 엄마가 더 고마워 하였다. 평소에 영어 배우기를 싫어하던 자신의 애도 “아 이제는 정말 영어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나 보다” 이해했을 것이라며 말이다. 초등학교 학생이 영어를 배울 정도로 오늘날 영어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수단이 되었다. 문자 그대로 고양이(우리나라 사람)도 개소리(영어)를 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2년 전 영어 학원 개원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학원은 원어민 (原語民) 선생들이 영어 회화를 잘 가르치기로 소문이 난 체인형 학원이었다. 이 학원에 다니면 미국에 가지 않아도 누구나 영어를 술술 말할 수 있게 된단다. 그렇다면 이런 학원이야말로 영어 때문에 미국 등지로 처자식을 떠나 보내는 ‘기러기 아빠’를 줄여 주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영어 학원 사업은 일종의 ‘애국 사업’이라는 취지의 축사를 하였다.  

애한테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애와 엄마를 미국에 보내고, 한국에 혼자 남아 뼈빠지게 돈을 벌어 이들에게 부치는 아빠를 ‘기러기 아빠’ 라고 부른다. 내 기억에 기러기 아빠의 역사는 삼십년도 넘은 것 같다. 기러기 아빠의 숫자도 수만 명을 넘은 느낌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강남에서 조금 삽네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미국 등에 보내고 있다. 실제로 강남에서 조그만 식당을 하고 있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애들을 미국에 보냈다. 그리고는 나더러 왜 애들을 한국에서만 공부를 시키냐고 질책하기도(?) 하였다. 내 보기에 그 식당은 애들 뒷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로 영세해 보였지만, 그 사람은 애들을 미국에 보낸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운 것 같았다.

기러기 아빠들이 미국 등지에 부치는 돈은 막대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악 영향을 미치는 규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돈보다도 더 큰 문제는 적지 않은 기러기 아빠들의 가정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와 아내를 미국에 보낸 아빠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이상 ‘기러기’ 생활을 하게 된다. 아빠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이런 가정을 가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런 가족을 진정한 의미에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간다. 그 정도로 기러기 아빠들의 생활은 비참(?)하다는 이야기이다. 내 친척 동생도 10여 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였는데, 그 동안 그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고생을 하였고 애꿎은 형수는 다 늙은 시동생 뒤치다꺼리에 없던 병까지 얻었다. 오랜 기러기 생활 끝에 이혼을 당하는 아빠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가정이 완전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들에게 국내에서 영어를 잘 가르치는 일은 경제와 가정 양면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차대한 일이 되었다. 그러므로 무슨 특단의 대책이라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예컨대 학생들에게 아무개의 회화책을 강제로 외우게 하거나, 아니면 원어민 선생이 가르치는 영어학원을 장려해서라도 국내에서 영어 회화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스마트 폰이 발전하면 자기 고유의 언어로 말해도 자동으로 상대방 언어로통역되는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어쩔 수 없다. ‘개소리로도 짖을 수 있는 고양이’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냐옹, 아니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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