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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동일본 대지진
사람을 두려워하는 나라, 일본 (8)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1-03-16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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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지난 3월 11일 규모 9.0의 대강진과 10m가 넘는 쓰나미가 동일본을 덮쳤다. 너무나 비극적인 재난에 두려움과 함께 일본과 일본인에게 간절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더구나 이번 지진의 피해를 많이 본 센다이 (仙台)시는 내가 다음 번 글에서 소개하려는 동북대학의 테라사끼 교수가 사는 곳이다. 테라사끼 교수는 내가 금년 5월 1일에 우리대학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특강을 부탁해 놓은 상태이었는데, 그날 이후 소식이 두절되었다. 간신히 3월 15일 오후에 일본의 다른 교수와의 통화를 통해 그 가족이 안전하다는 간접적인 소식을 들어 그나마 조금 안심하고 있다.

이렇듯 심란한 마음으로 지내던 중 3월 14일 중앙일보를 펴 드니 일본인이 이런 대 재앙을 만나서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는 기사가 크게 실려 있었다. 신문에 의하면 놀랄만한 일은 ① 대피소의 양보 (우동 10그릇, 50명이 서로 “먼저 드시죠”), ② 남 탓은 안 한다 (원망하거나 항의하는 모습 TV에 안 보여), ③ 재앙 앞 손잡기 (의원들 정쟁 중단 … 작업복 입고 현장으로), ④ 침착하고 냉정 (일본 전역에서 약탈 보고 한 건도 없어), ⑤ 남을 먼저 생각 (“내가 울면 더 큰 피해자에게 폐 된다”)의 다섯 가지이었다. 나는 이 기사를 쓴 기자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일본인의 훌륭함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우리 아들은 일본 사람들은 마치 로봇 같다고 하였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칭 일본 전문가인 나로서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었다. 일본인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내 주장, 즉 ‘일본 사람은 사람을 두려워한다’라는 설을 강변하기는 좀 그렇지만, 일본사람들은 중앙일보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남에게 메이와쿠(迷惑, ‘남에게 끼치는 폐’를 뜻하는 일본말)를 끼치지 않는 것을 교육의 제1조로 삼고 있다. 그 교육, 그 정신으로 사는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위에 말한 다섯 가지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일본 시리즈 첫 편인 약창춘추 67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같은 광고 카피는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카피이다. ‘개구장이’란 남에게 메이와꾸를 끼치는 아이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남에게 폐를 끼치는 아이라도 좋다고? 일본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소리인 것이다.

최근 나는 일본 사람들이 “사람 (人)”이라는 표현을 쓸 때에는 내가 아닌 ‘남’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일본 사람들은 ‘사람 (人, 히또)에게 메이와꾸를 끼치면 안된다’고 할 때의 사람이란 실은 남을 가르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사람이라고 할 때에는 남이 아닌 나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에 처했을 때에 ‘사람 살려!’ 하거나, 남에게 맞았을 때 ‘어 이놈이 사람 치네’, 또는 ‘사람 잡을 놈이네’ 라고 할 때의 ‘사람’이란 실질적으로는 ‘나’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람’ 이란 표현을 써서 인간이나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을 거론하지만 실제로는 ‘나’라는 존재를 크게 보이게 하려고 사용하는 표현인 것이다. 아무튼 나를 인간이라는 집단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우리와 달리, 남을 인간의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타적 (利他的)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설 (却說)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진심으로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일본을 돕는 일이다. 위안부 할머니도 돕겠다고 나선 마당에 행여 정부나 국민이 과거의 감정에 억매여 돕기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본을 우리의 사랑으로 감동시키자. 일본을 격려하고 돕는 일은 실은 우리의 그릇을 키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일본인들에게 간절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일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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