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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내사랑 예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0-08-25 10: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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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으로부터 태어난 우리 손녀 예나의 나이는 방금 25개월, 우리 나이로 3살이 되었다. 정말 예쁘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손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동네 사람들도 예나를 만날 때마다 다들 예쁘다고 난리다. 접대용 멘트가 아닐 것이다. 김연아를 닮아 똘똘하고, 잘 웃고, 총명하고, 귀여운 예나를 보고 예쁘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나를 보는 재미로 산다. 안보면 못 견딘다. 다행이 아들내외가 우리 집 근처에 살아서 정말 아침 저녁으로 예나를 볼 수 있다. 요즘 아내에게 고백하였다. “당신하고 연애할 때 보다 예나가 더 보고 싶어. 나 예나하고 연애하는 것 같애” 라고. 둘째 손녀 예원이도 태어난 지 방금 2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은 첫 사랑 예나 편 이다. 예나가 한참 말을 배워 쪼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무얼 설명해 주면 알아듣지도 못한 것 같은데, ‘아 그렇구나’ 한다. 그럼 나는 귀여워 반 죽는다. 그래서 예나가 ‘하부지가 안아 줘’ 하면, 나를 선택해 준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기쁘게 안는다. 옆구리가 결려도 파스를 붙이며 참는다.

자식보다 손주가 더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사실이다. 두 아들이 어렸을 때보다 더 귀엽고 더 소중하고, 걱정도 더 된다. 누군가 말하기를 손주는 내 책임이 덜 하기에 더 귀엽단다. 그럴 듯도 하기도 하나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사는 재미가 온통 예나에 달려 있다. 그래서 당신들의 손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실 수 없으셨던 내 부모님들이 안되어 보이신다. 어떤 분이 늦둥이 아들을 낳고는 오래 살려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도 예나가 시집갈 때까지 살 수 있을까를 따져 보기도 하고, 오래 살긴 해야겠구나 생각을 하곤 한다.  

집사람은 손주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밥 먹이고 기저귀 갈고 돌봐 주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 나는 밥은 먹이지만 기저귀는 갈아주지 않는다. 데리고 나가 놀아 주긴 하지만 옷을 입히지는 않는다. 요컨대 나는 귀찮은 일은 안하고 데리고 놀기만 하니까 별로 힘들지 않다. 더구나 집사람이 애를 봐주니까 나는 당당하게 아들 집, 아니 며느리 집을 드나들 수 있어 좋다. 그래서 틈틈이 집사람을 꼬드긴다. ‘여보 이 나이에 애 보는 것 빼놓으면 뭐 달리 즐거워할 일이 있겠소? 누구네는 손주들이 미국에 살아서 보지도 못한대. 우린 가까이 사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치?’ 아내도 이내 손주만 보면 비타민을 먹은 듯 피로가 풀린다며 동의한다. 

나는 애를 야단치지 않는다. 악역을 담당하기 싫기 때문이다. 야단은 제 부모나 할머니보고 치라고 한다. 심지어 사고 싶은 것 있으면 다 사줄 테니까 할아버지 앞에서 뒹굴라고까지 가르친다. 식구들은 할아버지가 애 버릇 다 버려 놓는다고 야단이다. 그래도 나는 마이 웨이를 갈 것이다. 왜냐고? 예나는 야단칠 필요가 없는 아이임과 동시에 오냐 오냐 한다고 삐뚤게 자랄 애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출생 직후의 예나로부터 순진무구 (純眞無垢)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자라면서 말을 배울수록 밥 먹으라고 하면 ‘안 먹어’ 하고, 장난감을 치우라고 하면 ‘아니야, 이따가 할께’ 한다. 배운 말을 어른 말을 안 듣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또 배운 그 말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어린이 놀이터에 데리고 가면 ‘그네를 태워라, 뒤에서 세게 밀어라. 할아버지도 옆 그네에 타라’ 등 시키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말의 용도가 원래 거절하고, 시키는 이런 것이었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는 우리 예나가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되도록 오랫동안 순진무구 상태를 유지하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설사 때가 좀 묻더라도 나는 예나를 끝까지 예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나는 영원한 내 사랑, 내 운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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