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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과거로부터 미래를 믿는다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0-07-07 09: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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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돌아 보면 구비구비 긴 인생 길을 용케도 돌아 돌아 오늘 이 자리에 도달해 있구나 감탄할 때가 적지 않다. 우리 부부는 공부를 잘 하는 큰 아들의 미래를 설계하곤 했었다. 몇 살에 대학을 나오면, 몇 살에 무얼 시키고 등등의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그 아들이 대학을 다니다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망막에 이상이 생기고 보니, 하나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세운 ‘사람의 시간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절망적이던 아들의 병은 뉴욕에서 약국을 하는 친구와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망막 박리를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친구의 조언과 헌신적인 도움으로 말끔히 나았다. 이 두 병이 얼마나 어려운 병인가를 절절히 경험해 온 우리 부부에게 이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하나님께서 우리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리 미국에 이 친구들을 보내 경험을 쌓게 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것도 무려 30여 년 전에.

내 인생도 기적의 연속이다. 나는 경기도 김포에 있는, 전교생이 50여명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국민학교를, 전교에서3-4등 하는 성적으로 졸업하고, 당시 경인 지방의 수재들이 모여드는 명문 인천 중학교에 응시하였다. 그러나 시험지를 받아보니 아는 문제가 거의 없었고, 결과는 당연히 낙방이었다. 인천 중학교는 그 정도 실력의 시골학교 출신이 감히 합격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같은 반의 김군은 합격하였다. 당시 인천 중학교는 전국의 어느 초등학교이건 전교에서 1등으로 졸업한 학생은 무시험으로 입학을 시켰었는데, 김군의 아저씨인 담임 선생님은 김군을 1등으로 서류를 조작했던 것이다. ‘서류를 조작할 바에야 성적이 나았던 나를 1등으로 만들어 합격시켰어야지’ 하는 원망은 사실 그다지 들지 않았다. 나도 내 실력이 워낙 형편없는 줄을 시험을 보면서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소문을 들어 보니 그렇게 합격한 김군은 두 해 거푸 낙제를 하더니 결국은 퇴학을 맞고 말았단다. 만약 내가 서류를 조작해서 그 학교에 들어 갔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낙제까지는 몰라도 비슷한 성적의 밑바닥 학생이 되진 않았을까?

인천 중학교에 떨어진 나는 전원 선착순 무시험으로 신입생을 뽑는 동산 중학교에 들어 갔는데, 1학년 처음 본 시험의 성적이 우리 반 80여명 중 50여 등에 불과하였다. 스스로도 놀랄 수 밖에 없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나름대로 노력을 거듭하여 마침내 졸업 시에는 우등상을 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적이 올라간 케이스이다. 졸업 후 동경의 대상이던 제물포고등학교에 응시하여 합격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 해부터 그 학교의 입학 정원이 240명에서 300명으로 늘어 난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연세대 의대에 응시했다가 떨어졌지만, 1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1967년 서울 약대에 수석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그 때 얻은 작은 자신감은 평생 내 인생의 작은 동력이 되었다. 기적은 그 후로도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이었다. 절망 속에 있는 우리 아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30여 년 전에 친구를 미국에 보내 놓으신 하나님.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인천 중학교에 불합격되게 해 주시고, 대신 감당할만한 동산 중학교로 인도하신 후, 입학정원을 늘려 제물포 고등학교에 합격하게 해 주시고, 재수 끝에 서울약대에 합격하게 하심으로 자신감 없던 나를 격려해 주신 하나님. 그 후에도 수많은 기적으로 나와 우리 아들을 살려 내신 하나님, 이처럼 내 과거를 설계하시고 인도해 주신 그 하나님이, 나의 미래도 필경은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 주실 줄을 믿는 그 믿음으로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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