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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꽃병의 운명과 점(占)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0-03-02 10:11 수정 최종수정 2010-05-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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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옛날에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단다. 하루는 심심해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꽃병의 운명을 점쳐 보았더니, 그 날 중으로 깨질 팔자이었다. 책상 위에 잘 있는 꽃병이 어떻게 깨지게 되는가 궁금해진 점쟁이는 하루 종일 그 꽃병을 관찰하기로 하였다. 한편 점쟁이 아내는 떨어진 식량을 얻기 위해 오늘도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다가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 왔다.

식량을 구하지 못한 아내는, 하루 종일 집안에만 앉아 있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남편의 화상을 보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아내가 물었다. “하루 종일 일은 안하고 뭘 보고 있는 거야?” 점쟁이는 태연히 “응, 오늘 중으로 이 꽃병이 깨질 운명이라는 점괘가 나와서 어떻게 이 꽃병이 깨지는가 그걸 보고 있었지”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내는 “야, 이 영감탱이야, 하루 종일 꽃병만 쳐다보고 있으면 쌀이 나와, 돈이 나와?” 하면서 꽃병을 높이 들어 앞마당으로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꽃병은 물론 산산조각이 났다. 이를 본 점쟁이는 무릎을 탁 치며 “아하, 이렇게 해서 꽃병이 깨지게 되는구나!” 하였단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점쟁이가 용하다는 것이 아니다. 점을 쳐서 어떤 점괘를 받으면, 그 점괘의 암시에 걸려들어 정말로 점괘와 같은 결과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한 점쟁이로부터 여름에 물에 빠져 죽을 운명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물만 보면 겁이 나 수영 중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마 점쟁이가 유명할수록 그 확률은 높아지지 않을까?  

희한한 것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보고 사주를 보는 등 점을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크리스찬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미신은 아니란다. 기가 막힐 일이다. 기성 세대뿐만이 아니다. 멀쩡한 젊은이들마저 인터넷 카페니 뭐니 하면서 점을 치고 있다. 또 각종 신문에는 “오늘의 운세”라고 해서 그날이 생일인 사람의 운수가 나와 있다. 도대체 생일이 그날인 사람의 운세가 다 똑같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혹자는 할말이 없으면 “오늘의 운세”를 보긴 보지만 재미로만 보지 믿지는 않는다고 변명한다. 그렇다면 점을 재미로 보는 것은 과연 괜찮은 일일까?

크리스찬의 관점에서 보면 점을 본다는 것은 사탄으로 하여금 우리 인생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일이다. 사탄은 일단 개입의 빌미를 얻으면 좀처럼 우리를 떠나지 않고 점점 더 깊이 개입하면서 끊임없이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떼어놓으려 든다. 사탄의 속성이 원래 그렇단다. 사탄은 늘 운명을 이야기한다. 너는 결국 이렇게 될 팔자라고. 그러나 운명은 성경이 가르치는 바가 아니다. 성경은 아무리 망가진 인생이라도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하나님 쪽으로 돌아오면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말을 섞을 가치도 없지만, 성경과 점은 정반대의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손을 내밀어 인생을 사탄의 장난과 섞어서는 안 된다. 우리 인생은 오직 하나님만이 간섭하시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점, 사주, 궁합은 행여 재미로라도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올해에는 이런 미신 같은 풍조가 깨끗이 없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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