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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솔직한 대화는 독(?)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09-07-07 10:08 수정 최종수정 2010-05-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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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례를 설 때 부부간에 대화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특히 솔직한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들도 주례가 무슨 그런 말을 하나 잠시 난감해 한다. 내 말의 취지는 부부간에 갈등이 있을 때 솔직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내게 분명히 결점이 있는 경우에라도 상대방이 이를 지적하면 고맙기는커녕 기분만 나빠지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들의 인격은 그 정도밖에 성숙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시작한 대화가 자칫 큰 싸움으로 발전하여 부부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대화, 특히 솔직한 대화를 삼가라는 것이다.

우리 교회 하용조 목사님은 예컨대 교회 현관에 오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걸 주제로 누가 왜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는가 세미나를 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런 세미나는 어떤 사람을 곤란한 입장에 빠지게 하는 등 큰 분란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가? 처방은 간단하다. 이런 때는 오물을 먼저 본 사람이 조용히 치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취할 태도인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도 원인이 무엇일까 상대방과 밤새 세미나 (대화)를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어둠은 어둠과 정면 대결하여 싸운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둠과 맞닥뜨려 싸우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둠을 없애려면 전등을 켜면 그만이다. 어둠은 빛이 오면 그냥 물러나게 마련이다. 부부간의 갈등을 어둠으로 본다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문제와 정면 대결하는 “솔직한 대화”가 아니다. 전등을 켜듯, 무언가 다른 방법을 통하여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부부간에 듣기 좋은 소리 골라 하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듣기 좋아 할만한 말만 해 줘 보라. 칭찬을 해도 좋고 “여보 사랑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또는 심지어 거짓으로라도 이렇게 말해 보라. 그러면 놀랍게도 전등이 켜져 어둠이 혼비백산 도망가듯 갈등은 어느덧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좋은 소리 골라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기 바란다. 솔직한 대화 너무 좋아하지 말고. 솔직한 대화는 상대방 상처에 뿌리는 소금처럼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솔직함은 부부간이 아닌 다른 인간 관계에서도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직장의 상사가 “오늘은 너와 내가 지위의 상하 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솔직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할 때가 부하 직원이 가장 긴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상사와의 대화 시에도 솔직한 대화는 화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장님, 저번에 저한테 그렇게 말씀 하셨을 때 솔직히 많이 서운했습니다”라는 식의 감정 표현은 부장의 마음을 더욱 엇나가게 만든다.

앞서 말한 대로 솔직한 지적을 달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고매한 인격자는 세상에 드물기 때문이다. 대신 상사의 장점을 억지로라도, 거짓으로라도 칭찬해 보라. 칭찬에 감동한 상사가 정말로 좋은 사람으로 변화될지도 모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도 있지 않은가? 이러고 보면 대화란 솔직히 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바른 소리보다는 따듯한 사랑의 말이 인간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부부가 해로(偕老)하고, 정년까지 직장에 잘 다니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좋은 말만 골라 하기”를 실천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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