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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약학 소고 (藥學 小考) - 2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09-02-24 10:53 수정 최종수정 2010-05-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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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은 종합과학이다. 신약개발은 혼자 할 수 없다. 화학, 생물, 물리뿐만 아니라 면역학, 미생물학, 독성학, 약리학, 약제학, 분석화학, 유전학 등 수많은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의 힘을 합쳐야 한다. 이렇게 해도 수만 개의 후보물질에 대해 수십억 원의 돈을 들여 10여 년 간 연구해야 하나의 신약이 탄생할까 말까 할 정도로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신약개발이다. 이처럼 신약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신약개발을 주도하는 사람이나 회사는 다양한 전공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채용하고 훈련시켜 효율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마치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교향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악기 전공자들이 모여서 하모니를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약학대학에서는 신약개발 전반을 공부한다. 오직 약학대학만이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교육시킨다. 약학은 피아노 전공이나 바이올린이 아니라 지휘자학 전공과 같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악기 전반을 이해하여 전체적으로 하모니를 이루게 하는 지휘자학 말이다. 신약개발은 너무나 확률이 낮고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리스키한 과제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성공도 못할 과제를 오랜 세월 계속하면 막대한 돈이 낭비된다. 도박에서의 타짜는 카드를 손에 쥐는 순간 카드들 버릴까 배팅할까, 그리고 얼마나 배팅할까를 칼같이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신약개발에서의 타짜 (명 지도자)도 연구하고 있는 물질에 대해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투자해야 할 것인가를 가능한 한 연구 개시 초기에 칼같이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명지휘자가 중요하고 축구팀에 명감독이 필요하듯 신약개발팀에 명 지도자가 대단히 중요한 이유이다. 약학대학은 명지도자의 배출을 목표로 교육을 한다. 신약개발의 인프라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을 갖는 좋은 방법은 명지휘자, 명감독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축구가 월드컵 4강에 들었을 때, 히딩크 감독의 공로가 컸던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약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물질이다. 지구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더 비싼 것이 약이다. 그래서 약학은 인류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 오는 학문이다. 웬만한 신약개발 하나면 자동차 수백만 대를 수출하는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반 공산품의 이익률이 수%에 불과한 반면 신약의 이익률은 30%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신약개발을 21세기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10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에 앞서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약의 본질이다. 좋은 약 하나는 수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한다. 페니실린이 개발되고 나서 인류의 평균수명이 10년간 연장되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이다. 오늘날 수술이 발달되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구해지지만, 마취제, 항생제, 수액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수술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약으로 극복하지 못한 질병이 얼마나 많은가? 예컨대 일생을 통하여 서너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리지만, 암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항암제는 아직 개발되지 못하였다. 만약 획기적인 항암제를 우리가 개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겠는가? 약학은 이와 같은 기적의 신약개발을 꿈꾸는 설레임의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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