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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요즘 아이들은 행복한가?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08-10-21 17:32 수정 최종수정 2010-05-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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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좀 먹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애들은 얼마나 행복하냐, 우리 때는 정말 먹을 것도 놀 것도 없었지” 하는 이야기를 흔히 나누게 된다. 그러나 나는 실은 우리 세대가 가장 행복한 세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특히 나처럼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전기불도 못 보고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피아노도 없고 축구공도 야구공도 없고 마이크도 없고 무엇도 무엇도 없는 그런 여건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다가 인천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전깃불과 야구공 등을 보게 되었다.

1971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발전한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다. 1978년 일본 동경대학으로 유학을 가보니 카메라, 가전제품을 비롯한 모든 것이 신기하였다. 심지어 수퍼에 가서 물건을 사면 비닐 봉지에 담아 주는 것마저 신기하였다. 당시 우리나라 가게에서는 책이나 공책으로 만든 종이 봉투에 물건을 담아 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83년 귀국해서 교수가 되고 보니 용기를 내면 중고 자동차를 살만한 나라 형편이 되었다. 그 후 사정은 급격히 좋아져서 아파트가 흔해지고 각종 전자제품이 싸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우리 친구들은 약국을 하면서 돈을 벌면 자식에게 피아노를 사 주는 성취감을 맛보았다.

우리는 옛날에는 그처럼 가보기 어려운 외국을 여러 번씩 다니고 있다. 옛날에 거의 굶던 우리가 임금님 수라상보다도 더 잘 먹고 있다. 우리 세대는 모든 면에서 크나큰 성취를 경험하였다. 우리는 운 좋게도 후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을 성취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떤가? 물질적으로는 물론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풍족한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이 애들이 성장하면서 어떤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이 애들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의 아파트가 사실상 더 할 수 없이 크고 화려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우리 세대처럼 지하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였을 때의 성취감을 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태어났을 때 이미 아버지 자가용차가 있는 요즘 애들은 포니 중고차를 살 때, 그리고 다시 신형 차를 살 때의 성취감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각종 성취감을 못 누리는 반면에 어릴 때부터 영어다 무어다 해서 학원을 다녀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할 것이다. 우리 세대 특히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학원이라는 말, 과외라는 말도 모르고 초등학교를 마쳤다. 공부라고는 학교 수업이 전부이었다. 저녁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요즘 애들을 보면 우리 때보다 훨씬 불행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삶이 너무 고되 보인다.

흔히 “요즘 애들은 너무 풍족해” 라고 말하지만 사실 오늘날 부모 밑에 있을 때 너무 풍족한 것이 그들에게서 성취감을 앗아가는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기성세대는 자라나는 젊은 세대를 잘 이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성취감이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황량하겠는가? 그 황량할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야 할 젊거나 어린 세대들을 잘 이해하고 배려할 새로운 책임이 우리 세대에게 주어지는 느낌이다.  “우리는 좋은 시대를 잘 지내 왔어, 늙은 것이 한편으로 다행이야” 라고 스스로 위로하기에는 젊은 이들의 삶이 너무 안쓰러워 보이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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