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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3> 이등병, 병기수입, 조의
1. 이등병, 일등병
군대에 들어가 보니 사병들의 계급을 부르는 호칭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대 후 소정의 훈련을 받고 나면 계급장에 작대기 하나를 달아주며 ‘이병(二兵) 또는 이등병(二等兵)’이라고 부른다.
다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작대기 한 개를 더 달아주며 이번에는 ‘일병(一兵) 또는 일등병(一等兵)’이라고 부른다. 그 후 세월이 지나면서 작대기가 3개, 4개가 되면 각각 ‘상병(上兵)’과 ‘병장(兵長)’으로 부르는데, 내게는 특히 이병과 일병이라는 호칭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작대기 하나를 일병, 작대기...
2019-10-0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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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2> 홍문화 교수님 추모 책자 발간을 준비하며
나는 요즘 고 홍문화(洪文和) 교수님 추모 책자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약대의 ‘한국약학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이다.
홍교수님은 1916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1934년 19세의 나이에 경성약학전문학교(경성약전)에 입학하셨다. 1937년 경성약전을 수석으로 졸업하신 후 3년간 주안에 있던 제염시험소 소장으로 근무하신 것을 제외하면 평생의 대부분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지내셨다.
홍교수님은 “나의 가장 짧은 자서전”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신...
2019-09-1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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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1> 아버지의 정리정돈
아버지의 근검절약에 이은 두 번째 좌우명(座右銘)은 정리정돈(整理整頓)이었다. 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아침 일찍 바깥마당과 안마당을 쓰시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비질 소리에 식구들이 아침 잠을 깨는 날도 많았다.
오후에 군청에서 퇴근하시면 자전거를 바깥 마당에 세워 놓으신 채로 마당을 다 쓸고 나서야 대문을 넘어 오셨다. 집안에 들어 오셔서도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것들을 정리하기 전에는 옷을 갈아 입지 않으셨다.
멀리서 아버지가 퇴근해 오시는 기척이 나면 나는 부리나케 주변을 정리하고 공부...
2019-09-04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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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0> 아버지의 근검절약
우리 아버지의 첫 번째 인생 철학은 내가 보기에는 ‘근검절약(勤儉節約)’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농촌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아버지는 근면하게 일하고 검소하게 절약하며 사는 것만이 잘 사는 비결이라고 믿으셨던 것 같다.
40대까지 군청에 다니셨던 아버지는, 당시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농사 및 집안 일을 돌 본 후 출근하셨고, 퇴근 후에도 저녁 늦게까지 같은 일을 돌보셨다.
우리 집에서는, 제법 잘 살게 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하루 한끼는 김치죽을 쑤어 먹었는데, 이는 묵은 김...
2019-08-2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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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9>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의 고마움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사물이 저절로 보이고, 물을 마시면 저절로 오줌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 동안 눈과 신장이 수고를 해주는 덕택에 사물을 보고 소변을 봤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 했어요. 그래서 눈과 신장의 노고에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온누리 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가 오래 당뇨를 앓아 온 몸에 이상이 생긴 시점에서 한 말이다.
나도 나이를 좀 먹으니 안 아픈 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쑤신다. 무릎과 허리가 아프고, 잘 안보이고 덜 들리며 소변도 잘 안...
2019-08-0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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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8> 젊은이에 건다
지난 64회 현충일 아침, 티브이로 기념식 중계 방송을 보면서 3.1 운동, 독립운동, 6.25 전쟁과 4.19 혁명 같은 우리나라 근 현대사의 변곡점에는 젊은이들의 용감한 참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젊은이의 혈기(血氣)가 역사를 바꾸는 구동력(驅動力)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지금은 늙었지만 그 때는 젊었던’ 사람들의 희생이나 기여 덕분일 것이다.
세상은 엄청 바뀌었다. 과거 우리 세대에게 클리프 리차드나 엘비스 프레슬리, ...
2019-07-1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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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7> 사서 기뻤던 물건, 티브이
1972년, ‘여로(旅路)’라고 하는 티브이(TV) 일일연속극이 시청률 70%를 넘기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시골 소읍에 사시던 장모님은 저녁마다 이 연속극을 보러 이웃 마을까지 걸어 다니셨다.
그래서 아직 결혼 전이었던 아내는 어머니를 위해 흑백 티브이 한 대를 사서 안방에 설치하였는데, 그 일이 지금껏 가장 기뻤던 일로 회상된다고 하였다. 당시 컬러 티브이는 아직 나오지 않았던 때였다.
티브이를 사 놓자 장모님이 더 이상 이웃 마을까지 가시지 않아도 되어 좋았지만, 대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
2019-07-0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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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6> 빛과 소금: 세상을 따듯하고, 맛있게까지 만들어야
내가 1966년에 졸업한 제물포 고등학교의 교훈은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었다. 모자에 붙이는 모표(帽標)도 세 개의 소금 결정 한 가운데에 고(高)자를 등대(燈臺) 모양으로 써서 만들었다(그림 참조).
1954년에 문을 연 이 학교는 이미 5회 졸업생이 서울대에 전체 수석으로 합격한 바 있고, 1966년에는 300명의 졸업생 중 80여명이 서울대에 합격하여 ‘학식’ 면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특별히 ‘양심’ 교육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이 학교는 국내 ...
2019-06-1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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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5> 섭섭증 극복하기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참 효자이시네”, “늘 챙겨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제일이야”, “은혜 잊지 않고 삽니다”, “존경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또는 “믿음이 참 좋으시네요” 같은 소리를 들으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을 듣기 좋아한다. 또 좋은 사람이라는 인정(認定)을 받고 싶어 한다. 때로는 아부의 말이 분명한 데도 들으면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남에게 인정받을 만한 것이 없어질수록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생전의 우리 아버지는 건성으로 인사하는 사람들을 못마...
2019-06-0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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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4> 불천위(不遷位) 종가(宗家)
지난 4월 6일, 경주 김씨 충암공파 17대 종손(宗孫)이자 서울대 약대 동기인 김응일의 초청을 받아 대전에 있는 충암(冲菴) 김정(金淨)선생의 종가를 방문하였다. 충암 선생은 중종(中宗) 반정(反正) 이후 순창 군수로 재직 시, 반정으로 폐서인(廢庶人)이 되어 생을 마감한 왕비 신씨의 복위를 상소하다가, 보은(報恩) 지방으로 귀양을 갔다.
9개월 뒤 정암 조광조 등의 신진사림(新進士林)의 구원에 힘입어 방면되었으나 정치에 염증을 느껴 속리산과 금강산에 칩거하였다. 그러던 중 중종 14년(기묘년)에 조광조의 끈질긴 권유...
2019-05-2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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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3> 양영학원의 수학 선생님
53년전 이야기이다. 내가 다니던 제물포 고등학교의 졸업 예정자 중 11명이 Y대 의대의 입학시험을 쳤는데, 그 중 9 명이 합격하고 나를 포함한 2 명이 떨어졌다. 내가 떨어진 것은 수학 때문이었다. 출제된 주관식 10 문제 중 끝까지 제대로 푼 문제가 없었으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학 입시에 떨어진 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학원이라는 곳에 다녔다. 인천에서 경인선을 타고 통학하였다. 그런데 옆에 앉은 동료 재수생들을 보니 그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너무 낮았다. 이런 곳에서 계속 공부를 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
2019-05-0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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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2> 예비약사 선서식 (White Coat Ceremony)
작년 (2018년) 11월 27일 (화), 서울대병원 연건캠퍼스에 있는 서울약대 임상약학 교육연구동에서는 전에 서울약대에서 보지 못하던 White Coat Ceremony (이하 예비약사선서식)라고 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선서식은 약대 5학년 (약대진입 3년차)을 마친 학생들이 6학년 임상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약사의 상징인 흰색 가운을 입고 예비약사로서의 긍지와 책임감을 다짐하는 행사이다.
이는 주요 국가의 의대와 간호대에서 오래 전부터 행해지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이나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벤치마킹한 것인지도 ...
2019-04-24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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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1> 성균관대 약대생들의 4•19 참여
1960년 4.19 시위가 일어난 지 올해로 59주년이다. 서울약대 학생들의 4.19 참여에 대해서는 동아일보 (당시 및 2017년 4월 19일자 A12면)에 소개된 바 있으나, 다른 약대 학생들의 4.19 참여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마침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 장우성 박사 (1960년 입학)가 ‘대한약학회 제9회 약학사분과학회 심포지엄 (2017년 10월 19일)’에서 “내가 본 성대약대생의 4.19 혁명참여”란 연제로 발표를 한 바 있어, 녹취록으로부터 그 내용을 발췌하여 이하에 소개한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약학사회지” 창...
2019-04-10 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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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0> 옛날 학생활동, 소(牛)모임의 60년사
작년 11월 10일 저녁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소(牛)모임 60주년 기념식에 다녀 왔다. 소모임은 1957년에 서울대 약대에 입학한 김용호, 김용찬, 김중선, 홍청일 등(15회 졸업)이 2학년 때인 1958년에 결성한 농촌 봉사 단체로 1988년경까지 활동하였다고 한다.
나도 회원은 아니지만 4학년인 1970년 여름 방학 때 동기인 신영호 회원(25회, 전 약사공론 사장)의 권유로 경남 양산으로 봉사 활동을 다녀 온 바 있다.
사실상 해단식인 이날의 모임에는 왕년의 회원 3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어떤 모임의 해단식에 참...
2019-03-2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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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69> 자동사, 타동사, 수동태
1. 요즘 매스컴을 보면 타동사를 자동사로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1) 개봉(開封): ‘극장에서 OOO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라는 표현은 ‘영화가 개봉되었다’가 맞을 것이다. ‘개봉’이란 ‘봉투를 연다’는 의미의 타동사이기 때문이다.
2) 상연(上演): ‘OOO라는 영화가 상연한다’라고 하던데, 이는 ‘영화가 상연된다’로 고쳐 써야 한다. ’상연’이란 ‘공연에 올린다’는 의미인데 영화가 자기를 상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둔화(鈍化): ‘최근 경제 성장률이 둔화했다’라고 하던데 ‘둔화되었다’가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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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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