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약가인하는 미봉책”
정부는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제약업계가 보험약가를 자진인하, 일정액의 재정 절감에 기여해 줄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분업 이후 보험재정위기 원인 중 고가약 처방이 증가, 약품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만큼 보험약가를 일정부분 일률적으로 인하하면 `손쉽게' 재정절감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즉, 연간 총 약품비가 3조5,000억원을 육박하는데 이를 10%만 인하해도 3,500억원이라는 거액(?)의 보험재정이 절감되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약가인하 방안은 보험재정절감을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재정위기 원인은 분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특정집단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지나치게 그들의 입장을 수용, 2~3천원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경질환을 처방료·조제료 포함 1만5,000원 이상을 부담하도록 하고(일반약 범위 대폭 제한) 고가약 처방을 유도(사실상 대체조제 금지)하도록 명문화한 정부·정치권의 근시안적인 정책결정에 기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벌써 올해만해도 보험재정이 4조원가량 부족, 보험재정문제가 정국 최대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매년 보험재정은 위기를 겪을 것이고 덩달아 보험약가는 그만큼 인하되는 악순환을 거듭, 결국 국내제약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정부는 선진 각국이 고부가가치산업인 생명공학 육성을 위해 국가적 차원서 제약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추세를 감안, 약가인하 압박에 앞서 보험재정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먼저 심사숙고해야 한다.
노경영
2001-05-17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