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비만 캠페인과 후원의 상관관계
질병 치료에 대한 개념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경향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것이 의료계의 `비만과의 전쟁' 선포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만을 성인병의 원인, 만성질환이라고 규정하고 지난 3월 20일 비만의 날 선포, 퇴치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해 비만세미나, 비만버스 운행, 홍보용 책자배포, 가족비만캠프, 홈페이지 개통 등 부대 행사를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의 이러한 비만퇴치 캠페인을 보면서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의협은 비만 치료제를 제조·판매하는 제약사로부터 엄청난 후원을 받았다.
의협 관계자는 비만버스, 책자, 가족비만캠프 운영 등이 모두 제약회사 후원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후원금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어림 잡아도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 규모가 될 듯 싶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후원금이 판매 수입의 사회 환원 차원이라는 볼멘 소리도 할 수 있지만 사회환원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하필 해당 약품의 매출과 직결되는 처방권을 가진 의료계를 후원했냐는 것이 모종의 `개연성'을 담고 있다.
문선(文選)의 악부고사(樂府古辭) 군자행(君子行) 가운데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梨下不整冠)'이란 말이 있다.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이 전문의약품의 변칙 광고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유성호
2002-03-29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