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오리엔테이션이 없는 O·T
대학들이 신입생을 맞아 활기에 넘쳐 있다. 20개 약학대학에도 지난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해 입학식을 마친 새내기들이 풋풋함으로 무장한 채 활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과연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많은 수의 신입생들이 약대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기자는 2월 말 모 약학대학 학생회의 요청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일명 O·T에서 신입생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약학대학 학제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학생회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예전에는 졸업한 다양한 직능의 선배들이 O·T에 참여해 직능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시간도 마련됐지만, 갈수록 이런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기자가 확인해 본 대부분의 약학대학 O·T에는 직능의 역할에 대해 소개받거나 이를 통해 대학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1학년 전체 과정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최근 건약이 개최한 약사교실에 2, 3학년 재학생들이 대거 몰린 이유도 이런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졸업을 목전에 두고서야 향후 진로에 대해, 또한 약사 직능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정보를 얻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지금 약학대학의 현 주소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교수나 재학생들에도 책임이 있지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현직에서 일하며 약사 직능의 현 주소를 느끼고 미래를 고민하는 동문 선배와 약사회 관계자들의 대학, 특히 신입생에 대한 관심과 지도 편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김정준
2005-03-07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