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절묘한 '조화'와 '부조화'
비즈니스프렌들리를 전면에 걸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첫 식약청 수장에 오른 윤여표 청장의 행보가 벌써 1년 6개 여월을 향해가고 있다.
약학대학 교수 출신이지만 윤 청장은 그동안 정부의 비즈니스프렌들리 정신과 부합하는 규제 합리화에 식약청의 역량을 집중, 제약기업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냈다.
행정의 달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상용 차장과의 호흡도 잘 맞아 약학전문가 청장, 행정 전문가 차장의 절묘한 조화로 식약청이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한마디로 윤여표 청장 호는 절묘한 조화라는 수식어와 함께 산업발전과 국민건강을 위해 끝까지 순항을 약속하며, 순탄한 항해를 펼쳐 왔다.
하지만 최근 윤여표 호는 제약업계뿐 아니라 청 내에서도 절묘한 조화라는 수식어보단 절묘한 부조화라는 쓴 소리를 들으며, 거친 폭풍우와 낙뢰를 맞고 있다.
특히 동반자를 약속했던 제약업계와의 관계서도 가장 결정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등을 저버리면서 제약업계 내부에서는 역대 최악의 식약청이라는 평가까지 쏟아 내고 있다.
물론 탈크 문제를 비롯해 식약청과 관계되는 모든 부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제약업계이기에 식약청을 바라보는 시선이 온전히 곱다거나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초반 적극적인 액션과 달리 중반을 치달으면서 현실보단 행정, 행정보다 정치적으로 사안사안을 풀어가는 식약청의 모습은 업계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밖에서는 업계와 국민들로부터 격려의 소리보단 질책에 소리에 익숙해진 식약청은 집안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직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청이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를 그저 일부 개인의 불평으로만 평가절하하며, 귀 막고 입 닫았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고 불평, 불만이 없는 조직은 존재할 수 없다. 물론 만족만이 존재하는 조직도 없을 것이다.
다만 잘되는 조직과 잘못되는 조직의 차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라도 조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비판과 비난을 가려내, 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 식약청은 전문지에 대해서도 취재 대상을 과장급 이상으로 일원화 하는 등 취재 제한조치를 취했다. 식약청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보도했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귀 막고 입 막기에 아직 식약청은 할 일이 많다. 또한 비즈니스프렌들리를 내건 윤여표호의 항해도 끝난 것은 아니다.
생쥐깡, 멜라민, 탈크, 실험적 인사 등 어려운 고비, 고비를 넘겨온 식약청이 지금의 절묘한 부조화가 아닌 초심의 절묘한 조화로 되돌아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임세호
2009-07-08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