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노바티스 CEO의 수난
최근 유럽에서는 노바티스社 다니엘 바젤라 회장의 수난이 화제다.
지난 7월 말 그의 가족묘가 훼손당하고 조모의 유골함이 사라졌는가 하면 8월 초에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별장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까지 발생했다. 정황상 이 모두가 과격한 동물보호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바젤라 회장은 그 동안 제약업계가 일관한 침묵모드를 깨고 자신을 위협하는 e-메일을 발송했던 140여 명의 동물 아가페주의자들에게 최근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나섰다. 서한에는 신약개발과 환자들의 고통절감을 위해 동물실험이 불가피한 만큼 의학적 진보를 저지하려는 행위는 부끄러운 처사임을 인식해 달라는 충고도 첨부됐다.
바젤라 회장이 애꿎게 타깃이 된 사유는 노바티스가 동물실험 위탁기관(CRO)으로 명성 높은 한 영국회사의 주요 고객이었던 과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금은 신종플루의 판데믹 우려 등 당장 시급한 다른 사안들에 가려 잠복되어 있지만, 사실 동물실험 문제는 언젠가 재연(再燃)될 휘발성 높은 차순위 핫이슈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CRO는 노바티스 외에도 상당수 메이저 제약기업들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바젤라 회장이 당한 험한 꼴은 단지 신호탄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눈을 화장품업계로 돌려보면 지난 3월 유럽연합(EU) 내에서 피부 자극성, 광독성, 부식성, 경피(硬皮) 흡수도, 유전독성, 안구 자극성, 급성독성 등 7개 분야에 걸쳐 화장품 원료와 관련한 동물실험을 금지했을 만큼 훌쩍 앞서가고 있다. 오는 2013년 3월부터는 발암성, 광알러지 유발성, 피부 알러지 유발성, 독성 체내동태, 생식독성, 최기형성, 아만성 및 만성독성, 광돌연변이 유발성 등 8개 분야로 적용대상이 확대되면서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매년 약 1,200만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용으로 희생된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신약개발을 위한 ‘필요악’이라 할 동물실험 연구모델 자체가 시험대 위에 오른 유럽 제약업계의 현실은 따지고 보면 “먼저 맞는 매”에 다름아니어서 조만간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로 떨어질 고민거리임을 알리는 예고편이 아닐까?
이덕규
2009-10-13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