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도매, 이제 양자택일 할 때다
의약품도매업계에 투명화 바람이 불고 있다. 국세청의 14개 도매상에 대한 조사와 모 도매상 영업사원의 주사제 무자료거래 조사에 연루된 의약품도매상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며, 치르고 있는 곤혹스러움이 바탕이 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투명화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연루될 지 모르는 불법 부당 거래는 회사에 치명타를 안겨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유통가에서도 최근 들어 직원들에게 대한 단도리에 나서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국세청 조사 경우 연루된 도매상이 100여 개가 넘고, 추징금도 120%에 달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경영주들이 직접 나서 거래 내역, 세금 계산서 등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 모르게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매출 등 여러 목적을 위해 방치했든,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든, 회사 자체적으로 탈법을 했든 어느 경우나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소사장제 영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성상 문제의 소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이 같은 영업 형태는 장기적으로 회사에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정부 정책기조, 사회 분위기를 앞서 파악한 일부 도매상들이 미래를 청사진으로 만들기 위해 직판제로 선회하며 교육과 디테일 강화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타사에서 문제가 불거졌어도, 자사가 깨끗하면 문제될 것이 없고,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발 여부를 떠나서 사회 분위기가 투명화로, 여기서 벗어나면 낭패를 당할 것이기 때문에 경영 전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다.
굳이 국세청과 검찰의 조사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투명성의 시대다.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예에서 보듯이, 글로벌로 재편된 현재 기업환경은 투명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기업을 경영할 수 없는 쪽으로 짜여지고 있다.
매출과 불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경영을 할 것인지, 미래를 보고 당당하게 영업을 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때다.
이권구
2010-04-13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