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복지부 제약계, 진정성 보여줄 때다
지금 제약계는 혼란 그 자체다. 정부의 8.12 일괄약가인하 조치로 촉발된 위기감이 해소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며 확대되고 있다. 반값 약가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무기력한 모습들이다. 실제 제약계 분위기는 극도로 위축돼 있다. 영업 마케팅에도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와 임직원 모두 긴축재정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눈치를 보고 있다. 직원들로부터는 ‘회사가 조용하다’ ‘일할 만이 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자주 나온다. 그만큼 파장이 크다는 애기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복지부도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하지만 제약사들도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많은 약업계 관계자들은 일괄약가인하에 대해서 만큼은 복지부가 정부 청와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별 제약사의 문제가 아닌, 한 나라의 산업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 말로는 들어주겠다고 하지만, 제약사의 요청을 떠나, 산업을 이끌 주무부처로서 적극적으로 나서 청와대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끌려 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생존’ ‘산업 도태’를 입에 달면서도, ‘말’이 무색한 모습으로 외부에 비춰지고 있다는 것. 더욱이 ‘약가를 더 인하해도 된다’는 나왔다는 얘기도 거론된다. 여기에 일부 제약사들은 제약사 구조조정을 통해 물동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계산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하게 대응했든, 소극적으로 대응했든 제약계 스스로 기회를 놓친 면도 있다는 얘기다. 약업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정대로 시행되면 산업이 무너지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민에 대한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이제는 복지부와 제약계 모두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 약가에 일정부분 거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일괄약가인하를 밀어붙이면 정부도 후일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제약계도 일부에서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이면 심각한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권구
2011-11-02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