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재원 마련"vs"R&D 재원 말라죽어"...약가제도 개편 '평행선'
국회 "제약산업 헌신 인정... R&D 정당한 보상 체계 갖춰야" 한목소리
이행신 본부장 "매출 1천억 미만 기업이 68%... 옥석 가리기와 체질 개선 시급"
장선미 교수 "한국 제네릭, OECD 평균 2배... 가격 조정 불가피"
제약업계 "기등재약 매출이 R&D 젖줄... 약가 인하는 곧 혁신 동력 상실"
복지부 "단순 약가 인하 아닌 '구조 개혁'... 절감 재원 신약 보상에 재투입"
입력 2026.01.15 06:00 수정 2026.01.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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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두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학계와 산업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부 측은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 확보한 재정을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는 기존 의약품의 매출이 R&D 투자의 원천이라며 약가 인하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언주·서영석·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토론회에서는 국내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약가 구조 개편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왼쪽부터)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김윤 의원, 이언주 의원, 서영석 의원.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국회 “제약산업은 국민 건강 지키는 보루...혁신 노력에 정당한 보상 있어야”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상황에서 제약산업이 보여준 기여를 높이 평가하며,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언주 의원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혁신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노력으로 성장해왔다"고 격려하며, "연구개발과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공정한 경쟁 질서를 바로 세우고 왜곡된 유인을 바로잡아 '신약강국 대한민국'으로 가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영석 의원 또한 "그동안 우리 제약산업은 제네릭 의약품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환자 접근성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이러한 기여는 분명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치하했다. 서 의원은 "단순히 '약가를 낮추자'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확보된 여력이 다시 신약 연구개발과 제조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윤 의원은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이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 절감만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재원을 줄이는 것보다 R&D와 연구 현장으로 재배분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업계가 우려를 넘어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책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수출 20조 성과... 약가 정책이 찬물 끼얹나”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한국 제약산업이 이뤄낸 성과를 강조하며, 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강하게 경고했다.

노 회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산 신약 41개를 개발했고, 신약 파이프라인은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작년 기술 수출이 20조 원을 넘어서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산업의 저력을 강조했다. 

그는 "약가 정책은 단순히 재정을 관리하는 수단을 넘어, 혁신을 유인하고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산업 정책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 대해 "급격한 약가 인하 정책은 연구개발 투자 위축, 필수 의약품 공급 불안, 대규모 일자리 감축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 "정책의 속도와 방식에 대해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영향 분석을 선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주문했다.

이행신 본부장 "양적 성장의 그늘... 영세성 탈피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만들어야"

이행신 보건산업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행신 보건산업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은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국내 제약산업 발전 전략'을 주제로, 한국 제약산업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 감춰진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퀀텀점프'를 위한 전략적 전환을 촉구했다.

이 본부장이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31.7조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고, 의약품 수출은 12.7조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은 6조 3천억 원을 돌파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국산 신약 개발 역시 1999년 이후 누적 41개에 달하며, 임상시험 점유율 세계 6위(서울 2위)를 기록하는 등 지표상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이러한 성과 뒤에 심각한 양극화와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2023년 기준 매출 1조 원 이상 기업은 10개 미만인 반면, **매출 1,000억 원 미만의 영세 기업이 전체의 68%(191개사)**를 차지한다"며 "상위 7%인 20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등 기업 간 편차가 극심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다수 중소 제약사가 제네릭 판매에 의존하는 취약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정책 변화나 외부 충격에 버틸 체력이 부족함을 시사한다.

또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도 여전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 의약품 개발 기술 수준은 미국의 76.5% 수준으로, 약 3.6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대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나, 일반 제약사들의 제조 역량은 여전히 재래식 배치(Batch) 생산 방식에 머물러 있어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 혁신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공급망 리스크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0~70% 수준이나,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0~20%대에 불과해 중국·인도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본부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3~'27)'을 상세히 소개하며,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3개 육성 ▲의약품 수출 2배 달성(160억 불)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R&D 투자 확대, 메가 펀드 조성, 규제 혁신과 더불어 AI 신약 개발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선미 교수 "한국 제네릭, OECD 평균보다 2배 비싸... '가격 역전' 현상 심각"

장선미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두 번째 발제자인 장선미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제네릭 약가관리 제도의 국제 비교와 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국내 제네릭 약가 구조의 기형적인 실태를 국제 통계로 증명하며 고강도 약가 인하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장 교수는 캐나다 특허의약품가격검토위원회(PMPRB)의 2022년 보고서를 인용하며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의 제네릭 가격 수준은 캐나다의 1.5배이며, OECD 국가 평균(중앙값)보다는 무려 2.17배나 높다"는 것이다. 이는 멕시코, 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제약 선진국인 프랑스, 영국, 독일 등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장 교수는 특히 '가격 역전 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이다혜 등의 2025년 연구를 인용해 "특허 만료 직후에는 한국의 제네릭 가격이 외국과 비슷하거나 낮을 수 있지만, 외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에 의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한국은 가격 하락 폭이 거의 없어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한국 약가가 외국보다 훨씬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 규모가 크고 특허 만료 시점이 오래된 성분일수록(예: 고지혈증 치료제, 혈압강하제) 한국의 약가가 G20 국가들보다 높고 등재된 품목 수도 기형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제네릭 약가 결정 메커니즘을 상세히 소개하며 한국과의 차이점을 부각했다.

일본은 제네릭 등재 시 오리지널 가격의 50%로 산정하되, 제네릭이 7개를 초과하면 40%로 낮추고, 프랑스는 오리지널 가격의 40% 수준으로 결정한다. 캐나다는 제네릭이 1개일 때는 오리지널의 50%지만, 3개 이상 진입하면 25~35% 수준으로 대폭 인하한다.

반면 한국은 2012년 일괄 인하 이후 계단식 약가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분석을 통해 "2024년 기준 전체 약품비 26.9조 원 중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이 46.2%(약 12.4조 원)에 달한다"며, "OECD 국가들의 평균 제네릭 비중(금액 기준 25%)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토르바스타틴(고지혈증약)' 등 시장 규모 상위 품목들은 제네릭 비중이 70%를 상회하며, 상위 20개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음에도 가격 경쟁은 실종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장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혁신 신약 개발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제네릭 약가의 적정화가 필수적"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제네릭 등재 수가 늘어날수록, 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인하되는 기전을 강화해 '약가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약업계 “제네릭은 R&D 젖줄... 재원 마르면 신약도 없다”

제약업계는 이번 개편안이 기업의 R&D 투자 의지를 꺾는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네릭 등 기등재 의약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곧 신약 개발을 위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2년 일괄 약가 인하의 악몽'이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당시 정부의 급격한 약가 인하 조치 이후 산업계가 겪었던 혼란과 투자 위축을 상기시키며, 이번 개편안이 또다시 그러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공포감이 팽배했다.

한미약품 김상종 상무.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한미약품 김상종 상무는 "신약 개발은 15년 이상의 장기간과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국내 기업들이 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재원이 바로 기등재 의약품(제네릭) 매출"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 의도대로 R&D 투자를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낸 기업일수록 덩치가 커져 약가 인하의 타격을 더 크게 입는 역설적인 구조"라며, "3년의 가산 기간 연장 같은 '당근'보다는 당장의 매출 급감이라는 '채찍'이 훨씬 아프다"고 비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정기 상무.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정기 상무는 "이번 정책이 강행될 경우 연간 1만 4천 명 이상의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홍 상무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당시에도 재정 절감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오히려 풍선효과로 국민 부담만 늘었다"며, "지나친 약가 인하는 국산 원료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보건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 “단순 삭감 아니다... '옥석 가리기'로 혁신 보상”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이번 정책이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임을 분명히 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개편안은 과거처럼 목표액을 정해두고 깎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과장은 "제네릭 약가 조정을 통해 확보된 재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신약과 필수약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혁신에 대한 보상으로 산업계에 환원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공급 불안정 우려에 대해서는 "저가 필수의약품 등 수급 안정이 필요한 약제는 명확하게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고, 원가 보전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엄강섭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엄강섭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현실을 꼬집으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엄 과장은 "혁신형 제약기업 중 일반 제약사들의 매출 구조를 보면 여전히 제네릭 비중이 41.2%에 달한다"며, "제네릭으로 번 돈으로 R&D를 하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여전히 제네릭 매출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중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를 대폭 개편해, 실제 후보물질 개발 성과나 해외 진출 실적 등 '아웃풋(Output)' 지표 비중을 높여 진짜 R&D 기업을 확실히 우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토론회는 '신약강국'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그 경로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가 얼마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때문에 정부는 약가 인하가 가져올 단기적인 충격(고용 감소, 생산 기반 약화)을 상쇄할 만한 확실한 R&D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가 제약계내 팽배하다. 단순히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 아니라, 제네릭에서 나온 수익이 신약 개발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파이프라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게 제약계 공통된 목소리다.

제약업계 역시 단순 복제약 판매 경쟁이 아닌, 개량신약과 혁신신약 개발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자구 노력을 수치로 증명해야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6년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번 약가 정책이 '혁신의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산업의 독배'가 될지는 정부가 산업계의 우려를 얼마나 정책에 반영하여 '예측 가능한 연착륙'을 유도하느냐에 달려 있다. 약가 정책이 제약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치열한 소통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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