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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3.0시대 제약산업 생존전략,'신약개발'
국내 제약산업계에 있어 2012년 한 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고난의 해로 기록될 수 있을 정도로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
2012년 4월 단행된 약가인하로 기등재의약품중 6,500여개 품목의 보험약가가 인하되면서 국내 제약산업계는 약 1조 5,000억원의 매출하락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약 3천여명에 이르는 인력구조조정이라는 뼈아픈 고통도 경험했으며, 점차 어려워지는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 기업마다 나름대로의 구조조정 정책을 구사하며 생존전략을 모색중에 있다.
물론 정부의 약가통제와 허가규제 강화로 인한 제약산업의 생산성위기와 이로 인한 인력구조조정 문제는 인구고령화 추세, 난치성 및 만성질환증가, 산업화 급진전에 따른 환경오염문제 심화,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증가 등에 따른 전세계적인 의료비상승으로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인 공통의 이슈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약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후속조치로 정부는 지난 6월 43개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하여 향후 국가 R&D 사업 우선참여, 세제지원, 연구시설에 대한 부담금 면제, 연구시설 입지 규제완화 등 다양한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됨으로써 혁신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의지가 엿보이기도 했다.
또 제약산업 발전기반 조성 및 국제경쟁력 강화 촉진을 목적으로 지난 9월부터 정부주도로 제약산업육성지원을 위한 1차 5개년 종합계획이 마련되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될 전망이어서 향후 제약산업의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최근 불어닥친 유럽발 금융위기 등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됨으로써 기업의 투자 불안심리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고 가계부채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등에 따라 바야흐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글로벌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같은 각종 지원책이나 향후 지원계획이 날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변화 속도를 한국 제약산업이 따라잡거나 혹은 선제적으로 압도할 수 있도록 추진제 역할을 제때 그리고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제네릭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기업의 인수합병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의 긴박성을 말해준다.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성장 기조가 향후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글로벌 제네릭기업들의 국내 진입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각종 규제로 성장머슬(muscle)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국내 제약산업의 생존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산업 생존전략 심각하게 고민해야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석좌교수는 그의 저서 마켓3.0(Market 3.0)에서 소비자들은 과거 수동적인 구매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업활동의 협업자로 그 역할을 바꾸고 있음을 지적하고, 소비자가 중심이 되고 있는 시대인 마켓3.0시대가 기업에 요구하는 생존전략은 적절한 미션을 설정하고 명확한 비젼을 정의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핵심가치가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됨으로써 기업문화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중심으로 파트너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이에대해 한국마케팅학회 유창조 회장은 최근 동아비즈니스리뷰지에 실린“기업은 사회적 변혁의 주체”제하의 기고문에서 코틀러 교수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기업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비젼을 소비자들에게 약속할 수 있을 때 기업은 비용대비 생산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매출을 증가시키고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한 바 있다.
코틀러 교수는 마켓 3.0에서 기업의 미션을 기업이 비즈니스를 수행함에 있어 담당해야할 사명으로 보고 있으며, 비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기업의 미션이 수행돼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고 보고 있다.
이를 국내 제약산업에 적용할 경우 인류 공통의 적인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신약개발이라는 미션과 국민 보건향상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비전, 그리고 이를 위해 형성된 기업문화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고 소비자가 원하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약속할 수 있을 때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곧 저성장시대의 제약산업 생존전략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약산업계가 본격적인 신약연구개발활동에 착수한 1987년 이후 현재까지 다수의 신약, 개량신약 등 개발에 성공하였고, 연구개발중인 수백여종의 신약 등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수많은 후보물질에 대한 산업화 연구개발을 위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을 점차 증가시키고 있다.
아울러 개발성공한 신약, 개량신약 등 성과는 총 107건에 달하고 있고 2000년대를 기점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 등 연구개발 성과 도출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개발중인 신약, 개량신약 등 파이프라인은 총 467건에 이르고 있고 이 가운데 74.5%가 본격 실용화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되어 매년 다수의 성공사례들이 속속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진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신약, 개량신약 연구개발과정에서 도출된 첨단기술 91건에 대한 해외기술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술수출 대상국가는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지역 등 총 26개국에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수출 규모는 현재까지 그리 높지 않으나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들은 자체개발 한 수백여종의 완제의약품 또는 원료의약품을 34개국이상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울러 국내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및 완제의약품의 해외 GMP 승인 현황 분석한 결과 주요 19개사가 총 184개 품목에 대해 해외 국가별 허가당국으로 부터 GMP승인을 획득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은 국내외 시장환경과 정책환경변화에 따른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중심형 기업 해외진출 적극 모색
그러나 이같은 국내 제약산업계의 그동안의 신약개발 실적과 글로벌시장 진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괄약가인하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장기간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신약 등 우수의약품개발과 이를 통한 해외시장진출 본격화에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 신흥국들의 저가 제네릭 국내 침투 등 각종 대외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산업계가 소비자가 원하는 변화를 약속하기 위해 주어진 미션인 신약연구개발을 지속하고 현재 적극 모색중인 글로벌시장 진출을 현실화 하기에는 재무구조 악화와 적대적 M&A위기 등 지속가능 경영 조차 자신할 수 없는 가운데 향후 한계상황에 봉착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지난 8월 2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13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제약산업 개선방안이 논의 되고 2020년까지 의약품 생산규모를 현행 15.6조원에서 68조원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현행 1.5%에서 4.5%로, 수출액 1.9조원을 47조원으로, R&D투자를 1조원에서 10조원으로 끌어 올린다는 비전이 다루어진 바 있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조만간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약산업계 그 누구도 이와같은 비전이 정부의 계획만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데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준비중인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에는 M&A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과 R&D지원, 수출지원, 인력양성, 인프라 및 제도개선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같은 개선방안들이 제약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궁극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그 의미와 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M&A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과 제한된 규모의 R&D지원액이 약가인하로 인해 상실된 재투자재원을 상쇄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약가인하로 상실된 연구개발 재투자재원이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국가적인 시스템 확보 등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약산업의 궁극적인 성장요인이자 미션인 신약개발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재투자재원이 대규모 일괄약가인하로 인해 그 한계점이 조만간 노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인 상황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혁신형제약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R&D파이프라인 현황 및 투자계획 조사”결과 주요 기업들은 2012년 현재 약 1조 250여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향후 2020년에는 2조 5천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2020년까지는 현재의 투자규모 보다 2배이상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약가인하정책과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각종 변수가 산업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측 됨으로써 이같은 투자계획이 실천에 옮겨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산업의 신약개발 등 우수의약품 연구개발성과는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절감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신약개발에 대한 재무적 리스크를 더이상 제약산업계 홀로 감당하도록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약개발은 국민의료비 절감효과는 물론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높은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효과와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국가 노동생산성 제고효과를 동시에 가져다 줄 수 있는 국가적 방편임에 따라 R&D지원규모 및 세제지원 대폭확대가 필요하며 그 규모는 제약산업계가 공히 체감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이와함께 제약산업이 글로벌 기술환경과 시장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확충하고 기술과 시장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정된 여건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제약계 체감 수준 R&D지원 규모 및 세제지원 대폭 확대해야
기술환경 변화 대응력 강화를 위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미약한 오픈이노베이션 역량강화를 위한 국가 R&D시스템 개선 및 신규 혁신생태계조성을 통해 제약산업계의 신약개발 수요에 부응하는 산학연 역할분담을 통한 혁신 생산성 제고 전략수립 및 실행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학연이 최종 기술수요자인 산업계의 혁신수요를 중심으로 하여 단기, 중기, 장기 R&D추진 계획과 역할분담 및 관련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도록 하고 R&D지원을 위해 국가적으로 설립되어 운영중인 각종 인프라조직들이 산업계 지원 수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능과 역할을 재편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행 신약개발관련 각종 지원사업을 수행중인 정부 각 부처별로도 일정기간 단기적으로 시행되고 끝나는 프로젝트성 지원이 아닌 산학연이 수립하는 중장기 R&D추진계획을 충분히 담을 수 있고 산학연간 기술흐름과 성과가 투명하게 가시화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지원규모가 예측가능하며, 가치사슬간 연계성이 확보될 수 있는 프로그램형 지원사업으로 지원시스템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장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 강화와 변화요인들의 신속한 R&D접목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켓 3.0시대에 접어든 지금 기업의 협업파트너로 부상되고 있는 소비자 또는 환자들과 소통하고 소비자의 요구와 수요를 신약개발에 지속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원하는 변화를 약속할 수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국내 제약산업이 국내외 소비자 또는 환자들의 요구와 수요를 R&D에 신속하게 반영하여 응용 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국내외적인 시장수요정보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제약산업계는 국가별, 지역별 수요파악 용이성으로 근거에 기반을 둔 R&D전략수립, 선택과 집중 영역 도출, 틈새영역 도출, 시장진출 전략수립 등을 통해 연구개발 생산성을 제고하고 시장리스크를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선택과 집중영역 투명성 확보는 결과적으로 중복투자방지와 효율적 자원활용 및 기업별 전문성 제고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욕구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제약산업의 활발한 해외기업 또는 기술에 대한 M&A활동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가 국민 제약계 함께 고민 협업체제 속히 구축돼야
마지막으로 제약산업에 있어 신약개발은 기술과 재원과 인프라 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약개발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대상질환에는 약물은 존재하나 임상치료학적 만족도가 낮은 질환도 있고 질환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었으나 질환극복을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있지 못한 질환도 있으며, 어떠한 치료수단으로서의 약물도 존재하거나 질환관련 연구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질환들도 부지기수인 상황이다.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신약의 상당수는 임상치료학적 만족도가 낮은 질환이 대부분이며, 현재 글로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대다수 신약은 이 영역에서 맴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기업, 제네릭기업 할 것없이 수많은 기업들이 이 영역의 시장선점을 위해 뛰어 왔다면, 질환극복을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영역과 어떠한 질환관련 연구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질환들에 대한 대안은 과연 누가 만들 것인가가 우리 인류에게 남겨진 숙제다.
연구개발 성공가능성도 희박하고 개발성공시에도 경제성이 불투명하며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이와같은 질환 영역들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제약산업이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환경과 여건조성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지의 질환영역 뿐 아니라, 미지의 질환영역에 대해서도 제약산업이 막대한 리스크를 감내하고라도 과감히 뛰어 들 수 있도록 성공했을 경우 또는 실패시에도 예측가능하고 적절한 보상정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수행하는 제약산업 종사자들이 국민보건, 국가경제기여라는 비젼달성을 위해 신약개발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유가치와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기업문화가 정립될 수 있는 환경도 하루속히 구축되어야 할 것 같다.
얼마있지 않아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자가 지휘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필립 코틀러 교수가“기업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를 전파하는 변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처럼 바람직한 가치(신약개발)가 사회에 전달할 수 있도록 변혁(혁신)의 주체로서 제약산업이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가와 국민과 제약산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속히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권구
201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