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약/유통] 분업후 의약품 광고ㆍ홍보전략
외형은 침체, 내용은 발전
의약분업은 약을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킨 일대 혁명이었다. 우선 약의 조제와 처방의 분리는 과거 전문인의 고유 권한 중 하나인 약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여과 없이 공개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실거래가 상환제 등과 맞물려 오리지널을 다수 확보한 외자사의 비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의약분업 전후로 가열된 직능간의 알력이 약에 대한 주도권 쟁탈로 비춰지면서, 사회적으로 약에 대한 불신과 약가인하 압력이 높아지는 등 약업계 전체의 신뢰성에 상당한 손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일반의약품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아왔으며, 광고는 이를 대표적으로 반영해주고 있다.
전반적인 의약품광고시장 침체
최근 한국제약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9년부터 2004년까지 의약품대중광고 사전심의건수는 91년 990건을 정점으로 연차적으로 줄어들어 분업 후에는 400여건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평균 심의건수 550건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업종별 총 광고비 중 제약 및 의료업종이 차지하는 구성비에 있어서도 2001년 4.9%에서 지난해 4.0%인 2,452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매체별로 보면 전파부분에 있어 2,000년 이후 금액 면에서 큰 변화가 없이 집행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일간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제약사가 의지적인 광고프로모션을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할 것이다.
제약·의료업종 총 광고비 및 증감율
(단위 : 백만원, %)
년도
TV
라디오
신문
잡지
합계
업종별 총광고비
구성비
증감율
1997
229,113
4,118,233
1998
58,732
6,451
53,504
3,130
121,817
2,609,479
4.7
-46.8
1999
88,889
8,150
54,457
3,626
155,122
3,602,733
4.3
27.3
2000
96,459
16,013
64,037
6,655
183,164
4,603,828
4.0
18.1
2001
109,346
22,330
56,656
9,350
197,682
4,097,163
4.8
7.9
2002
109,805
25,448
69,415
7,027
211,695
4,918,190
4.3
7.1
2003
101,314
17,849
162,746
7,413
289,322
6,611,173
4.4
36.7
2004
92,675
14,086
131,992
6,481
245,234
6,069,146
4.0
-15.2
하지만 심의건수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 제약광고비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중광고를 집행하는 회사의 수는 과거에 비해 줄고 있고, 상대적으로 광고를 늘리는 회사가 있는 등 회사별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 주요 광고비집행 30위 사를 보면 2000년 이후 광고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회사는 일동제약, 명인제약, 동국제약, 삼진제약, 광동제약, 동화약품, SK제약, 신풍제약이 대표적이다. 반면 중외제약은 2002년, 동아제약과 종근당은 2003년, 유한양행은 2004년 이후 광고비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으며, 대웅제약은 2004년에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나 주요 제약사간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많은 제약사들은 광고비를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한국얀센과 GSK, 베링거인겔하임 등 외국계 제약사가 활발히 광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의약품광고의 탄력성 저하
이 같은 광고 침체의 주 요인은 분업 후의 변화된 시장환경, 다시 말하면 ETC 중심 패러다임으로의 급격한 변화가 대표적인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약품에 대한 광고의 탄력성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벌써 오래 전부터 일기 시작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분업과 무관한 다양하고도 중요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첫 번째는 기존 4대 매체 외에 인터넷 온라인 매체 등 뉴미디어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효율적인 미디어믹스를 통한 광고의 코스트가 증가했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웰빙 등 삶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 속의 대체요법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비타민음료가 그 대표적인 예다. 세 번째는 건강과 관련한 많은 정보들이 범람하면서 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요인으로 인하여 과거 뛰어난 광고 하나만으로 히트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전설이 된지 오래다.
포기할 수 없는 자산-브랜드파워
회사와 제품의 브랜드파워는 현대 기업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제약사의 광고전략이 기존 거대브랜드 파워의 승계에 있음을 볼 때, 당분간 새로운 제품의 의지적인 대중프로모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ETC 중심의 전문화된 광고와 제품 패키지 등 디자인 기능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중요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객의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일반의약품 등 OTC 제품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비용 대비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부응하는 의약품이나 부외품, 헬스케어 제품이 나온다면 각 제약사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전략을 수립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많은 제약기업들이 광고하나의 기능만으로 브랜드관리를 의존해 실패한 과거의 쓴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브랜드가 무엇이며 어떻게 키우고 관리해야 하는 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편집부
200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