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창업은 번지점프대에서 몸을 던진 뒤, 추락하기 전에 비행기를 만들어 스스로 날아올라야 하는 도전과 같습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기술과 자본, 사람, 전략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한번 날아오른 뒤에는 더 높이, 더 멀리 가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좋은 과학과 끝까지 도전하는 팀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바이오파마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가 지난 10년간 바이오벤처를 이끌며 체득한 창업의 본질이다. 후보물질 하나를 발굴해 기술이전에 성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피봇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바이오파마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방향이다.
이 대표는 29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6회 SNU BIO-day’ 기조강연에서 ‘라이선스 중심 스타트업에서 한국 바이오파마 강자로 도약(Transforming biotech from a licensing-focused start-up into biopharma powerhouse in Korea)’을 주제로 에이비엘바이오의 성장 과정과 향후 전략을 소개했다.
강연은 단순한 사업 성과 소개보다 연구원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개인적 경험과 기술이전 과정에서 얻은 교훈, 사업 방향을 바꾼 피봇,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 과정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약효가 있느냐 없느냐, 회사가 사느냐 망하느냐 정도를 고민했다”며 “상장 이후에는 재무, 운영, 전략, 컴플라이언스, 시장, 평판, 인적자원, 기술 리스크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반도체나 전자, IT 산업에는 오랜 역사가 있지만 혁신 신약 개발은 아직 축적된 트랙레코드가 많지 않다”며 “좋은 기술 하나만 가지고 회사를 계속 성장시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바뀌면 회사도 피봇해야 한다”
이 대표가 강연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키워드는 ‘피봇’이었다.
그는 파멥신 공동창업과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 경험을 거쳐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를 설립했다. 이전 경험을 통해 핵심 파이프라인과 자금 조달, 지배구조,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사업 전환의 중요성을 체득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기술이 10년 뒤에도 가장 좋은 기술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시장이 바뀌고 기술 패러다임이 변하면 회사도 과감하게 피봇해야 한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CEO와 C레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창업 당시 BBB 셔틀과 4-1BB 기반 이중항체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 ADC까지 연구 영역을 확대했다.
그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원래 ADC 회사가 아니었다”며 “ADC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약 3년 전부터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를 고민했고, 새로운 성장 축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조기 기술이전, 후회하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ABL001은 에이비엘바이오 성장 과정에서 기술이전 ‘타이밍’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회사는 2018년 ABL001을 글로벌 기술이전했다. 당시 에이비엘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글로벌 기술이전 실적 확보가 중요한 시기였다.
이 대표는 “조금 더 개발해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기술이전했다면 계약금이나 전체 계약 규모가 훨씬 커졌을 수 있다”며 “그래서 후회하느냐고 물으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기술이전이 없었다면 당시 상장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후 성장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오텍에서 기술이전 타이밍은 대표가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결정되는 것 같다”며 “조금 더 하면 5000억원이 아니라 1조원, 1조원이 아니라 2조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회사의 성장 단계와 자금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선스 아웃이 국내 바이오텍에 여전히 중요한 성장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이나 중국 기업처럼 막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제약사의 자본과 개발 역량을 활용해 후기 임상 위험을 분산하고 기술의 가치를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선스 아웃과 자체 개발,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다만 최종 목적지는 기술이전 자체가 아니다. 이 대표는 “라이선스 아웃과 자체 개발은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에 계속 라이선스 아웃만 하는 회사들만 존재한다면 한국 바이오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전을 통해 확보한 자본과 로열티를 다시 자체 임상에 투자하고, 결국 우리 스스로 임상과 상업화를 성공시키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사업개발 전략도 이 방향으로 진화했다.
2022년 사노피와 ABL3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때는 특정 파킨슨병 후보물질 권리를 넘기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자체는 에이비엘바이오에 남기는 ‘카브아웃’ 전략을 택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은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사노피에 전부 넘길 수 없었다”며 “플랫폼 권리를 유지해야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이후 GSK와 일라이 릴리로 확장됐다. 특정 후보물질 하나를 이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제약사가 그랩바디-B를 활용해 자체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한 것이다.
“ABL 2.0, 자체 수익으로 R&D하는 회사로”
이 대표는 지난 10년을 ‘ABL 1.0’으로 정의했다. 비임상 단계 기술이전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회사의 생존 기반을 만들고 기술을 검증한 시기다.
앞으로의 ‘ABL 2.0’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까지 직접 개발해 가치를 높인 뒤 더 큰 규모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로열티와 자체 사업 수익을 다시 R&D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미국 자회사 NEOK Bio도 이 전략의 한 축이다. 미국 현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고, 현지 VC 투자와 기술이전, M&A, 나스닥 상장 등 미국 자본시장을 활용한 독립 성장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은 기술이전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플랫폼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며 “앞으로는 임상 1상 이후까지 직접 개발해 훨씬 높은 가치로 기술이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외부 자본시장에 계속 의존하지 않고 자체 사업 수익으로 R&D를 지속하는 회사”라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로열티, 미국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다시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플랫폼 기술 공급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체 임상과 상업화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파마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SNU BIO-day는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이 바이오 분야 학내외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구 성과의 기술사업화와 산학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올해 행사에서는 이상훈 대표의 기조강연을 비롯해 특별강연, 사이언스 포럼, 스타트업 피칭, 대학원생 포스터 세션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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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창업은 번지점프대에서 몸을 던진 뒤, 추락하기 전에 비행기를 만들어 스스로 날아올라야 하는 도전과 같습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기술과 자본, 사람, 전략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한번 날아오른 뒤에는 더 높이, 더 멀리 가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좋은 과학과 끝까지 도전하는 팀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바이오파마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가 지난 10년간 바이오벤처를 이끌며 체득한 창업의 본질이다. 후보물질 하나를 발굴해 기술이전에 성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피봇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바이오파마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방향이다.
이 대표는 29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6회 SNU BIO-day’ 기조강연에서 ‘라이선스 중심 스타트업에서 한국 바이오파마 강자로 도약(Transforming biotech from a licensing-focused start-up into biopharma powerhouse in Korea)’을 주제로 에이비엘바이오의 성장 과정과 향후 전략을 소개했다.
강연은 단순한 사업 성과 소개보다 연구원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개인적 경험과 기술이전 과정에서 얻은 교훈, 사업 방향을 바꾼 피봇,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 과정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약효가 있느냐 없느냐, 회사가 사느냐 망하느냐 정도를 고민했다”며 “상장 이후에는 재무, 운영, 전략, 컴플라이언스, 시장, 평판, 인적자원, 기술 리스크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반도체나 전자, IT 산업에는 오랜 역사가 있지만 혁신 신약 개발은 아직 축적된 트랙레코드가 많지 않다”며 “좋은 기술 하나만 가지고 회사를 계속 성장시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바뀌면 회사도 피봇해야 한다”
이 대표가 강연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키워드는 ‘피봇’이었다.
그는 파멥신 공동창업과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 경험을 거쳐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를 설립했다. 이전 경험을 통해 핵심 파이프라인과 자금 조달, 지배구조,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사업 전환의 중요성을 체득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기술이 10년 뒤에도 가장 좋은 기술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시장이 바뀌고 기술 패러다임이 변하면 회사도 과감하게 피봇해야 한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CEO와 C레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창업 당시 BBB 셔틀과 4-1BB 기반 이중항체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 ADC까지 연구 영역을 확대했다.
그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원래 ADC 회사가 아니었다”며 “ADC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약 3년 전부터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를 고민했고, 새로운 성장 축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조기 기술이전, 후회하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ABL001은 에이비엘바이오 성장 과정에서 기술이전 ‘타이밍’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회사는 2018년 ABL001을 글로벌 기술이전했다. 당시 에이비엘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글로벌 기술이전 실적 확보가 중요한 시기였다.
이 대표는 “조금 더 개발해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기술이전했다면 계약금이나 전체 계약 규모가 훨씬 커졌을 수 있다”며 “그래서 후회하느냐고 물으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기술이전이 없었다면 당시 상장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후 성장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오텍에서 기술이전 타이밍은 대표가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결정되는 것 같다”며 “조금 더 하면 5000억원이 아니라 1조원, 1조원이 아니라 2조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회사의 성장 단계와 자금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선스 아웃이 국내 바이오텍에 여전히 중요한 성장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이나 중국 기업처럼 막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제약사의 자본과 개발 역량을 활용해 후기 임상 위험을 분산하고 기술의 가치를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선스 아웃과 자체 개발,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다만 최종 목적지는 기술이전 자체가 아니다. 이 대표는 “라이선스 아웃과 자체 개발은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에 계속 라이선스 아웃만 하는 회사들만 존재한다면 한국 바이오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전을 통해 확보한 자본과 로열티를 다시 자체 임상에 투자하고, 결국 우리 스스로 임상과 상업화를 성공시키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사업개발 전략도 이 방향으로 진화했다.
2022년 사노피와 ABL3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때는 특정 파킨슨병 후보물질 권리를 넘기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자체는 에이비엘바이오에 남기는 ‘카브아웃’ 전략을 택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은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사노피에 전부 넘길 수 없었다”며 “플랫폼 권리를 유지해야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이후 GSK와 일라이 릴리로 확장됐다. 특정 후보물질 하나를 이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제약사가 그랩바디-B를 활용해 자체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한 것이다.
“ABL 2.0, 자체 수익으로 R&D하는 회사로”
이 대표는 지난 10년을 ‘ABL 1.0’으로 정의했다. 비임상 단계 기술이전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회사의 생존 기반을 만들고 기술을 검증한 시기다.
앞으로의 ‘ABL 2.0’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까지 직접 개발해 가치를 높인 뒤 더 큰 규모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로열티와 자체 사업 수익을 다시 R&D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미국 자회사 NEOK Bio도 이 전략의 한 축이다. 미국 현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고, 현지 VC 투자와 기술이전, M&A, 나스닥 상장 등 미국 자본시장을 활용한 독립 성장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은 기술이전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플랫폼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며 “앞으로는 임상 1상 이후까지 직접 개발해 훨씬 높은 가치로 기술이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외부 자본시장에 계속 의존하지 않고 자체 사업 수익으로 R&D를 지속하는 회사”라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로열티, 미국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다시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플랫폼 기술 공급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체 임상과 상업화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파마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SNU BIO-day는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이 바이오 분야 학내외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구 성과의 기술사업화와 산학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올해 행사에서는 이상훈 대표의 기조강연을 비롯해 특별강연, 사이언스 포럼, 스타트업 피칭, 대학원생 포스터 세션 등이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