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이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기술 중심의 ‘레드바이오(신약)’가 투자의 중심축이던 시기에서 벗어나, 사업성·매출 가능성·확장성이 VC(벤처캐피털)의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BNK벤처투자 투자본부 김용환 부장은 21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제9회 미래의학국제포럼(9th International Forum on Medical Innovation of Cell & Bio Therapy)’에서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금 돈을 벌 수 없다면 투자도 상장도 어렵다”면서 “올해 VC가 기업을 평가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사업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재단법인 미래의학연구재단(이사장 이승규, 최고투자책임자 김기영)과 서울대학교병원 보건복지부 지정 세포치료실용화센터(센터장 김효수)가 ‘Open Innovation for Advanced Biomedical Science’를 주제로 세포·유전자치료, 재생의료 등 첨단 바이오 분야의 최신 성과와 실용화 전략을 공유했다. 산·학·연·병·벤처 관계자들이 참석해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협력 모델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장은 기술만으로 상장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술이 훌륭해도 사업화를 통해 매출을 만들지 못하면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라며 “VC들은 단기간에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레드바이오 회피 흐름 “돈 오래 묶이는데 왜 처음부터 들어가야 하나”
투자 업계 심사 기준 변화가 VC 투자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미래 매출 가능성을 한층 강화된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VC들도 동일한 관점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 관심 분야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최근 VC가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분야로는 △비만 치료제 기반 기술 △AI 기반 플랫폼 전반 △해외 매출 중심으로 성장한 K-뷰티·에스테틱 원료 기업이 꼽힌다. 반면 신약, 항체 등 레드바이오 분야는 개발 기간과 비용, 임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신규 투자가 다소 위축된 분위기다.
김 부장은 “시장은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라 사업이 되는 기술을 원한다”며 바이오 기업이 VC의 눈높이에 맞춘 전략적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드바이오를 향한 VC들의 태도는 갈수록 보수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김 부장은 “바이오는 개발 기간이 길고 투입되는 자금도 많다”면서 “상장도 못 한 기업이 수두룩한데, 왜 우리가 처음부터 위험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말이 심사역들 사이에서 흔하다”고 전했다.
실제 1세대 레드바이오 기업 상당수는 수년간 임상 자금을 소진하고도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넘지 못해 멈춰 있거나, 별다른 성과 없이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신규 투자는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기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나 바이오 외 인접 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디지털헬스, 원격의료, 에스테틱, 바이오소재 등은 비교적 낮은 개발 비용과 빠른 매출 창출이 가능해 VC 입장에서는 위험 대비 수익 구조가 훨씬 매력적이다. 김 부장은 “투자자는 결국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될 수 있는 방향성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보는 것…김용환 부장의 ‘투자유치 4계명’
그럼에도 레드바이오는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분야라고 김 부장은 강조했다. 다만 VC의 시각에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시장과 투자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장은 첫 번째 조건으로 초기 매출 기반 확보를 들었다. 그는 “연구만 하는 기업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캐시카우가 없는 기업은 투자 검토 단계에서 바로 제외되며, 의약외품·의료기기·라이선스 아웃 등으로 초기 매출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AI·디지털헬스케어 활용을 제시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AI를 내세우는 시대”라며 “실제 적용 여부보다, 시장 트렌드에 부합한 기술 활용 전략을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전문 경영 체계 구축이다. 김 부장은 “연구와 사업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교수창업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지만, 연구자는 연구에 집중하고 사업 운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는 구조가 투자자 관점에서 더욱 신뢰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 외 레드바이오 외 그린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로의 확장성을 들었다. 정부 예산이 집중되는 영역과 연결되면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만큼,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내년 투자 환경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놨다. 그는 “바이오와 디지털헬스케어 투자는 내년에도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투자 기준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업성, 확장성, AI 활용, 팀 역량이 핵심 기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것은 기술이지만, 시장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만들어낼 성장 가능성과 방향성에 반응한다”며 “VC는 90%의 사실과 10%의 가능성에 투자한다. 그 10%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이 결국 선택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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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이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기술 중심의 ‘레드바이오(신약)’가 투자의 중심축이던 시기에서 벗어나, 사업성·매출 가능성·확장성이 VC(벤처캐피털)의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BNK벤처투자 투자본부 김용환 부장은 21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제9회 미래의학국제포럼(9th International Forum on Medical Innovation of Cell & Bio Therapy)’에서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금 돈을 벌 수 없다면 투자도 상장도 어렵다”면서 “올해 VC가 기업을 평가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사업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재단법인 미래의학연구재단(이사장 이승규, 최고투자책임자 김기영)과 서울대학교병원 보건복지부 지정 세포치료실용화센터(센터장 김효수)가 ‘Open Innovation for Advanced Biomedical Science’를 주제로 세포·유전자치료, 재생의료 등 첨단 바이오 분야의 최신 성과와 실용화 전략을 공유했다. 산·학·연·병·벤처 관계자들이 참석해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협력 모델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장은 기술만으로 상장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술이 훌륭해도 사업화를 통해 매출을 만들지 못하면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라며 “VC들은 단기간에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레드바이오 회피 흐름 “돈 오래 묶이는데 왜 처음부터 들어가야 하나”
투자 업계 심사 기준 변화가 VC 투자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미래 매출 가능성을 한층 강화된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VC들도 동일한 관점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 관심 분야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최근 VC가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분야로는 △비만 치료제 기반 기술 △AI 기반 플랫폼 전반 △해외 매출 중심으로 성장한 K-뷰티·에스테틱 원료 기업이 꼽힌다. 반면 신약, 항체 등 레드바이오 분야는 개발 기간과 비용, 임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신규 투자가 다소 위축된 분위기다.
김 부장은 “시장은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라 사업이 되는 기술을 원한다”며 바이오 기업이 VC의 눈높이에 맞춘 전략적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드바이오를 향한 VC들의 태도는 갈수록 보수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김 부장은 “바이오는 개발 기간이 길고 투입되는 자금도 많다”면서 “상장도 못 한 기업이 수두룩한데, 왜 우리가 처음부터 위험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말이 심사역들 사이에서 흔하다”고 전했다.
실제 1세대 레드바이오 기업 상당수는 수년간 임상 자금을 소진하고도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넘지 못해 멈춰 있거나, 별다른 성과 없이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신규 투자는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기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나 바이오 외 인접 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디지털헬스, 원격의료, 에스테틱, 바이오소재 등은 비교적 낮은 개발 비용과 빠른 매출 창출이 가능해 VC 입장에서는 위험 대비 수익 구조가 훨씬 매력적이다. 김 부장은 “투자자는 결국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될 수 있는 방향성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보는 것…김용환 부장의 ‘투자유치 4계명’
그럼에도 레드바이오는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분야라고 김 부장은 강조했다. 다만 VC의 시각에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시장과 투자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장은 첫 번째 조건으로 초기 매출 기반 확보를 들었다. 그는 “연구만 하는 기업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캐시카우가 없는 기업은 투자 검토 단계에서 바로 제외되며, 의약외품·의료기기·라이선스 아웃 등으로 초기 매출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AI·디지털헬스케어 활용을 제시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AI를 내세우는 시대”라며 “실제 적용 여부보다, 시장 트렌드에 부합한 기술 활용 전략을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전문 경영 체계 구축이다. 김 부장은 “연구와 사업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교수창업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지만, 연구자는 연구에 집중하고 사업 운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는 구조가 투자자 관점에서 더욱 신뢰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 외 레드바이오 외 그린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로의 확장성을 들었다. 정부 예산이 집중되는 영역과 연결되면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만큼,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내년 투자 환경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놨다. 그는 “바이오와 디지털헬스케어 투자는 내년에도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투자 기준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업성, 확장성, AI 활용, 팀 역량이 핵심 기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것은 기술이지만, 시장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만들어낼 성장 가능성과 방향성에 반응한다”며 “VC는 90%의 사실과 10%의 가능성에 투자한다. 그 10%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이 결국 선택받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