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지원하면 제약사 보답한다"
지금 제약계는 연구개발이 화두다. 정부도 연구개발을 통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의약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고, 제약사에 대한 지원의 초점도 이 쪽에 맞추고 있다.
한 마디로 연구개발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환경으로 짜여 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그간 연구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제약계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제약사들이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국내 50여 곳의 연구개발중심 기업을 회원사로 둔 조합의 역할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조합은 그간 보건복지부의 제약산업 및 연구개발 관련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 성과를 냈다는게 제약사들의 판단이다.
오랫동안 조합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강추 회장은 “국내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들은 정부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제약사들도 한층 더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의 R&D도 중요하지만, 정부지원도 중요한데
- 약가인하로 인한 충격이 너무 커 아직도 얼마만큼의 피해가 있을지 모릅니다. 아직 피해 규모가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제약사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정부는 당연히 지원을 해 줄 것입니다. 얼마만큼의 보상이 있느냐가 중요하지만, 지원을 해 준다고 믿고 일을 해야 합니다.
정부도 산업에 미칠 부작용을 커버하면서 약가인하를 해야지, 약을 비싸게 구입했다는 인식만 들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약개발 연구의 열매는 10년, 20년 뒤에야 나오는 것이고 약가 인하의 충격은 당장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감안해서 파격적으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눈에 보이는 손실을 커버해 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연구개발중심 기업을 이끌어 온 입장에서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 지금 제약산업계에서는 연구개발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무조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신약개발 제품화를 위한 연구를 기업만큼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봅니다. 연구개발 자금 지원을 받은 곳도 성과가 나오면 지원받은 연구비를 정부에 상환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대충대충 할 수 없습니다. 다른 분야보다 연구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인정을 해주고 독려를 해야 합니다.
△연구개발 투자액이 낮다는 게 정부의 인식인데
- 매출액 대비냐, 순이익 대비냐 똑 부러지게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 학술잡지를 보면 보통 매출액 대비로 봅니다. 하지만 순이익 대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국내 제약사들은 순이익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은 다국적제약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은 열악한 환경 하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업의 연구개발 마인드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척도가 아니겠습니까.
△리베이트 꼬리표가 항상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 많이 바뀌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현실적으로 칼로 두부를 자르듯 하기도 힘들고, 제약사들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든지 뒷돈 거래는 없어져야 하고 투명해져야 합니다.
제가 과거 복지부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국내외 트렌드라는 것입니다.
△연구개발과 관련해 조합에 대한 기대가 큰 데
- 조합은 규모면에서 커져야 하고 역할 면에서도 커져야 합니다. 역할은 커졌다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제약협회는 제약협회 롤이 있고 신약개발연구조합은 연구개발 공식단체로서 역할이 있습니다. 연구개발은 신약조합이 맡아서 하고 제약협회는 총괄적인 역할을 하면서 제약관련 단체들이 각 분야별로 잘 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을 해주며 큰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조합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제가 국립보건원장 당시 미국 NIH 원장 초청 세미나 개최에 2년이 걸렸는데 조합에 처음 와서 미국 FDA 전문가 초청 국제 세미나를 하는데 3개월이 걸렸습니다. 당시 내한한 미국 FDA 간부에게 3개월 걸렸다고 했더니 매우 놀랐습니다. 직원들의 능력과 집중력, 추진력이 그만큼 있다는 것입니다.
△혁신형제약기업 선정과 관련해 말들이 많습니다.어떻게 보시는지요
- 혁신형제약기업이 몇 개가 돼야 하고, 안되고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될성 부른 나무는 잘 키워 가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나무도 키우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정해서 그 곳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불이익을 보게 한다는 것도 문제는 있습니다. 산업이 정상적으로, 자율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조화롭게 사용해야 합니다.
△연구개발과 함께 글로벌 진출이 화두입니다.
- 사실 지금까지 너무 내수 위주로 경영을 해왔던 면이 있습니다만, 국내 산업발전 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경제개발계획이 너무 특정분야에만 지원되고 또 제약산업의 특성상 그렇게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지금 제약사들에게는 세계무대로 진출해야 살아 남는다는 각오가 되어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 외국을 나가 보면 '우리가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미국 진출도 별 것 아닌 것 같습니다. 복지부에서 열심히 지원하고 우리 기업들도 해외 진출을 위해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다행히 금년부터 해외진출을 포함한 R/D기획, 인허가, 기술마케팅 등 제약산업 혁신성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양성 사업을 복지부가 지원해서 우리조합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도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업무 협조가 필요합니다. 정부 부처에서도 관련단체와 긴밀하게 협의해 앞으로 획기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업계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단체의 객관적인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제약업계도 제약산업의 정체성을 확립해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제약산업만큼 정책에 민감한 산업도 드물 것입니다.
의약품의 최종 소비자는 국민들이지만 신약을 한 개 개발하는데는 각 분야의 학문과 기술이 집약돼야 가능합니다. 정체성의 확립과 분야 간 협조가 더욱 필요합니다.
정부의 정책 수행은 초심을 잃지 말고 일관성있게 효과적으로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단, 너무 방만하게 하지 말고 꼭 필요한 것을 집중해서 해줘야 합니다. 우리도 협조해야 합니다.
△제약계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 우리 제약산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또 한편으로는 탈바꿈을 해서 혁신을 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제약산업을 효과적으로 혁신해서 차세대, 우리의 먹거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 지혜를 짜야 합니다. 지금은 업계가 전문화 돼서 업계가 스스로 알아서 더 잘 합니다.
우리는 물질특허제도 도입의 위기를 신약개발기술 향상으로 19개의 신약을 만들어 내는 기회로 만들었고 IMF의 위기도 견디어 냈습니다.
지금은 제약기업들이 연구개발, 세계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잘 알고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에 따라서 자기기업에 적합한 차별화된 연구개발, 개량신약개발 등으로 단기적인 성과와, 혁신신약 등 연구개발의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이 특별히 제약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며칠 전에도 김희국 의원이 주최하고, 저희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후원해 '제약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습니다.
정부가 제약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효과적으로 지원해주고, 제약사들도 연구개발과 혁신성 향상에 매진하면 충분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고 차세대 먹거리 창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권구
2012-11-02 06:50